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 울 때 우린 웃는다 … 풋ELW·대차거래 등 주가 내려갈 때 수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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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증시가 조정을 받는 데도 남몰래 미소 짓는 투자자들이 있다. 증시 등락과 상품 수익률이 정반대로 움직이는 '리버스(reverse)형 상품'에 돈을 넣은 투자자들이다. 엄브렐러펀드.풋 주식워런트증권(ELW) 등 리버스형 상품은 주가가 하락할 수록 수익이 커지도록 설계됐다.

◆주가 하락하면 반대로 수익= 올초 한국투자증권의 '부자아빠엄브렐러펀드'에 투자한 김모(32)씨도 최근 하락장에서 혼자 쾌재를 불렀다. 5월 초부터 6월 중순까지 리버스형 펀드에 돈을 넣어 김씨가 올린 수익률은 15%가 넘는다. KOSPI 지수가 200포인트 가까이 떨어진 게 김씨에겐 득이 된 셈이다. 엄브렐러펀드란 한 펀드 내에 인덱스.리버스.채권혼합형 펀드 등 세 가지 자(子)펀드를 구성해 시장 상황에 따라 다른 펀드로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도록 한 상품. 주가 하락이 예상되면 리버스 펀드로 전환해 이익을 낼 수 있고, 투자 시기를 기다려 채권혼합형 펀드로 갈아 탈 수 있다. 대신투신의 '대신TARGET엄브렐러리버스파생상품1' 등 리버스 펀드는 조정이 시작된 5월11일 이후 최근까지 수익률이 12%가 넘는다.

주식을 빌려 거래하는 대차거래도 급증하고 있다. 대차거래는 먼저 주식을 빌려 매도하고, 주가가 하락한 뒤 주식을 빌린 만큼 사서 돌려주면 약세장에서도 수익을 낼 수 있다. 주로 기관과 외국인이 투자 위험을 줄이거나 단기 시세차익을 노리기 위해 이용한다. 6일 증권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대차거래 금액은 15조872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6조6943억원)보다 3배 가까이 증가했다. 증권예탁결제원 관계자는 "올해 증시가 조정을 받으면서 대차 거래를 통해 위험을 '헤지'하려는 기관들이 크게 늘었다"고 설명했다.

◆묻지마' 투자는 큰 손실 불러= 풋 ELW 투자자들도 신이 났다. 풋 ELW란 특정 주식을 미리 정한 가격으로 미래의 일정 시점(만기일)에 팔 수 있는 권리. 주가가 하락할수록 수익이 커지는 구조다. 북한발(發) 미사일 위기로 주가가 급락한 6일 하루 동안 '대우6189KOSPI200풋'의 가격이 51%나 급등한 것을 비롯해, '대우6022KOSPI200풋' 등 4개 종목이 하루에 20% 이상의 수익을 냈다.

그러나 이 같은 리버스형 상품에 대한 투자는 신중해야 한다. 하락장에서는 매력적이지만, 주가가 상승세로 돌아서면 반대로 손실이 난다. 엄브렐러펀드나 대차거래의 경우 장세 전망이 틀리면 수익을 까먹을 위험이 크다. 하락장을 예상하고 돈을 넣었는데 주가가 반대로 오르면 큰 낭패를 볼 수도 있다. 특히 ELW는 투자 원금보다 훨씬 큰 수익이나 손실을 보는 '레버리지 효과' 때문에 섣불리 투자에 나섰다간 원금을 모두 날릴 수도 있다.

손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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