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여론조사 수치가 말해주는 이미선의 부적격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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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국민의 절반 이상이 이미선 후보자가 헌법재판소 재판관이 될 자격이 없다고 생각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어제 나왔다. 리얼미터가 조사,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54.6%가 이 후보자가 부적격하다고 응답했다. 적격하다(28.8%)는 대답보다 2배 가까이 높다. 지역적으로는 서울(69.2%)의 부정적 의견이 가장 높았다.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광주·전라에서도 부적격(42.8%)이 적격(40.4%) 의견보다 많았다.

정당 지지 별은 자유한국당 지지층의 부적격(91.4%) 의견이 가장 높았고, 무당층(64.3%)에서도 부적격 의견이 우세했다. 진보세력인 정의당 지지층에서조차 부적격(42%)이 적격(35.4%) 의견보다 높았다. 30대에서도 부적격(44.9%)이 적격(29.4%) 의견을 넘어섰고, 40대에선 절반이 넘는 51.2%가 부적격하다고 답했다.

민주당 지지층, 20대를 제외한 거의 모든 계층·지역·연령에서 부정적 의견이 높은 건 국민들이 이번 사안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방증이다. 주식·재산 보유 과다의 문제가 아니라 보통사람의 상식과는 동떨어진 5500여회 주식 거래, 특정 주식의 집중 매매가 심상치 않다고 보는 것이다. 그런데도 청와대는 이런 민심을 헤아리기는커녕 이번에도 임명 강행을 밀어붙이는 분위기다. 이 후보자의 남편이 방송·SNS를 통해 주식 투자 경위에 대해 해명했고 이 후보자가 주식 전량을 매각한 만큼 “의혹이 해소됐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그래서인지 인사청문회 때만 해도 “자진 사퇴하는 게 낫다”며 부정적 기류를 보였던 민주당과 친여권 성향의 정의당·민주평화당의 태도도 돌변했다. “중대한 흠결이 나타나지 않았다”(이해찬 민주당 대표)거나 “직무수행에 큰 문제가 없다”(이정미 정의당 대표)며 민심과 동떨어진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더욱 석연치 않은 건 “이발사의 딸도 헌법재판관이 되는 세상이 돼야 될 것 아니냐”(박지원 민평당 의원)며 느닷없이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프레임을 끌어다 댄 것이다. 사안의 본질과도 무관할 뿐만 아니라, 국민을 둘로 갈라치는 ‘프레임 정치’로 당장의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2020년 4월 15일엔 21대 총선이 치러진다. 꼭 1년 후다. 총선은 축적된 민심의 총량이 투표로 표출되는 여론의 심판장이다. 공교롭게도 어제 발표된 리얼미터 조사에서 민주당 지지율은 지난주보다 2.1%포인트 하락한 36.8%였다. 한 여권 인사는 “총선은 가까워 오는데 청와대가 자꾸 민심을 무시하는 행보를 보여 걱정”이라고 하소연했다. 여론조사의 수치가 보여주는 민심의 경고음을 가볍게 여기지 않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