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석탄서 다시 기름 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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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석탄으로 만든 경유'가 대체 에너지로 주목받고 있다. 고유가가 지속되면서 몬태나.와이오밍주 등 대표적 석탄 지대에서 이른바'석탄 액화'공장 건설이 잇따라 추진되고 있다. 특히 전 세계 석탄 매장량의 11%를 보유하고 있는 몬태나주에서 이 같은 계획이 구체화하면서 환경오염 논란도 일고 있다고 2일 영국 BBC방송이 보도했다.

미국의 석탄 액화 공장 추진론자들은 매장량이 풍부한 석탄을 기름으로 바꾸면 고유가를 극복하고, 동시에 중동산 석유 의존도도 낮출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브라이언 슈와이처 몬태나 주지사는 "우리를 증오하는 중동으로부터 배럴당 70달러나 주면서 원유를 사들일 이유가 없다"며 이를 강력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공장 설립으로 수천 개의 일자리가 창출되는 것도 큰 매력이다. 이 때문에 인근 와이오밍주에서도 워런 버핏이 대주주인 미드아메리칸 에너지 등 몇 개 기업들이 상용화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학계에서도 이를 뒷받침하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펜실베이니아 주립대의 프랭크 클레멘테 교수는 미 전역에서 석탄 액화에 나설 경우 하루 2500만 배럴의 원유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2일 밝혔다.

문제는 고비용이다. 송유관 등 인프라를 제외하고 공장만 짓는 데도 10억 달러 이상이 들어간다. 전 세계적으로 그간 석탄 액화 기술이 인기를 끌지 못했던 것도 이 때문이었다.

그러나 고유가로 상황이 급변했다. 클레멘테 교수는 "원유가가 배럴당 40달러 이상이면 액화 석탄이 경제성이 있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실제로 뉴욕 상품거래소에서 원유가는 2004년 6월 이후 배럴당 40달러 이하로 떨어진 적이 없다.

하지만 반발도 만만치 않다. 우선 환경론자들은 석탄 액화 과정에서 다량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돼 환경 오염을 일으킬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몬태나주는 뛰어난 자연 풍광으로 영화'흐르는 강물처럼'의 배경이 됐던 곳이다.

경제성 논란도 여전하다. 몬태나 주정부의 계획에 상당수 에너지 업체 관계자들은 "석탄 액화에 들어가는 비용으로 차라리 화력 발전소를 더 짓는 것이 나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조민근 기자

◆ 석탄 액화(coal to liquid)=석탄을 고온.고압에서 일산화탄소와 수소로 만든 뒤 다시 액체로 변환시키는 과정을 거친다. 이렇게 만들어진 원유를 정제하면 인조 경유를 만들 수 있다. 석탄 액화 기술은 제2차 세계대전 기간 독일 나치 정권이 루마니아 유전지대를 잃은 뒤 처음 실용화했다. 이후 고비용으로 주목받지 못하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이 아파르트헤이트 정책으로 경제제재에 직면하자 이를 상용화, 현재 세계 최고의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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