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전이냐, 종전이냐…미ㆍ중 무역협상 4가지 시나리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8일 중국 칭다오시에 걸려 있는 미국 성조기와 중국 오성홍기. [AP=연합뉴스]

8일 중국 칭다오시에 걸려 있는 미국 성조기와 중국 오성홍기. [AP=연합뉴스]

미국과 중국이 지난 5개월 동안 벌여온 무역 협상의 최종 라운드를 앞두고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9일과 10일(현지시간) 양일간 미국 워싱턴에서 열리는 마지막 협상에 앞서 미·중은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다.

트럼프 '관세 폭탄' #내일 오후 1시 판가름 #중국 "상응 조치" 예고

미국 정부는 협상 둘째 날인 10일 0시 1분부터 중국산 제품 2000억 달러 규모에 대한 관세를 현행 10%에서 25%로 올릴 방침이다. 한국 시간으로는 10일 오후 1시 1분에 무역전쟁 확전이냐 종전이냐를 가르게 된다.

지난 5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트위터를 통해 이 같은 구상을 처음 밝혔고, 8일 관보를 통해 방침을 공식화했다. 한 손을 '관세 폭탄' 버튼 위에 올려놓고 협상 테이블에 앉겠다는 것이다.

미국이 공식화하자 중국도 물러설 수는 없었다. 중국 상무부는 8일 저녁 한밤중에 "미국이 관세를 인상할 경우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하겠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내일 오후 1시를 기점으로 한 미·중 무역협상 시나리오는 4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블룸버그통신 등이 전하는 양국 입장과 반응을 토대로 4가지 시나리오를 짚어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 미국 플로리다주에서 연설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 미국 플로리다주에서 연설하고 있다. [AP=연합뉴스]

① 관세 부과 연기: 점점 격앙되는 양측 분위기로 봤을 때 가능성이 작지만, 완전히 불가능한 시나리오는 아니다. 협상 첫날 중국이 어떤 메시지를 들고 오느냐에 달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약속을 깼다"고 주장하고 있다. 중국이 협상 합의 내용을 국내법에 반영하겠다고 약속했다가, 돌연 지난주 베이징에서 열린 협상에서 '법률 반영은 곤란하다'고 입장을 바꿨다는 게 미국 측 입장이다.

중국은 9일 하루 동안 미국을 설득할 기회가 있다. 중국이 다시 '합의 내용의 법률 반영'을 약속하거나 이에 상응하는 합의 이행 방안을 제시할 경우 트럼프 대통령도 '통 큰' 아량을 베풀어 관세를 유예할 수 있다. 이 경우 지금처럼 협상은 계속된다.

전례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3월 1일까지 무역협상이 마무리되지 않을 경우 3월 2일부터 중국산 제품에 관세를 올리겠다고 경고했었다. 하지만 양국 간 협상이 이어지자 지난 2월 관세 부과를 연기했다. 이번 관세 인상 위협은 당시 접었던 카드를 다시 꺼내어 지지부진한 협상에 자극을 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② 관세 부과 후 협상 계속 : 양측이 협상 첫날 진전을 이루지 못하면 트럼프 대통령은 일단 약속대로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 중국도 이에 상응하는 보복 조치를 할 수 있다. 양측 모두 협상을 계속하겠다는 의지가 확인되면 추가 관세가 부과된 상태에서도 협상은 진행될 수 있다.

현재 양측 모두 무역 협상을 타결하고자 하는 의지는 있다. 중국은 경제는 둔화 추세가 확연하다. 미국 경제는 아직도 탄탄하지만 관세 전쟁으로 인한 부담이 쌓이고 있다.

지난 27일 중국에서 열린 일대일로 포럼에 참석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AP=연합뉴스]

지난 27일 중국에서 열린 일대일로 포럼에 참석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AP=연합뉴스]

③ 관세 부과 후 협상 결렬 : 미국이 10일 0시 1분을 기해 관세를 올리고, 중국이 보복할 경우 협상 판이 깨질 수 있다. 중국은 "총구를 눈앞에 두고 협상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류허 부총리 일행이 협상장을 떠날 가능성이 있다.

전례도 있다. 지난해 3월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전쟁을 예고하자 양측은 미국과 중국에서 수차례 협상을 했다. 하지만 이견이 좁혀지지 않으면서 협상이 깨졌고, 7월 6일 관세 부과가 시작됐다.

최악의 시나리오다. 글로벌 무역과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각국 경제에 빨간 불이 켜질 수 있다.

8일 중국 베이징시에 세워진 미국 기업 아마존 광고판과 중국의 배달업체 요원들. [AP=연합뉴스]

8일 중국 베이징시에 세워진 미국 기업 아마존 광고판과 중국의 배달업체 요원들. [AP=연합뉴스]

④ 협상 극적 타결: 양측이 조금씩 양보해 극적으로 타결되는 시나리오는 현재로썬 가능성이 작아 보인다. 하지만 트럼프의 '관세 인상' 카드가 협상을 깨기 위한 게 아니라 타결을 압박하기 위한 전술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양측 고위 관료들은 이르면 10일 협상 타결을 선언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협상이 타결될 경우 금융시장은 안도의 숨을 내쉴 것으로 예상하나 '스몰 딜'일 경우 시장은 실망으로 돌아설 수도 있다.

박현영 기자 hypark@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