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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교육위원회 설치 '여당 찬성' '야당 반대' 온도차 뚜렷

중앙일보

입력

국가교육위원회 설치 당정청 협의가 3월 1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렸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오른쪽 둘째)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중앙포토]

국가교육위원회 설치 당정청 협의가 3월 1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렸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오른쪽 둘째)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중앙포토]

 교육 정책이 수시로 바뀌는 폐단을 막겠다는 취지로 국가교육위원회 설치 방안이 추진되고 있지만, 정치권에서 여야 간 찬반 온도 차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 여당은 연내 국가교육위 설치 법안을 통과시킨다는 목표지만 야당 내에 설치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아 합의가 쉽지 않아 보인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전 총장)는 한국형 국가교육위원회 모형 연구 결과를 18일 한국교육행정학회 등 5개 학회 연합 학술대회에서 발표한다. 이번 연구에는 박 교수팀이 현직 국회의원을 상대로 한 국가교육위 관련 설문조사 결과가 포함됐다.

 설문에 응한 의원은 더불어민주당 42명, 자유한국당 15명, 바른미래당 3명, 무소속 1명 등 61명이었다. 야당 응답률이 저조한 것은 “당론이 결정되지 않아 답하기 어렵다”는 의원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설문에 응한 민주당과 한국당 의원들의 시각은 크게 갈렸다. 국가교육위 설치에 대해 민주당은 응답자 88%(37명)가 찬성했지만 한국당은 67%(10명)가 반대였다. 찬성한다는 한국당 의원은 15명 중 1명뿐이었다. 국가교육위가 정권 따라 바뀌는 교육 정책 등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도 민주당은 83%(35명)가 ‘그렇다’고 했지만 한국당은 67%(10명)이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교육부 전경 [뉴시스]

교육부 전경 [뉴시스]

 그러나 여야 모두 교육부는 폐지하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였다. 국가교육위가 설치돼도 교육부를 존치해야 한다는 의견이 민주당(83%)과 한국당(64%) 모두 폐지 의견보다 많았다. 국가교육위는 주로 중장기 국가 교육 계획을 수립하고, 교육부는 국가교육위에서 나온 정책을 실제 집행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이유다.

 야당 의원들이 국가교육위 설치 법안에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정치적 편향 우려 때문이다. 반대 의원들은 “위원회가 대통령·여권의 영향력으로 좌우된다”, “위원 구성 방식과 출범 시기를 고려할 때 정치 중립적인 교육 정책 수립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의견을 냈다.

 현재 당·정·청이 협의한 방안에 따르면 국가교육위 위원은 대통령이 5명, 국회가 8명을 지명하고 교원단체 2명, 대학 2명, 교육부 차관과 교육감 대표 등 19명으로 구성된다. 국회 몫인 8명을 여야가 절반씩 추천한다고 해도 정부 여당 인사가 과반수를 차지하는 구조다. 박 교수는 “야당은 현 정권에서 국가교육위가 출범할 경우 친정권 인사가 과반수를 차지하게 돼 현 정권의 교육 이념이 차기 정권까지 지속된다는 우려를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김진경 국가교육회의 의장이 지난해 10월 '국가교육위원회 설립에 관한 시민시회 경청회'에서 발제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김진경 국가교육회의 의장이 지난해 10월 '국가교육위원회 설립에 관한 시민시회 경청회'에서 발제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박 교수는 “야당 우려를 불식하면서 국가교육위가 출범하려면, 현 정권에서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실제 출범은 다음 정부에서 하도록 합의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현 정부의 교육 이념을 지속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의혹을 피하기 위해 다음 정부에서 위원 구성을 해야 한다는 취지다. 위원 구성에 대해서도 박 교수는 “갈등이 심한 상황을 고려할 때 여야와 진보·보수 추천 인사 수를 동수로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학계와 교육계를 중심으로 국가교육위 설치에 대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지만 정작 국회에서는 제대로 논의되지 않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 공약인 국가교육위 설치 법안은 당정 협의를 거쳐 지난 3월 발의됐다. 하지만 ‘패스트트랙’ 논란 등으로 국회 공전이 장기화하면서 언제 국회를 통과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남윤서 기자 nam.yoonse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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