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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중앙] 제비 닮은 제비나비, 표범 같은 표범나비…코앞에서 관찰

중앙일보

입력

(왼쪽부터) 맹서후·김가영·정하민 학생기자가 경기도 가평에 위치한 ‘이화원’을 찾아 다양한 식물과 나비를 관찰했다.

(왼쪽부터) 맹서후·김가영·정하민 학생기자가 경기도 가평에 위치한 ‘이화원’을 찾아 다양한 식물과 나비를 관찰했다.

따뜻한 바람과 함께 살포시 피어나는 꽃은 봄의 전령(傳令·명령을 전하는 이)입니다. 꽃이 피면 기다렸다는 듯 꽃들 사이를 팔랑팔랑 날아다니는 나비도 반가운 봄 손님이죠. 어느새 우리 곁에 바짝 다가온 봄을 조금 일찍 만끽하기 위해 소중 학생기자단은 지난 13일 경기도 가평에 위치한 ‘이화원’을 찾았습니다. 온실 정원과 야외 공원으로 꾸며진 이곳에서는 다양한 나무와 꽃, 그리고 나비들을 만날 수 있었어요. 여러 테마로 조성된 온실 중에서도 특히 인기가 많은 건, 살아있는 나비들이 날아다니는 나비생태관이죠.

나비생태관의 문을 열고 들어서자 더운 공기와 함께 향긋한 꽃 내음이 코끝에 불어왔습니다. 아직 매서운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던 바깥 날씨와는 딴판이었죠. “와!” 곧이어 눈을 사로잡은 것은 바로 나비들이었어요. 흰색·노란색·푸른색… 알록달록 다양한 무늬와 색깔의 날개를 팔랑이며 손에 닿을 듯 사방에서 날아다녔죠. 나뭇가지에, 꽃잎·풀잎 위에 앉아 있는 나비들을 살금살금 다가가 코앞에서 살펴볼 수 있었습니다. 이곳의 나비들은 사육사의 손에서 자라나 온실 속에서 보호받으며 살기 때문에 야생의 나비들보다 사람을 덜 무서워한다고 해요. 덕분에 나비의 모습을 좀 더 자세히 관찰할 수 있죠.

나뭇잎이나 꽃잎 위에 앉아 있는 나비들을 발견하는 재미가 있다.

나뭇잎이나 꽃잎 위에 앉아 있는 나비들을 발견하는 재미가 있다.

생김새가 저마다 다른 나비들을 열심히 눈으로 좇다 보니 ‘이 나비는 무슨 나비고, 저 나비는 무슨 나비일까’ 하는 생각이 저절로 들었는데요. 궁금증을 풀어줄 오문영 나비해설사가 소중 학생기자단을 맞았습니다. 나비생태관에서 바로 이어지는 나비교육관으로 자리를 옮겨 나비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했죠. 나비교육관에는 전 세계 각국에서 채집한 300여 종의 나비 표본이 전시되어 있었어요. 오 해설사는 “나비의 이름에 대해 먼저 알아보자”며 전시된 표본 가운데 한 나비를 가리켰습니다. “이 나비는 무엇처럼 생겼나요? 떠오르는 대로 얘기해 보세요.” 학생기자들이 대답했어요. “표범이요.” 그러자 오 해설사가 말했죠.

“맞아요. 그래서 이 나비의 이름은 ‘표범나비’예요. 그럼 이 나비는 어떨까요? 날개 무늬가 마치 부엉이의 눈 같죠. 아니면 부엉이랑 비슷한 올빼미 같기도 하고요. 이 나비는 ‘부엉이나비’ 또는 ‘올빼미나비’라고 불러요. 또 이쪽에 있는 나비는 날아다니는 모습이 흥부전에 나오는 제비를 닮았다고 해서 ‘제비나비’라고 하죠. 어때요? 나비 이름 기억하기 쉽죠? 이런 이름들은 모두 나비 학회에서 정식으로 사용하는 학명이랍니다. 일제강점기에 나비를 연구했던 나비박사 석주명 선생이 어른이든 아이든 누구나 부르기 쉽도록 이름을 붙인 덕분에 지금 우리가 편하게 나비 이름을 기억할 수 있어요.”

