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에 딱 일주일만 생산하는 송화소금… 다섯배 비싸게 팔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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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만 되면 골칫덩어리로 전락하는 게 송홧가루다. 바람을 타고 흩날리면서 창문을 열어놓지도 못하고 비염 등의 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에겐 피하고 싶은 손님이다. 약재로 쓰이기도 하지만 여전히 불청객 취급을 받는다.

충남 태안군 근흥면의 한 염전에서 송화소금을 생산하고 있다. 송화소금은 송홧가루가 날리는 봄철 일주일 정도만 생산할 수 있다. [사진 태안군]

충남 태안군 근흥면의 한 염전에서 송화소금을 생산하고 있다. 송화소금은 송홧가루가 날리는 봄철 일주일 정도만 생산할 수 있다. [사진 태안군]

이런 송홧가루가 반가운 곳이 있다. 바로 염전이다. 바람을 타고 날아온 송홧가루가 염전에 내려앉아 천일염과 어우러지면 ‘송화소금’이 된다. 별도의 비용을 지불하지 않고 가격도 일반소금보다 비싸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한다.

태안 바닷가 염전, 바람에 날려온 송홧가루 이용 #1포대(20㎏) 4만5000원가량 일반소금보다 비싸 #송홧가루 날리는 봄철 짧은 기간에 생간 가능해

송화소금을 만드는 기간은 길지 않다. 짧게는 일주일에서 길어야 보름가량이다. 송홧가루가 날리는 시기와 맞춰야 하기 때문이다. 송홧가루가 날리는 때에 비라도 내린다면 한해 농사를 망치게 된다. 염전을 운영하는 주민들에게는 송홧가루는 ‘최고의 손님’인 셈이다.

올해도 송화소금 생산이 시작됐다. 생산이 가능한 시기는 8일부터 15일까지 일주일 정도다. 소나무가 많은 충남 태안 바닷가 염전에서도 지역 명물인 송화소금 생산이 한창이다.

송홧가루는 천일염에 독특한 풍미를 가미해 송화주·송화강정·다식 등을 만드는 데도 이용한다. 단백질과 탄수화물·무기질이 풍부하고 비타민C도 다량 함유돼 있다.

칼슘과 비타민 B1·B2·E도 풍부해 인체의 혈관을 확장하고 치매 예방에도 효과가 높다고 한다. 송홧가루에 포함된 ‘콜린’이라는 성분은 지방간을 해소하고 노화방지, 피부미용에도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충남 태안군 근흥면의 한 염전에서 송화소금을 생산하고 있다. 송화소금은 송홧가루가 날리는 봄철 일주일 정도만 생산할 수 있다. [사진 태안군]

충남 태안군 근흥면의 한 염전에서 송화소금을 생산하고 있다. 송화소금은 송홧가루가 날리는 봄철 일주일 정도만 생산할 수 있다. [사진 태안군]

염도가 낮고 미네랄이 풍부한 태안반도 천일염이 더해져 독특하고 고급스러운 풍미로 선물용으로도 인기가 높다.

태안지역 송화소금은 7~8년 전부터 생산됐다. 바람을 타고 날아오는 송홧가루를 이용해 특산물을 만들 수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천일염 1포대(20㎏)가 8000원 정도에 팔리는 데 송화소금은 4만5000~5만원가량에 거래된다. 일반소금보다 4~5배나 비싼 가격에 팔리는 것이다.

태안군 근흥면에서 송화소금을 생산하는 한상복씨는 “일반소금보다 맛이 달짝지근한 게 특징”이라며 “생산자 입장에서야 많이 만들고 싶지만, 자연의 섭리에 따라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태안=신진호 기자 shin.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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