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가방 찾으려다 ‘마약 전문’ 경찰에 딱 걸린 직장인

중앙일보

입력

분실한 가방을 찾기 위해 경찰서를 방문한 30대 남성이 마약사범으로 현장에서 체포됐다.

서울 종암경찰서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30대 직장인 A씨와 공범 B씨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2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달 15일 오전 7시쯤 택시에 두고 내린 노트북 가방을 찾기 위해 이날 오후 종암서를 찾았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A씨는 어떻게 마약사범으로 체포된 것일까.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A씨가 택시에 두고 내린 가방은 당일 오전 종암서 월곡지구대에 맡겨졌다. 택시기사가 “술 취한 승객이 두고 내린 것”이라며 A씨의 가방을 지구대에 맡긴 것이다.

지구대는 가방 주인을 찾기 위해 내용물을 살펴보던 중 노트북과 함께 담뱃재로 보이는 가루를 발견했다. 마침 지구대에는 마약 수사 전문인 베테랑 경찰이 있었는데, 이를 본 경찰은 수상한 가루가 대마라고 판단했다.

그사이 A씨는 택시기사에게 전화를 걸어 가방의 행방을 물었다. 택시기사는 A씨에게 “지구대에 맡겼다”고 답했다.

지구대는 연락해 온 A씨에게 “종로서에 가방이 있다”고 유도한 뒤 종암서에 A씨의 연락처를 남겼다.

오후 3시쯤 종로서를 찾은 A씨는 그 자리에서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이 “이 담뱃재는 대마가 아니냐”고 추궁하자, A씨는 대마가 맞는다고 시인했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지인 B씨가 건네 호기심에 마약을 투약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진다.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2회, B씨는 1회 마약을 투약했다. 경찰은 보다 정확한 파악을 위해 두 사람의 머리카락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감정 의뢰한 상태다.

경찰 관계자는 “A씨와 B씨를 마약 소지 및 투약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며 “공급책은 따로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 두 사람 모두 대마를 구하게 된 경위에 대해서 진술하지 않고 있다”며 “두 사람이 함께 대마를 얻은 것으로 추정되는 술집을 포함해 다각도로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김은빈 기자 kim.eunb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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