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냐 일본해냐 "韓·北·日, 런던서 협의"···북한은 '조선 동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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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에서 만드는 유럽 최고의 명품 수제 지구본 제작 기업인 '조폴리 지오그라피카'가 제작한 지구본에 동해(EAST SEA)가 단독 표기돼 있다. [중앙포토]

이탈리아에서 만드는 유럽 최고의 명품 수제 지구본 제작 기업인 '조폴리 지오그라피카'가 제작한 지구본에 동해(EAST SEA)가 단독 표기돼 있다. [중앙포토]

남북한과 일본 3국이 영국 런던에서 ‘동해(일본 측 주장 일본해)’ 명칭을 놓고 최근 비공식협의를 가졌다고 산케이신문이 11일 보도했다. 신문은 “일본 정부와 (남북한) 양국 담당자가 지난 9일 영국에서 비공식협의를 진행한 것을 외교 관계자 등의 취재로 확인했다”며 “앞으로도 협의를 계속할 전망”이라고 전했다.

지난 9일 영국 런던서 3국 담당자 협의 #IHO가 요청…미적대던 일본에 경고 보내 #日 "협의 계속해도 개칭 응할 생각은 없어" #

이번 협의는 국제수로기구(IHO)의 요청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IHO는 세계 각국이 제작하는 지도의 지침인 ‘해양과 바다의 경계’ 개정을 추진하면서 동해 표기를 놓고 다투고 있는 당사국 간 협의를 요청했다. 그러나 일본이 부정적인 태도를 취하자 지난해 가을쯤 IHO 사무국이 ‘협의에 응하지 않을 경우 지침 개정뿐 아니라 일본해(Japan Sea) 명칭 폐지도 검토하겠다’고 압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 2월 12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IHO의 요청에 “책임 있는 멤버로서 비공식협의에는 건설적으로 공헌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아베 총리는 “협의에서 일본해가 국제사회에서 확립된 유일한 호칭이며 변경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단호하게 주장하겠다”며 “국제기관과 국제사회에도 올바른 이해와 일본에 대한 지지를 요구하겠다”고 말했다.

독도가 일본의 영토임을 표시한 2019년 일본 초등학교 사회 교과서의 지도. 윤설영 특파원

독도가 일본의 영토임을 표시한 2019년 일본 초등학교 사회 교과서의 지도. 윤설영 특파원

반면 한국은 동해(East Sea)로 단독 표기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도 일본과 합의할 때까지는 동해와 일본해를 병기하자는 입장이다. 북한도 꾸준히 동해 표기를 주장하는 상황이다.

산케이는 복수의 관계자를 인용해 “(이번 협의에) 일본에선 외무성 간부가, 한국과 북한에선 담당 간부 등이 참석했다”며 “일본 측은 앞으로 협의를 계속 진행해도 개칭에 응할 생각은 없고 기존 입장을 견지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국 외교부도 11일 "관련 협의가 한국과 북한·일본 및 (IHO) 의장국인 독일 등이 참석한 가운데 런던에서 열렸다"고 확인했다. 북한도 동해에 접한 당사국으로서 IHO 협의에 참여했다고 한다. 북한은 ‘조선 동해’라는 표기를 사용한다. 남북 간에도 동해 표기가 완벽히 일치하지는 않는 셈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기자들에게 “(동해 표기를 위한 남북의) 공동 대응이라는 말을 쓸 수 있는지는 모르겠다”면서도 “일본해 단독 표기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면에서는 남북이 차이는 없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또 "다음 협의는 확정은 안 됐지만 7~8월에 있을 이사회를 계기로 있을 것 같다”고 전망했다. 실제로 동해 병기가 이뤄질지 여부에 대해선 “예단해서 말씀드리긴 어렵다”고 말했다.

김상진·전수진 기자 kine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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