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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담 대법관 "사법개혁, 본질을 비껴가고 있다"

중앙일보

입력

김용담대법관은 1947년 서울 출생으로 서울고·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대법원 재판연구관, 사법연수원 교수, 서울·부산고법 부장판사,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 법원행정처 차장에서 광주고법 개원 이래 처음으로 현직 광주고법원장이 대법관이 된 인물이다.

지난 89년 서경석 목사를 도와 우리나라 시민단체의 효시라고 할 수 있는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창립에 관여, 보수적 분위기인 사법부내에서 합리적이면서도 참여의식이 높은 법관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늦은 축하인사를 끝내자마자 소장 판사들의 연판장 사태로까지 치달았던 대법관 제청파문과 관련 질문을 시작했다.

-민변과 변협이 보인 태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제가 대법관 된 뒤에 변협회장도 만나고 다른 분들도 만나봤는데 나 개인에 대한 개혁성이라든가 자질을 문제 삼기보다 다만 절차나 과정이 그쪽의 의견을 더 수렴하지 않고 예전 시스템대로 간 것에 대해 불만이었던 것으로 파악이 되서 그나마 다행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민변과 변협의 대법관 후보의 추천과정에 타당성과 공정성 얘기가 나옵니다. 그쪽에서 인사추천제에 의해 추천된 후보 5,800명중 300여명이 응답을 했고, 그 중에 가장 많이 받은 후보의 득표수가 15표라는데 그런 인사추천제에 의한 방식이 타당성이 있다고 보시는지요?

지금 답변하기에는... 글쎄요.

-인사추천제도가 공정성과 타당성 없다는 말씀이신가요?

이 말은 하고 싶습니다. 대법원장의 제청권을 제한 하기위해서 자문위원회를 의결 심의기구화 한다든지 해서 제청권 행사를 막으려고 하는 시도가 있다면 잘못 된 겁니다. 제청 절차에 있어서 어떤 위원회 제도가 필요한가는 3공화국 시대에 법관추천회의의 역사를 보면 열릴 때마다 위원의 적격여부를 둘러싸고 항상 잡음이 있었어요. 그 잡음은 누가 추천위원이 되느냐에 따라서 사법부의 독립을 침해하는 합법적인 통로가 될 수 있다는 겁니다. 지금도 위원회의 구성에 관해서도 그것과 똑같은 걱정을 함께 할 필요가 있습니다.

시민단체가 너무 많아서 논란이 더 많을 수 있어요. 사실 다양성이 필요합니다. 법조 인력이 다양하게 분포돼있어서 그 속에서 자원을 얻을 수 있어야 하는데 인력이 부족하다고 한 조직 내에서 밑에 있는 사람을 껑충 위로 앉히는 것이 다양성의 추구라고 생각지는 않습니다.

-이번 민변이나 변협의 주장에 문제가 있다는 건가요?

있죠. 다양성추구는 공감하지만 민변이나 변협에서 다양성을 제의 하는 구체적인 방법이 없어 잘 모르겠으나 한 조직 내에서 질서를 어그러뜨리면서 까지 다양성을 추구하는 것이 다양성 추구는 아닐겁니다. 이젠 법조 인력들이 여러 분야에서 대법관으로 올 수 있는 위치에 오고 있으니까 앞으로는 변하겠죠.

다양성을 추구하는 방법에 문제가 있다 이겁니다. 우리가 이번 파동을 긍정적으로 보는 것은 이제 국민들이 대법원에 대해 문제가 뭔지 관심을 갖게 됐다는 것이죠. 앞으로 국민들로부터 대법원 시스템을 바꾸는 데 힘을 받을 수 있게 됐다는 겁니다.

-박재승 대한변호사협회 회장과 강금실 법무부 장관의 자문위 회의 도중 퇴장등 일련의 행동에 대해 어떤 견해를 갖고 계시는가?

그것은 아주 잘못 됐다고 봅니다. 부적절 한거죠. 있을 수가 없는 일입니다.(차근차근 답변하다가 목소리에 힘이 실렸다)

연판장은 언론에 의한 침소봉대

-변화가 쉽지 않은 법조계에 무언가 행동으로 보여주지 않고는 개혁하기 어렵다고 생각한 것 아닐까요?

법원이 문제를 제기하는 인사제도와 관련되 인사권자인 대법원장이 더 잘 압니다. 그러나 만족할 수 있는 인사제도를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하지만 공론화 과정이 필요 한거죠. 인사제도개선위원회에서 얘기하고 지고지선의 대답이 나오도록 하는 과정이 중요하다는 겁니다. 연판장 돌린 문제는 언론에서의 표현이 조금 그런데요. 우리 법원에서는인터넷을 통해서 의견 개진을 자유롭게 하게끔 유도를 했고 인터넷에 법관 토론장이란 것을 만들었어요.

