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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호동 성매매 여성 사망자의 마지막 카톡은 '주사 이모'"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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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22일 서울 천호동 성매매 집결지에서 3명이 숨지고 3명이 부상을 입는 화재가 발생했다. 경찰 과학수사대와 소방 화재조사반이 함께 조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해 12월 22일 서울 천호동 성매매 집결지에서 3명이 숨지고 3명이 부상을 입는 화재가 발생했다. 경찰 과학수사대와 소방 화재조사반이 함께 조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해 12월 22일 3명이 사망하고 3명이 부상한 천호동 성매매 집결지 화재사건의 생존자와 유가족이 사망자가 생전 사용한 휴대전화에 담긴 내용을 공개하며 경찰 수사 내용에 의문을 제기했다.

7일 유가족과 생존자의 위임을 받은 ‘천호동 성매매 집결지 화재사건 공동대책위원회’는 서울지방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찰수사 결과 보도에 참담함을 느낀다”고 밝혔다.

앞서 해당 사건을 수사한 강동경찰서는 불이 난 건물에 건축법, 소방법 등 위반 사실은 발견되지 않았으며 성매매업소 운영을 총괄한 피의자 A씨를 성매매 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성매매 처벌법) 위반 혐의로 구속했다고 발표했다.

7일 오전 서울지방경찰청 앞에서 열린 '천호동 성매매집결지 화재사건 관련 정확한 진상과 책임소재 규명 촉구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7일 오전 서울지방경찰청 앞에서 열린 '천호동 성매매집결지 화재사건 관련 정확한 진상과 책임소재 규명 촉구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위원회는 “화재 직후 사망자의 유류품을 통해 실제 업주를 확인했다”며 “업주는 현재 구속된 총괄 운영자 A씨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휴대전화에는 누구의 통제하에 일했는지, 쉬기 위해서는 누구에게 허락을 받아야 했는지가 남겨져 있었다”며 “A씨는 업주의 동생으로, ‘내가 다 뒤집어쓰고 들어갈 것’이라고 공공연히 말하고 다녔다”고 밝혔다.

또 업주로 추정되는 B씨가 곗돈을 강요했다고 위원회는 전했다. 위원회 측 관계자는 “곗돈을 내지 않는다며 ‘널 왜 이렇게 못 믿게 하냐’며 화를 내고, 독촉하는 내용이 많이 발견된다”며 “강제적으로 곗돈을 걷은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주사 이모’와 사망자가 주고받은 메시지도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고 고 활동가는 밝혔다. 그는 “‘움직일 수 없다. 이모가 와서 나를 돌봐줘야 한다’며 사망자는 주사 이모의 처방으로 버티면서 일을 해나가고 있었다”며 “마지막 순간까지 카톡을 주고받은 사람은 주사 이모였다”고 말했다. 이어 “천호동뿐 아니라 많은 성매매 집결지에서 여성들은 병원에 가지 못하고 불법적으로 주사를 놔주는 ‘주사 이모’에게 처방을 받는다”고 덧붙였다.

위원회는 그러면서 “수사당국은 지금이라도 철저하게 수사해 화재 참사의 진상을 밝히고, 성매매 집결지의 불법성을 제대로 조사해 책임소재를 명확히 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수사를 담당한 강동경찰서 관계자는 “칸막이를 설치하거나 창문 크기를 변경시키는 정도만 발견됐을 뿐 처벌이 가능한 수준의 건축법 위반 사실이 발견되지 않았고, 해당 건물의 규모나 층수를 고려했을 때 소화기 이외 별도의 소방시설 구비 의무가 없는 건물이었다”고 밝혔다. 실소유주 의혹에 대해서는 “성매매 대금의 계좌거래 내역 분석을 통해 확인된 것”이라며 “A씨가 해당 업소 외에 5개 업소를 더 운영하는 사실도 확인해 구속했다”고 설명했다.

7일 오전 서울지방경찰청 앞에서 열린 '천호동 성매매집결지 화재사건 관련 정확한 진상과 책임소재 규명 촉구 기자회견'에서 참석자가 서울동부지방검찰청에 제출할 고소·고발장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7일 오전 서울지방경찰청 앞에서 열린 '천호동 성매매집결지 화재사건 관련 정확한 진상과 책임소재 규명 촉구 기자회견'에서 참석자가 서울동부지방검찰청에 제출할 고소·고발장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한편 위원회는 성매매 업소의 실제 업주 추정 인물 B씨와 건물주를 고소‧고발할 예정이다. 이들은 이날 서울동부지방검찰청에 고소‧고발장을 제출할 예정이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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