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대표 사퇴 거부한 채 '정병국 혁신위원장' 카드로 정면돌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정병국 혁신위원장 카드로 극심한 당의 갈등을 정면돌파하고 나섰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외교안보 현안 관련 기자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외교안보 현안 관련 기자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사퇴론에 휩싸인 손 대표의 카드는 두 가지다. 당장 이번 주초 손 대표는 현재 공석인 지명직 최고위원 2명을 임명할 예정이다. 당 당헌당규에 따라 대표가 최대 2명의 최고위원을 임명할 수 있는데 손 대표는 이를 공석으로 놔두고 있었다. 손 대표의 측근은 "현역 의원 1명, 원외 인사 1명으로 각각 남·여 1명씩 임명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바른정당계 최고위원 3인(하태경·이준석·권은희)이 8일부터 선거 참패의 책임을 지고 손 대표의 사퇴를 요구하며 최고위를 보이콧하고 있는 가운데, 최고위원 임명으로 손 대표가 반격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이 가운데 손 대표는 주말 사이 바른정당계 최고위원들을 직접 만나 바른정당계 5선인 정병국 의원을 당 혁신위원장으로 내세우는 제안을 했다. 혁신위원장은 통상 선거가 끝난 후 패배의 원인을 분석하고 당 혁신 방안을 내놓는 일시적 자리다. 그러나 바른정당계에선 ‘몇 달 만에 혁신보고서 몇 장 내고 끝나는 혁신위원장으로는 무너진 당을 수습하고 총선에 대비하기는 어렵다. 손 대표 사퇴가 먼저’라는 의견을 전달했다고 한다. 즉 당 대표 사퇴 이후 비대위 체제가 아닌, 당 대표 존속 하의 혁신위 체제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정 의원은 14일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공식 제안을 받은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최근 손 대표와 직접 만나 당을 살릴 방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그러던 와중에 (혁신위원장 제안 등) 비슷한 취지의 이야기가 있었다"고 전했다. 다만 정 의원은 "만약 지도부가 합의해 그런(정병국 혁신위원장) 제안을 한다면 그때 가서 (수용 여부를)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12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지방의회 위상정립을 위한 지방자치법 개정 토론회에서 바른미래당 정병국 의원이 개회사 하고 있다. [연합뉴스]

12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지방의회 위상정립을 위한 지방자치법 개정 토론회에서 바른미래당 정병국 의원이 개회사 하고 있다. [연합뉴스]

바른정당계에선 '사퇴 연판장' 작성으로 맞불을 놨다. 하태경 최고위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손 대표는 당을 살릴 구체적 대안도 없으면서 자리 보존에만 급급한다. 다음 주부터 지도부 총사퇴를 촉구하는 지역위원장 연판장을 작성할 예정"이라며 "지역위원장 과반수의 동의를 받으면 임시 전당대회 소집요건을 넘어 현 지도부에 대한 불신임이 확인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당 지역위원장은 105명으로, 이들 중 과반의 동의를 받아 압박에 나서겠단는 방침이다.

한편 이날 권은희 최고위원이 부친상으로 대구에 빈소가 차려진 가운데, 바른정당계 최고위원들이 대구에서 어떤 의견을 나눌지도 주목된다. 이준석 최고위원은 통화에서 “오늘 저녁 대구에서 만나 어떤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할지 최종적으로 의견을 조율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번 주 중 선거제 패스트트랙과 관련한 의원총회도 예정돼 있어, '한 지붕 두 가족'으로 빚어온 당내 갈등이 분수령을 맞을 전망이다.

성지원 기자 sung.jiwo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