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EY] 해외펀드, 애물이냐 보물이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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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나란히 수익률 급감=지난해 말부터 펀드 시장의 '태풍'으로 떠올랐던 해외 펀드는 선진국.후진국 가릴 것 없이 2분기부터 수익률이 급락하면서 연초 상승분을 대부분 반납했다. 환헤지를 하지 않았다면 투자 손실은 더욱 커진다. 펀드평가회사 제로인에 따르면 우리나라 투자자들이 많이 가입한 인도 펀드는 최근 3개월간 수익을 -9.59%(달러화 기준.6월 30일 현재)나 까먹었다. 일본과 유럽, 남미 등 이머징마켓에 투자하는 펀드도 3개월 만에 5%가 넘는 손실을 봤다. 일본.대만 등 일부 지역은 연초 대비 수익률마저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이처럼 해외 펀드가 나란히 부진한 모습을 보이자 수탁액 증가세도 주춤하고 있다. 지난해 말까지 3조~4조원에 머물던 해외 펀드 수탁액은 반년도 못 돼 두 배 넘게 불면서 5월에는 9조1260억원까지 증가했다. 그러나 지난달엔 9조979억원으로 7개월 만에 처음으로 줄었다.

◆환매할까 말까=끝없이 추락하던 해외 증시가 최근 회복세를 보이면서 투자자들의 환매 욕구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하지만 섣부른 환매는 요즘처럼 변동성이 커진 상황에서 되레 손실을 키울 수도 있다. 해외 펀드는 3~4일 내에 이뤄지는 국내 펀드와는 달리 5~8일 뒤에야 환매가 이뤄지기 때문에 이 기간 추가 손실이 발생할 수도 있다. 반대로 급락했던 세계 증시가 안정을 찾을 경우 성급한 환매로 그나마 손실 회복 기회마저 놓칠 수 있다. 특히 투자 기간이 1년도 채 안 되는 상황에서 원금을 까먹으면서까지 환매에 나서는 것은 '오버 액션'이라는 지적이다. 해외 펀드는 선취 수수료, 중도 환매 수수료 등이 비싸기 때문에 가입한 지 얼마 안 된 투자자들은 이중으로 손해 볼 수 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올 초에 가입한 투자자들의 경우 투자기간을 3년까지 여유 있게 보고 참아라"고 조언한다. 실제로 주요 해외 펀드의 3년 수익률은 평균 80%를 넘는다. 반면 가입한 지 1년이 넘은 투자자들은 펀드 일부를 환매한 뒤 당분간 세계 증시의 움직임을 지켜보는 것도 괜찮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신규 가입 괜찮을까=전문가들은 해외 증시의 반등 여력이 충분하기 때문에 하반기 해외 펀드 전망은 비교적 밝다고 평가하고 있다. 다만 해외 펀드는 장기간에 걸쳐 국내 투자에 따르는 위험을 분산하는 데 목적이 있기 때문에 길게 보고 투자하는 게 필요하다는 것이다. 대한투자증권 강창주 상품전략본부장은 "최근 급락으로 저평가 매력이 커진 데다 미국 금리 인상에 대한 불확실성이 사라지고 있어 하반기에는 해외 펀드 투자가 다시 인기를 끌 것"이라며 "그러나 전체 투자자산 중 20%가량을 해외 펀드에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최소 3년 이상의 장기 투자가 필수적"이라고 조언했다.

특히 특정 국가 펀드에 집중하기보다는 선진국과 신흥시장에 분산 투자하는 게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다. 목돈을 투자할 생각이라면 한 번에 전액을 투자하는 '올인' 투자보다는 시간을 나눠 분할 투자하는 게 바람직하다. 또 해외 펀드를 선택할 때는 최근 수익률에 현혹되지 말아야 한다. 1~2년의 단기 수익률보다는 5년 정도 꾸준히 안정적인 수익을 낸 펀드를 고르는 게 바람직하다.

손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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