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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빈의 ‘뉴 롯데’ 석유화학 날개 단다…루이지애나 공장 9일 준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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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지난 5일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9일(현지시간) 열릴 미국 루이지애나 롯데케미칼 에탄크래커 공장 준공식 참석을 위해서다. 뉴욕의 다른 사업체도 둘러볼 것으로 알려져있지만, 사실상 준공식 참석만을 위해 일찌감치 출장길에 나섰다.
그만큼 이 공장이 신 회장에 갖는 의미는 각별하다. 롯데가의 ‘형제의 난’이 한창 시끄러울 때이자 롯데 그룹에 대한 검찰 수사까지 진행되던 2016년 6월 진행된 착공식에도 우려의 목소리를 뒤로하고 현지로 향해 삽을 떴다.

롯데케미칼, 미국 셰일가스 원료 #에틸렌 생산설비 3년 만에 완성 #축구장 152개 크기 3조 넘게 투자

루이지애나 공장은 북미 지역에서 조달하는 셰일 가스를 원료로 에틸렌(100만t)과 에틸렌글리콜(70만t)을 생산하는 시설이다. 축구장 152개 크기의 초대형 플랜트로 투자 규모는 31억 달러(3조6000억원)에 달한다. 미국 화학사인 웨스트레이크(구 액시올)와 합작사업이지만 롯데가 지분의 90%를 갖고 있다.

,롯데 루이지애나 공장 개요. [자료 롯데 케미칼]

,롯데 루이지애나 공장 개요. [자료 롯데 케미칼]

대부분의 석유화학 설비는 원유 정제 과정에서 생산되는 나프타(납사)를 원재료로 사용한다. 하지만 루이지애나 공장은 셰일 가스에서 추출한 에탄을 원재료로 활용한다. 일반적으로 에탄 가격이 나프타보다 낮아 경쟁력이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루이지애나 공장이 예정대로 가동되면 롯데의 에틸렌 생산량은 현 연간 292만t에서 450만t으로 확대된다. 전 세계 생산능력의 2.6%를 롯데가 감당하게 되는 것이다. 롯데케미칼은 세계 7위(현재 11위) 석유화학 회사로 도약을 넘볼 수 있게 된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미국에서의 에탄크래커 합작사업은 롯데케미칼이 아시아를 넘어 세계적인 화학회사로 도약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는 다음 달 9일 시작될 본격 상업생산 이후 연간 매출을 약 9000억원으로 기대하고 있다. 단 최근 에틸렌 등의 가격이 내려가고 있어 예측대로 매출을 올릴 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그럼에도 이번 준공식은 롯데가 해외 석유화학 공장 하나를 추가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롯데 기업 정체성에 중대한 변화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유통ㆍ식품 사업을 주력으로 성장해 온 롯데의 성장 모델이 이제서야 두 방향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화학 부문을 미래 성장 동력으로 내세우게 된 배경엔 신 회장의 의지가 작용했다는 게 롯데 관계자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그가 밝힌 “유통과 화학의 두 날개로 나는” 뉴 롯데의 청사진이 이번 준공식으로 완성된다는 것이다.

2016년 6월 14일 미국 루이지애나주 레이크찰스에서 열린 롯데케미칼과 미국 액시올의 합작사업 기공식에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중앙포토]

2016년 6월 14일 미국 루이지애나주 레이크찰스에서 열린 롯데케미칼과 미국 액시올의 합작사업 기공식에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중앙포토]

신 회장은 그동안 화학 분야에 남다른 관심을 표해왔다. 1990년 롯데케미칼 전신인 호남석유화학 상무로 처음 입사해 인연이 깊은 점도 작용했다. 지난해 10월 집행유예로 석방된 이후의 시간엔 석유화학 사업 재편을 위한 결정을 내리고 투자를 결정하는 데 할애했다. 롯데 관계자는 “신 회장이 추진하고 있는 글로벌 롯데 구축에 한층 가속이 붙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루이지애나 공장은 약 5년간지속한 화학 부문 프로젝트가 일단락되었다는 의미가 있다. 롯데는 2016년 루이지애나 공장 투자를 결정한 뒤 삼성으로부터 롯데 첨단소재(삼성SDI 화학사업부문)와 롯데정밀화학(삼성정밀화학)을 인수해 재계를 놀라게 했다. 이어 현대케미칼을 설립했고, 특수고무 사업까지 시작하면서 화학 기업의 진용을 갖춰나가고 있다. 지난해 12월 인도네시아 자바 반텐주에서 열린 대규모 유화단지 기공식에도 참석했다. 기공식을 계기로 본격적인 공사에 착수, 2023년까지 상업생산을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새 유화단지가 완공되면 롯데 화학 부문은 거대 시장을 선점하고 동남아 시장에서의 지배력을 한층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전영선 기자 az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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