연판장이 마치 집단행동 한 것처럼 묘사되는데 인터넷에 뜬 의견에 같이 동조하는 사람은 표시를 해달라고 해서 프린트해 나온 것을 연판장이라고 해도 되는지,과장됐다고 보는 겁니다. 언론은 꼭 그래야 하는지…….

-법원이 정권이 바뀔 때마다 개혁대상으로 거론되는 이유가 어디에 있다고 보시는지요?

근본적으로 우리 재판 절차나 시스템이 국민으로부터 전폭적인 지지와 신뢰를 받지 못하는데 있지 않나 싶고 법원 내부에 있는 사람들, 저부터도 법원내부에 개혁될 것들이 있다고 봅니다.

-사법시험 합격자 1,000명 중 판·검사 임용 비율은 20∼30%에 불과한 상황에서 나머지 인원이 다 변호사로 개업하면 얼마 안 되는 시장 나눠 먹기식이 될 텐데 새로운 수요를 창출시켜야 하지 않겠습니까?

맞습니다. 그래서 우리 변호사 사회를 들여다봐야 합니다. 변호사가 개업을 해서 자기 훈련, 자기개발을 철저히 하는 시스템이냐 하는 거죠. 어떻게 말해야 할지...그렇더라도 법조 일원화와 관련해서는 전문화 요청이 필요한 부분입니다. 그래서 보완적 보충적으로라도 법조 일원화는 모색되야 합니다.

(결연한 의지를 보이며) 여기서 내가 꼭 짚고 넘어가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지금까지 우리가 여러 가지 사법제도를 고치면서도 사법개혁이라는 말을 안 썼어요. 사법개혁이라고 할 때 사법개혁의 본질이 무엇인지는 조금 생각을 해야 합니다. 참 중요한 거라 생각하는데요.

사법개혁의 본질이 잘못 가고 있다

사법개혁이라고 하는 것은 결국 재판소 즉 법원이 국민들에 대해서 얼마나 공정한 재판을 하느냐, 얼마나 올바른 재판을 할 수 있게끔 시스템을 만드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동안 우리법원에서는 민사재판과 형사재판에서 국민들에게 적기에 판결을 해 줄 수 있는 제도,법정에서 국민들이 하고 싶은 말을 다 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 그리고 소송자료를 찔끔 찔끔 내는 것을 압축해서 내도록 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돼야 합니다. 그 다음에 증인 심문을 하는데 있어서도 증인심문을 한 달 또는 두 달 뒤 따로따로 심문하면서 법정에서 위증을 방치하는 듯한 태도를 취하기 때문에 받는 불신을 어떻게 제거하느냐 하는 문제, 또 재판부를 자주 변동하는 것으로 인한 불신을 어떻게 하면 빨리 고칠 수 있느냐 하는 문제에 대해 다각적으로 모색해 개선했고 그럼으로써 국민들로부터 신뢰 받을 것이냐 그런 것이 우리가 추진해 왔던 겁니다. 그러니까 요즘 사법개혁, 개혁 하는데 그 내용이 인사 제도의 개혁에만 촛점이 맞춰져 있고 사법개혁의 본질을 비껴가고 있는 겁니다. .

-국민의 공동의 선이 무엇이냐가 중요한데 참여정부에서 나오는 사법개혁은 국민의 입장에서 보면 자신들 밥그릇 걱정하는 것 아니냐 이렇게 비쳐진다는 거죠.

그렇게 볼 수 있겠습니다.

-그동안에 법조계에서 민사가 됐든 형사가 됐든 적기에 올바른 판결을 해오지 못했다는 건가요?

그렇습니다. 민사사건에서 새로운 사건 모델이라는 것을 만들어서 시정하려고 했고, 형사재판에 있어서는 판사 숫자를 늘려서 업무 부담을 경감시켜주는 그런 것을 해왔는데 ,인사제도라든가 여러 가지 문제가 있지만 중요한 것은 결국 국민들에게 어떤 사법 서비스가 최선이냐, 어떻게 하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인식했기 때문에 인사문제를 뒤로 미뤘던 겁니다. 그런데 지금 사법개혁을 마치 시스템은 놔두고 사람만 바뀌면 다 돼는 것처럼 생각하는데, 저는 정말 잘못됐다고 봅니다.

-그러니까 법조 일원화라든가 단일호봉제 순환보직제 이런 문제들은 사법부 내부에 국한 된 문제이지 국민을 위해 사법부가 변화해야 하는 본질의 문제가 아니라는 말씀이네요.

그렇지 않고 중요한 문제임에는 틀림없습니다.

[출처 : 업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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