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부 면담 요구한 노조위원장 감봉…법원 "처분 위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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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부에게 면담을 요청했다가 감봉 처분을 당한 노동조합위원장이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부당노동행위 구제 재심판정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이 나왔다. [뉴스1]

간부에게 면담을 요청했다가 감봉 처분을 당한 노동조합위원장이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부당노동행위 구제 재심판정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이 나왔다. [뉴스1]

승진 심사에서 탈락한 이유를 확인하기 위해 간부에게 면담을 요청한 노동조합위원장에게 감봉 처분을 내린 것은 위법하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홍순욱 부장판사)는 우정사업본부 노조위원장 최모씨 등이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부당노동행위 구제 재심판정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최씨 등은 2016년 9월 자신의 노조 소속 조합원이 승진에서 탈락한 반면 교섭 대표노조의 직원은 승진하자, 우체국 3층 승강기 앞 공간에 모여 총괄국장 등 간부들에게 면담을 요구했다. 이들이 속한 노조는 우정사업본부에 결성된 5개 노조 중 소수노조다.

당시 우체국 측의 해산 명령에 따르지 않은 조합원들은 오전 8시 20분부터 출근한 간부들과 차례로 면담하고 8시 55분께 업무에 복귀했으나 최씨 등 노조 간부들은 이 사건으로 1∼2개월의 감봉 처분을 받았다.

이에 최씨 등은 이듬해 "징계처분은 불이익 취급 및 지배·개입의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했으나 기각당했다. 이후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신청을 했지만 이 역시 기각판정을 받아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최씨 등이 간부를 기다린 것은 쟁의행위가 아닌 조합활동에 해당하고 그 정당성 또한 인정된다고 봤다.

재판부는 "면담대기 등 행위는 소수 노조에 대한 차별 여부 확인을 위해 이뤄진 것으로 보이고 근로조건 개선 등 노조의 주장을 관철하기 위해 이뤄진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 조합원의 승진심사 탈락 이유를 의심하게 된 상황에서 면담을 통해 차별 가능성을 확인하는 것은 노조의 단결권 강화를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과거 비슷한 사례에 징계처분한 적이 없는 데다 최씨 등을 징계한 뒤 전보시킴에 따라 소속 노조의 조합원 수가 감소된 사실 등을 근거로 우체국 측이 최씨 등을 징계한 것은 부당노동행위"라고 지적했다.

권혜림 기자 kwon.hyer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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