VK 어음 못 막고 최종부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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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상 VK 사장
중견 업체로는 유일하게 자체 브랜드로 휴대전화를 생산해왔던 VK가 연일 돌아오는 어음을 막지 못해 7일 최종부도 처리됐다. 사진은 주류 운동권 출신 경영자로서 남다른 주목을 받았던 VK 이철상 사장.(서울=연합뉴스)

중견 업체로는 유일하게 자체 브랜드로 휴대전화를 생산해왔던 국내 4위의 휴대전화 제조업체 VK가 연일 돌아오는 어음을 막지 못해 끝내 최종부도 처리됐다.

VK는 17억8100만원의 어음을 결제하지 못해 최종부도 처리됐다고 7일 밝혔다. VK는 이 같은 사실을 증권선물거래소에 공시했다.

VK 홍보팀 관계자는 "지난 5일자로 돌아온 17억8100만원의 어음에 대해 결제시한을 7일 오전 9시까지로 유예받았으나 결국 입금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VK는 지난달 26일과 27일에도 각각 35억원과 28억원의 어음을 막지 못해 1차부도 처리됐다가 다음날 결제하면서 최종부도를 면했었다.

이로써 국내 중소.중견 휴대전화 업체는 사실상 명맥을 유지할 수 없게 됐다. 한 때 20개에 육박했던 국내 중소.중견 휴대전화 업체는 2003년 이후 급속히 줄었다. 2003년과 2004년에 스탠다드텔레콤.세원텔레콤.텔슨전자.맥슨텔레콤 등이 연이어 쓰러졌다.

서울대 총학생회장 출신인 이철상 씨가 설립한 VK는 1997년 설립 당시 2차 전지사업으로 출발했다. 중국산 제품이 물밀듯이 밀려오자 이 사장은 2001년 휴대전화 사업으로 업종을 전환했다. 국내 대부분 중소.중견 휴대전화 업체들이 CDMA(부호분할다중접속) 방식의 제품에 치중하고 있던 당시 이 사장은 세계 시장의 80 ̄90%를 차지하는 GSM(유럽 이동통신 방식)에 승부수를 띄웠다. 이 전략이 주효해 VK는 급성장할 수 있었다. 휴대전화 사업 전환 이듬해인 2002년 이 회사는 1405억원의 매출에 27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이후 실적이 지속적으로 좋아지면서 2004년에는 매출액이 4000억원에 다가서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해 부터 심상치 않은 조짐을 보였다. 지난해 VK는 영업손실 58억원, 당기순손실 649억원을 기록했다. 연구.개발을 위해 지난해 프랑스 회사 VMTS를 100억원에 인수한 데다가 슬림폰 'X100'개발을 위해 거금을 투입한 게 화근이었다.

VK는 법정관리를 신청할 것으로 알려졌지만 3자 매각 가능성도 남아있는 상태다. 코스닥 시장에서도 상장 폐지될 전망이다. 상장 폐지 명령이 내려지면 관리종목 지정후 정리매매 절차를 밟게 된다.

한편, 유동성 위기가 심각한 상황이었던 지난달 8일 VK는 유상증자를 통해 118억원의 자금을 조달했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큰 피해를 입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이희성.서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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