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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 잘못된 세금 심사 '겉핥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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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국세청이 세금 불복 청구를 정당하다고 인정한 비율이 국세심판원(재정경제부 산하)보다 크게 낮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 때문에 납세자들도 잘못된 세금 부과를 바로잡아 달라고 청구할 때 국세청보다 국세심판원을 찾고 있다.

세제 전문가들은 세금을 부과한 국세청이 스스로 자신의 잘못을 시정하기 어려운 만큼 세금 불복 청구는 제3의 기관인 국세심판원으로 창구를 통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국세청 판정이 납세자에게 불리=국세심판원은 올 상반기에 납세자들이 세금 부과가 잘못됐다고 청구해 심판한 건수(2천28건) 중 7백74건에 대해 납세자에게 유리한 판정을 내렸다. 납세자의 승률(인용률)이 38.2%에 이르는 것이다. 이는 같은 기간 국세청의 인용률(27.8%)보다 10%포인트 이상 높은 것이다.

두 기관이 납세자에게 유리하게 판정한 비율은 그동안 35% 안팎으로 비슷한 수준이었으나 올 들어 국세청의 인용률이 급격히 낮아졌다. 이용섭 국세청장이 지난 3월 취임한 후 법과 원칙에 따른 엄격한 심사를 요구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그러자 세금 불복 청구가 국세심판원에 몰리고 있다. 올 상반기 국세심판원에 심판을 청구한 건수는 3천84건으로 국세청에 대한 심사 청구(1천4백14건)의 2.2배나 됐다. 국세청에 대한 심사 청구는 지난해 2천73건으로 2000년(2천2백87건)보다 10%나 준 반면 국세심판원 심판 청구는 2002년 7천6백38건으로 2년 전보다 75% 증가했다.

◇'수박 겉핥기' 심사=국세청은 차장을 위원장으로 내.외부 전문가 11명으로 구성된 비상임 심사위원회를 월 1~2회(회당 2~3시간 소요)가량 열고 있다. 여기서 올 상반기에만 9백21건을 심사했다. 건당 심사에 걸린 시간은 평균 2~3분에 지나지 않는 셈이다. 국세청 심사는 현지 확인은 하지 않고, 서류로만 한다.

김창남 국세청 법무심사국장은 "심사위원회에서 실질적인 심사가 이뤄지는 것은 복잡하고 판단하기 어려운 사안들에 국한된다"며 "나머지 대부분의 사안은 심사위원회를 소집하기 일주일 전에 위원들에게 내용을 전달해 검토하게 한다"고 해명했다.

국회 재정경제위원회 소속인 이완구(자민련)의원은 "국세청은 자신들이 잘못 부과한 세금을 스스로 시정하는 데 인색할 수밖에 없다"며 "국세청의 심사는 객관성과 공정성이 떨어지므로 심사 기능을 국세심판원으로 통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재홍 기자

*** 바로잡습니다

9월 30일자 E2면 '잘못된 세금심사 겉핥기'기사 중 "국세심판원 심판 청구는 2002년 7천6백38건으로 2년 전보다 75% 증가했다"를 "4천7백45건으로 9% 증가했다"로 바로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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