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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종 "한미 조율해 특사 파견, 개성·금강산, 코멘트 못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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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이 30일(현지시각) 워싱턴 덜레스 국제공항에 도착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 2차장은 4월 1일 백악관에서 찰스 쿠퍼먼 NSC 부보좌관과 한미정상회담 의제를 조율한다.[정효식특파원]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이 30일(현지시각) 워싱턴 덜레스 국제공항에 도착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 2차장은 4월 1일 백악관에서 찰스 쿠퍼먼 NSC 부보좌관과 한미정상회담 의제를 조율한다.[정효식특파원]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이 대북 특사 파견에 대해 “순서는 동맹국 미국과 조율한 뒤 (남북이) 만나는 것도 좋은 아이디어라고 본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4월 11일 정상회담에서 중재안을 합의한 뒤 평양에 특사를 파견할 수 있다고 시사한 것이다. 김현종 2차장은 한미정상회담 의제에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재개 문제가 포함될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엔 “지금은 코멘트할 수 없다”고 말했다.

쿠퍼먼 부보좌관과 의제 조율 위해 방미 #4ㆍ11 정상회담 후 대북 특사 파견 시사 #개성·금강산 의제화 "적절한 질문 아냐" #고위 당국자 "강경화, 폼페이오와 논의" #미 NSC "유엔 제재 정면 위반" 거부 반응

김현종 2차장은 30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덜레스 국제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월요일(4월 1일) 미 국가안보회의(NSC) 상대방인 찰스 쿠퍼먼 부보좌관과 만나 정상회담 의제를 조율한다”며 선(先) 한미 조율 후 특사 파견 방안을 공개했다.
김 차장은 ‘포괄적 합의-단계적 이행’이란 우리 정부의 비핵화 접근 방식을 미국 쪽이 호응할지에 대해 “중요한 것은 목적이 같아야 한다”며 “포괄적 비핵화의 정의가 중요하며, 그 목적 달성과 그 방식을 어떻게 할지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로이터통신이 트럼프 대통령이 하노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핵무기와 핵연료를 미국에 넘기라”는 요구를 포함한 ‘빅딜’ 문서를 건넸다는 보도한 데 대해 “미국 측에서 하노이 결과 브리핑을 받아 알고 있었다”고 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29일 워싱턴 국무부 청사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만나 인사하고 있다.[정효식 특파원]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29일 워싱턴 국무부 청사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만나 인사하고 있다.[정효식 특파원]

미국의 일괄타결과 한국의 비핵화와 상응 조치의 단계적 이행 방식에서 가장 큰 충돌 지점이 개성ㆍ금강산관광 재개 문제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하루 전 29일 워싱턴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만나 문 대통령의 협상 촉진 수단이라고 밝힌 개성ㆍ금강산 문제에 대해 ‘포괄적 논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외교장관 회담 뒤 “한미가 개성ㆍ금강산 문제를 공식 의제로 올린 것은 아니지만 지난 15일 한미 워킹그룹 회의를 포함해 각급 레벨에서 협의를 계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개성공단ㆍ금강산관광 재개에 문 대통령의 의지가 실려있기 때문에 계속 추진한다는 뜻이다.

반면 백악관 NSC는 물론 국무부도 개성·금강산은 북한과 합작사업과 대량 현금 지급을 금지한 유엔 안보리 제재 결의안 2375호 등을 정면으로 위반한다며 거부 반응을 보인다. 미 국무부 고위 당국자가 하노이 결렬 직후인 지난 7일 기자회견에서 “개성ㆍ금강산 사업에 대한 제재 면제를 검토하느냐”는 질문에 ‘노’라고 부정했다.
김현종 2차장이 4ㆍ11 한미정상회담에서 개성ㆍ금강산 의제화 가능성을 묻는 데 “적절한 질문이 아닌 것 같다”며 예민한 반응을 보이며 언급을 피한 것도 이 때문이다. 우리 정부로선 한미정상회담 공식 의제로 올리고 싶지만, 미국이 이를 수용할지 확답할 수 없는 상황이란 의미이기도 하다.

강경화 외교장관이 29일 워싱턴에서 한미 외교장관 회담 직후 특파원들과 만나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정효식 특파원]

강경화 외교장관이 29일 워싱턴에서 한미 외교장관 회담 직후 특파원들과 만나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정효식 특파원]

양국 NSC 조율에서 의제화에 실패하더라도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 직접 개성·금강산 담판을 벌일 가능성은 남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제재 철회 트윗을 하는 등 대북 제재에 유화적인 발언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9일 제재 철회 이유에 대해 "나는 김정은 위원장과 매우 좋은 관계를 맺고 있고 서로를 잘 이해하고 있다"며 "북한 사람들이 굉장히 고통받고 있으며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나는 단지 현시점에서 추가 제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 차장은 대신 “지금까지 톱다운(정상외교)을 했기 때문에 여기까지 왔다”며 “얼마 전 미국도 얘기했지만 톱다운 방식으로 대화 궤도 내에서 북미, 한국(한미, 남북)이 대화를 계속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폼페이오 장관도 전날 강경화 장관에게 “트럼프 대통령이 대화 지속 의지가 강하다”고 말했다고 한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3차 북미 정상회담 가능성까지 포함해 말한 것”이라며 “2차에서 합의가 결렬된 게 실무 조율이 충분히 없었기 때문이어서 3차가 이뤄지려면 보다 구체적이고 긴밀한 실무협상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정효식 특파원 jjp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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