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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경 광업 소 문닫자 점촌 시 〃휘청〃|대량 실직에 상가 〃개점 휴업〃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3면

경북 점촌시가 술렁인다. 국내 10대 탄광의 하나로 점 촌 시중경제의 30%를 차지해온 대성탄좌 문경 광업소 (대표 김문근)가 개광 31년 만인 15일 폐광함에 따라 점촌시는 온통 깊은 시름에 빠져 흔들리고 있다.
문경 광업소가 70일간의장기파업 노사분규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끝내 문을 닫자 광원1천2백47명은 졸지에 일자리를 잃었고 상가에는 찬바람이 몰아닥쳤다.
파업기간 중 60여 개의 대중음식점과 유흥업소·식육점이 이미 휴업이나 폐업을 하고 전업을 서두르고 있다.
이런 가운데 13일 폐광소식이 알려지면서 시내 대중음식점 4백47개, 유흥업소1백 개, 식육점74개 업소들은 하루 매상고가 종전에 비해 절반도 안돼 철시 상태나 다름없다. 그 동안 성업을 이루던 유흥음식점과 대중음식점 1백여 개가 셔터를 내리고 점포 세놓음 안내문을 내 붙였다.
이 때문에 업주와 종업원들은 다른 일자리를 찾기 위해 점촌 을 떠날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나 점포운영을 하겠다고 나서는 사람이 없다.
지난 5월 파업 전만 해도 3∼4평 짜리 대폿집의 경우 3백만∼4백만 원의 권리금까지 주고도 가게 얻기가 힘들였으나 옛말이 되고 말았다.
지난58년 개광 된 광업 소가 확장되면서 주택·상가신축으로 활발한 경기를 보여온 부동산도 매매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아직 주택·땅 등 부동산값 폭락현상은 나타나지 않고 있으나 광원들의 실직에 따라 고향이나 다른 곳으로 떠나면 집 값·전세 값도 떨어질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86년1월1일 시로 승격한 점촌시의 인구는 1만1천9백42가구 5만3천9백여명. 이중 광업소 종업원과 가족이 6천3백여 명으로 점촌시는 사실상 문경 광업 소의 성장에 따라 시로 탄생된 셈이다.
문경 광업 소에서 점촌시에 한달 평균 뿌려진 돈은 줄잡아 20억 원. 광원들의 임금7억 원과 자재대·운영비등 간접경비가13억 원으로 이는 점촌시 경제의 30%를 웃도는 비중을 차지해왔다.
폐광의 발단은 노사분규. 노조 측이 지난5월3일 임금43%인상과 도급제 완전철폐 등을 요구하며 파업에 들어가자 회사측도 이에 맞서 5월15일 직장폐쇄신고를 했다.
파업과 직장폐쇄로 맞선 후 회사측은 노조 측에 90%고정급에 임금15·5%인상안을 제시,11차례의 끈질긴 노사협상을 벌였으나 노조 측이 당초 요구 안을 고수해 무산됐다.
회사측은 사양화에 접어든 탄광실정을 들어 광노 연맹의 타결 인상선언15·5% 인상에서 합의하자고 노조 측에 제의했으나 노조 측이 무리한 요구를 고집하는 바람에 장기파업으로 치달았다.
방치된 지하채탄갱도는 붕락 또는 침수돼 원상회복이 어려운 곳이 생겨났으며 지역경기도 휘청거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11차례의 협상에도 진전이 없자 회사측은 13일 『장기분규로 인한 경영악화 등으로·더 이상 지탱할 수 없어 15일부터 폐광하겠다』고 공고한 것이다.
회사측은 폐광에 따라18일부터 29일까지 시내4개 은행에서 광원들의 퇴직금 1백10억 원을 지급하겠다는 안내문을 사택 촌에 돌렸다.
12일 광원총회에서 70일간 파업을 주도해온 이상복위원장 (28) 이 물러나고 남정봉씨 (37)를 새 위원장으로 뽑은 노조 측은 14일 회사측에 폐광철회를 촉구했다.
노조 측은 이날 버스 2대에 광원93명을 태우고 김문근 사장과 만나 폐광철회요구를 위해 서울로 갔다.
또 각계에 조업재개를 진정키로 하는 한편 회사측이 18일부터 지급키로 한 퇴직금수령을 거부키로 했다.
비록 노조 측의 무리한 요구와 장기파업으로 분규가 악화됐으나 1천명이 넘는 광원들의 대량실직, 지역경제 위축 등 폐광에 따른 문제가 하나둘이 아니다.
김이 무럭무럭 나는 석탄이 계속 광 차에 실려 나와야할 갱구는 폐허의 구멍처럼 변했다. 연간80만t의 석탄을 생산해온 국내 굴지의 탄광은 개광 31년의 긴 세월을 깊고 검은 갱도에 묻어버렸다. 【점촌=김영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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