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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의원 연행 방침에 평민 거센 저항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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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서경원 의원의 구속에 이어 이철용 의원에 대한 연행이 시도되자 평민당은 6일 긴급확대간부회의를 소집해 대응책을 마련하는 한편 당국의 불법적인 수사 태도를 규탄하고 나섰다.
평민당은 서 의원 사건이 금주들어 잠시 소강 상태로 접어들자 변호인단 등을 구성해 면회를 시도하는 등 분위기의 반전을 노렸으나 또 다시 이 의원 연행 사건이 터지는 바람에 다소 주춤한 상태이며 이 사건이 어떻게 확대되어 갈 지에 대해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일단 평민당은 이미 당론대로 불법적인 연행이나 소환에는 불응한다는 방침을 재확인했으나 수사의 범위가 어디까지 확대될지 몰라 당내에 다시 초조와 긴장이 감돌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강력히 버텨 불발로>
○…이 의원은 5일 오후 부산 김해공항과 서울 김포공항에서 두 차례에 걸쳐 안기부 요원 들에 의해 임의 동행 형식으로 연행될 뻔 했으나 이 의원은 차라리 강제연행을 하라』며 강력히 버텨 불발.
이 의원은 이날 당 마약 대책특위 위원 자격으로 여성중앙기자 2명과 함께 마약실태 파악을 위해 오후 4시50분쯤 부산에 도착했는데 공항에서 기다리던 안기부 요원이 자진출두를 요구.
안기부요원은 이 의원에게 다가가 『서울의 부장님의 지시인데 이 의원을 다시 김포로 정중히 모시라는 전화가 왔았다』고 임의동행을 요구.
이 의원은 『협조할 수 없으니 연행하려면 강제 연행을 하라』며 행선지인 부산 시립병원으로 가 히로뽕 중독자를 면담.
오후 9시 서울행 비행기를 탄 이 의원 일행은 서울 도착시간인 9시50분이 넘어도 비행기가 공항에 착륙치 않자 창 밖을 내려다보니 공항 상공을 맴돌고 있어 신변에 위협을 느낀 이 의원은 비행기내의 휴지에 자신은 서 의원 사건을 전혀 몰랐었고 자신이 만약 연행된다면 이는 강제연행이라는 요지로 김 총재에게 보내는 편지를 써 동행했던 여성 중앙 기자에게 맡겼다.
김포공항 귀빈실로 나온 이 의원에게 안기부 요원들이 동행에 협조해 줄 것을 거듭 요청했으나 불응하자 『그렇다면 일단 돌아가십시오』라고 연행을 포기해 이 의원은 동교동 김대중 총재 자택으로 직행.

<권 의원에 협조 전화>
○…이 의원이 부산에서 처음으로 연행을 요구받기 10여분전인 5일 오후 4시30분쯤 안응모 안기부 제1차장이 평민당의 권노갑 의원에게 전화를 걸어『차장실에서 잠시 면담하고 돌려보내겠다』며 이 의원의 임의 동행에 협조해 줄 것을 요청.
권 의원은 이를 즉각 김대중 총재에게 보고한 뒤 안 차장에게『정식 구속 영장이 발부되지 않는 한 연행에 응할 수 없다』는 당의 강경한 방침을 통보했으며 이를 들은 안 차장은 『적법한 절차를 밟지 않은 강제 연행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약속했다는 것.
김 총재는 6일 오후로 예정된 이 의원의 귀경 일자를 앞당겨 즉시 돌아오도록 지시.
조승형 인권 위원장·이상수 대변인을 비롯해 권노갑·박상간·조홍규 의원 등은 이 의 원이 공항에서 연행될 것에 대비해 김포공항 귀빈실로 나가 대기했으나 도착 예정시간인 9시50분이 훨씬 넘도록 이 의원이 나오지 않자 당국이 이 의원을 연행해 간 것으로 판단하여 오후 10시30분쯤 조홍규 의원만 빼고 모두 동교동으로 돌아와 김 총재에게 『비행기에서 바로 승용차로 연행된 것 같다』고 보고.
그러나 20분 뒤 이 의원이 조홍규 의원과 함께 동교동에 도착하자 침울했던 분위기가 다시 활기를 찾았다.
이 의원이 늦게 도착한 이유는 당국이 이 의원이 탄 비행기를 김포 공항 상공에서 30분 선회시켜 늦게 착륙토록 했기 때문이라는 후문.
이는 안기부가 이의원을 공항 도착 즉시 연행할 것인지 여부를 두고 결론을 내리지 못 해 공항 당국에 체공을 요청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흥분한 상태로 동교동에 들어온 이 의원은 빠른 목소리로『양심을 걸고 추호도 그런 일이 없다』고 말하자 김 총재는『오늘은 여기서 자고 내일 확대 간부 회의에서 자세히 보고하라』고 지시. .
김 총재는 자택주변에 이 의원을 연행하기 위해 안기부 및 경찰요원 10여명이 배치되자 대책회의가 끝난 뒤 이 의원에게 양심 선언을 남겨놓도록 했는데 이 의원은 이에 따라 녹음과 서면으로 자신의 혐의 부분에 대한 해명을 담아 김 총재에게 전달.

<인권유린 처사다>
○…당국의 갑작스런 연행방침을 통고 받은 평민당의 당직자들은 연행하려는 혐의 내용 등을 확인하려고 이곳 저곳 알아보았으나 뚜렷한 내용이 나오지 않자 당국의 마구잡이식 연행을 비난하며 공세입장으로 전환.
김 총재의 한 측근은 『서 의원을 접견도 안 시키고 서 의원 자백이라는 것만 증거로 계속 잡아갈 수 있느냐』 며 『이는 평민당을 와해시키려는 공작』이라고 당국을 비난.
이상수 대변인은 『이 의원에 대한 강제연행 기도는 적법 절차를 무시한 인권유린 문제』 라며 『임시 국회가 아니라면 법사·국방위라도 열어 정부의 책임을 추궁해야 한다』고 분개.
한편 이 의원은 서 의원 사건이 터진 이후 다른 의원들과는 구별되는 행동을 눈에 띌 정도로해와 주목을 받아왔다.
특히 거의 매일아침 중앙 당사 기자실에 일찍 나와 기자실에 설치된 연합통신 전송기사를 혼자 뒤적거리기도 했으며 거의 기자실에 있다시피하면서 서 의원 사건에 대한 언론의 동향에 유별나게 지대한 관심을 보였다.
그러면서도 이 의원은 서 의원에 대해서는 심하게 나무라는 발언을 공개적으로 해왔으며 심지어 4일 조홍규 의원과 목욕을 함께 하면서 『서경원은 모자라는 사람』이라며 『갔다왔으면 갔다왔다고 할 것이지 왜 숨겨왔는지 도저히 모르겠다』는 말을 하기까지 했다는 것이다. <김진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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