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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답보, JSA 유엔사 배제…속으로 끓는 한·미 군사동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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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위기의 한국 외교 <중>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김창수 부소장과 직원들이 탄 차량 행렬이 25일 오전 경기도 파주시 경의선 남측출입국사무소를 통과해 개성으로 향하고 있다. 통일부는 ’북측의 복귀로 남북공동연락사무소는 정상 운영될 것이며, 향후 사무소는 본연의 기능을 계속 수행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뉴시스]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김창수 부소장과 직원들이 탄 차량 행렬이 25일 오전 경기도 파주시 경의선 남측출입국사무소를 통과해 개성으로 향하고 있다. 통일부는 ’북측의 복귀로 남북공동연락사무소는 정상 운영될 것이며, 향후 사무소는 본연의 기능을 계속 수행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뉴시스]

지난해 12월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로버트 에이브럼스 한미연합사령관 겸 주한미군사령관을 만났다. 국방장관과 연합사령관은 한 달에 한 번 식사를 같이 하면서 현안에 대해 의견을 나누는 게 관례다. 그런데 이날 분위기는 한 달 전 에이브럼스 사령관이 부임한 뒤 가진 상견례와는 사뭇 달랐다고 한다.

국방부 “동맹 굳건” 강조하지만 #남북 9·19 군사합의 뒤 마찰음 #매티스처럼 이견 좁힐 ‘가교’ 없어 #주한미군 감축론으로 번질 우려

에이브럼스 사령관은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기지는 아직도 시위대가 봉쇄하고 있다. 발전기용 연료는 물론 근무 교대자도 헬기로 실어나르고 있다. 이를 가급적 빨리 해결해 주길 바란다”는 취지로 요청했다. 정 장관은 이에 “지금은 일반환경영향평가를 마치는 게 중요하다”는 원론적 답변을 했다고 한다. 에이브럼스 사령관은 북한이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관리 주체에서 유엔군사령부를 배제하라고 요구하고 있는 문제도 직접 거론했다. 그는 “JSA는 유엔사의 기능, 권한과 관련 있어 양보할 수 없다”고 못을 박았다. 정 장관은 역시 “(남북한·유엔사 3자가) 계속 논의 중”이라고만 했다고 한다. 정부 소식통은 “업무를 막 파악한 에이브럼스 사령관이 양국의 중요 사안을 직접 꺼내 들었지만 정 장관은 원론적 답변을 내놨다”고 말했다.

국방부는 늘 “변화하는 안보 상황과 도전 속에서도 한·미 동맹은 어느 때보다 굳건하게 유지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지구상 최고의 연합방위체제라는 한·미는 겉으론 그렇다. 하지만 속에선 양국 간 쟁점이 끓고 있다. 연합사령관이 국방장관에게 경북 상주의 사드 기지 해결을 직접 요구했을 정도다. 북한이 JSA 관리 주체에서 유엔사를 빼라고 요구하는 데 대해서도 미군 지휘부는 크게 불쾌해하는데 국방부는 어느 편인지 입장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한·미는 연합사를 옮기는 문제에서도 견해가 갈린다. 한국은 연합사를 국방부 영내로 이전하길 바라지만 미국은 곤란하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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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군사동맹의 마찰음은 지난해 9·19 군사합의 때 불거졌다. 한국이 미국과 사전에 충분히 협의하지 않은 채 북한과 합의한 뒤 이를 사후에 통보했다며 미국 측이 불쾌해했다. 특히 비무장지대(DMZ) 일대의 비행금지 구역 설정은 문재인 대통령이 평양으로 떠나기 이틀 전인 지난해 9월 16일께에야 미국 측이 알았다. 당시 펜타곤(미 국방부)의 당국자는 한국 측에 “그럼 다음(the second round)은 뭐냐”고 반문했다고 한다. ‘미국이 다음으로 놀랄 일은 뭐냐’는 비아냥 섞인 표현이었다.

한·미 군사동맹은 향후가 더 걱정거리다. 공교롭게도 지난해 말 제임스 매티스 전 미 국방장관, 빈센트 브룩스 전 연합사령관과 같은 지한파가 함께 물러나면서다. 사드 배치를 둘러싼 한·미 간 물밑 이견도 이들의 노력 덕분에 큰 잡음이 나오지 않았다는 게 군 안팎의 평가다. 무엇보다 군사동맹을 중요시 않는 트럼프 대통령이 있기 때문에 한·미 군사동맹 내부의 잡음은 언제든지 주한미군 감축 또는 철수론으로 번질 수 있는 상황이다.

이철재·이유정 기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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