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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나, 끓는 물 속 개구리 아닌가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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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5호 21면

해냄's pick

도전력

도전력

도전력
김병도 지음

자기계발서를 만들면서 클리셰가 되어버린 말이 있다. 바로 도전, 희망, 변화이다. 언어란 삶의 반영일까, 미디어 환경이 급변하는데 문득 내가 고인 물 같다는 자괴감이 밀려왔다. 그때 이 책을 만났다.

‘끓는 물 속의 개구리’ 현상이 있다고 한다. 찬물이 담긴 냄비에 개구리를 넣고 서서히 가열하면 개구리는 물의 온도 변화에 둔감해져 탈출하지 못하고 결국 냄비 속에서 죽어버리는 현상이다. 후대 과학자들에 의해 사실이 아니라고 밝혀졌지만, 변화에 둔감한 이들에게 경종을 울리는 사례로 이만큼 강렬한 경우도 없다.

저자는 도전정신의 상실이야말로 오늘 한국사회, 한국인들이 안고 있는 가장 심각한 위기라고 경고한다. 끓는 물 속의 개구리처럼. 책은 ‘다이내믹’을 잃어버린 사회와 경제, ‘젊음’을 잃어버린 개인까지, 도전력 회복의 이유와 그 걸림돌을 날카롭게 짚어간다.

한 북토크에서 김병도 교수는 조심스럽게 말했다. “이 책은 저의 반성문 같은 책입니다.” 그 뜻을 안다. 흔히 도전을 가로막는 요인 중 하나를 나이 듦으로 꼽는데, 고령화가 일상이 되어버린 세상에서 나이를 핑계 댈 수는 없다. 오히려 고도성장의 혜택을 향유한 기성세대들이 도전에 나설 때, N포 세대 청년들을 독려하고 설득할 수 있다고 말이다.

중요한 것은 도전의 주체이다. 도전과 변화를 강요받는 것처럼 싫은 일이 없다. 비록 그 속도는 더딜지라도 유연하게 능동적으로 새로운 것에 뛰어들어야 한다. 책의 헌사로 나오는 니체의 이 구절을 일기장에 적어두었다. “위험하게 살아라. 당신의 도시를 베수비오 화산 기슭에 세워라. 당신의 배를 미지의 바다를 향해 띄워라.”

이혜진 해냄 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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