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서 어린이 400명 HIV 집단 감염 '패닉'…원인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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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5월 9일 파키스탄 남부 신드주 라르카나시의 한 병원에서 HIV 감염 여부를 알아보기 위해 혈액 검사를 하는 어린이들. [AFP=연합뉴스]

2019년 5월 9일 파키스탄 남부 신드주 라르카나시의 한 병원에서 HIV 감염 여부를 알아보기 위해 혈액 검사를 하는 어린이들. [AFP=연합뉴스]

파키스탄 남부의 한 도시에서 어린이 400여명을 포함해 500여명이 에이즈(AIDS·후천성면역결핍증)를 일으키는 인체 면역결핍 바이러스(HIV)에 집단 감염된 것으로 드러났다.

조사 결과 현지의 한 의사가 오염된 주사기를 재사용한 데서 비롯된 것으로 확인돼 현지 보건 당국이 비상에 걸렸다.

AP통신 등 외신은 17일 파키스탄 남부 신드주의 에이즈 관리팀이 최근 라르카나시 주민 1만3800명을 조사한 결과 어린이 410명과 성인 100명이 HIV 감염 양성반응을 보였다고 보도했다.

신드주 당국은 이달 초 환자에게 HIV를 감염시킨 혐의로 의사 무자파르 간가로를 체포해 조사하던 중 이러한 사실을 발견했다.

간가로가 소독하지 않은 주사기를 사용해 환자를 치료한 것으로 밝혀졌고, 추적 결과 이 같은 결과가 나왔다.

간가로 역시 HIV에 걸린 상태로, 경찰은 간가로가 고의로 HIV를 퍼트렸는지 조사 중이다. 이 같은 사실을 알게 된 라르카나시 주민 등 현지 사회 전체가 패닉에 빠졌다.

한 살짜리 딸이 HIV에 감염된 사실을 알게 된 한 엄마는 "어린이들을 감염시킨 그 의사를 저주한다"고 울부짖었고, 역시 4살 난 딸이 HIV 양성 반응을 보인 부모 역시 "앞으로 누가 우리 아이와 놀아주냐"며 슬퍼했다고 외신은 전했다.

현재 인구 2억명인 파키스탄에서 HIV에 걸린 사람은 2만 3000여명 수준이다. 파키스탄에서 HIV 감염률은 비교적 낮은 수준이지만, 최근 오염된 주사기를 사용하는 마약 투여자와 성매매 종사자를 중심으로 감염자 수가 크게 늘고 있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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