오문영 나비해설사는 ’우리나라의 나비 이름들은 나비의 특징에 따라 떠올리기 쉽고 부르기도 쉬워 어려운 외국어 이름보다 과학적“이라고 말했다.

오문영 나비해설사는 ’우리나라의 나비 이름들은 나비의 특징에 따라 떠올리기 쉽고 부르기도 쉬워 어려운 외국어 이름보다 과학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오 해설사가 가리키는 쪽으로 고개를 들자, 위쪽 벽면에 앙상한 나뭇가지가 삐죽 나와 있었어요. 마른 나뭇잎들이 붙어 있는 모형 나뭇가지였는데요. 여기에는 사실 ‘나뭇잎나비’ 혹은 ‘낙엽나비’·‘가랑잎나비’라고 불리는 나비의 표본이 진짜 나뭇잎 사이에 섞여 있었죠. 오 해설사는 “나뭇잎나비가 몇 마리나 붙어 있을까요”라고 퀴즈를 냈어요. 학생기자들은 저마다 열심히 나비를 세기 시작했죠. “7마리요” “10마리요” “12마리요” 정답은 19마리였습니다. 어느 것이 나뭇잎나비인지 오 해설사가 하나하나 가리키며 알려줬지만, 설명을 듣고 봐도 도무지 어느 것이 나뭇잎이고 어느 것인 나비인지 구분이 잘 안 될 정도였어요. 대단한 위장술사라고 할 수 있죠.

“만화나 영화에서 나비가 날개를 펄럭이는 장면을 본 적 있나요. TV에서는 컴퓨터그래픽을 써서 나비 날개의 밑면과 윗면이 같은 색깔인 것처럼 보일 때가 많아요. 하지만 1만7500여종의 나비 중 날개의 양면 색깔이 완벽하게 똑같은 나비는 없답니다. 날개 양면의 색이 아주 달라서 어느 쪽에서 보는지에 따라 마치 다른 나비처럼 보이는 경우도 있죠. 나뭇잎나비와 부엉이나비도 배 쪽 날개에만 위장무늬가 있어요. 다른 곤충이나 동물들은 등 쪽에 보호색이 있지만, 나비는 꽃 위에 앉아 있을 때 날개를 접고 있기 때문에 이때 천적에게 잡아먹히지 않기 위해서 배 쪽에 보호색을 띠게 되었어요.”

돌담무늬 나비

돌담무늬 나비

별 선두리 왕나비

별 선두리 왕나비

이데아 왕나비

이데아 왕나비

어떤 나비들은 보호색 대신 독을 지닌다고 하는데요. 나비들이 떼를 지어 이동할 때 새들에게 먹히기 쉬운데, 독나비를 먹은 새는 배탈이 나서 고생을 하게 됩니다. 여러 번 배탈이 나다 보면 새들 사이에 소문이 나서 더 이상 독나비를 먹지 않게 된다고 해요. 몇 마리 나비의 희생으로 종족 전체를 살리는 셈이죠. 그런데 여기서 잠깐. 아마 여러분도 ‘나비를 만진 손으로 눈을 비비면 실명(시력을 잃음)할 수 있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 있을 거예요. 과연 정말일까요. 오 해설사는 “근거 없는 이야기”라고 잘라 말했죠. 독이 있는 나비라 해도 날개가 아닌 몸통에 독을 가지고 있는 데다, 우리나라에는 독나비가 없기 때문입니다. 또 ‘나비가 나방보다 예쁘다’는 통념도 사실과는 다르다고 오 해설사는 설명했어요.

“사실 나비보다 나방이 종류가 훨씬 많고, 화려하고 예쁜 것도 많아요. 나비목에 속하는 48과 중에서 3과가 나비, 45과가 나방이죠. 남북한을 합쳐서 한반도에 나비가 270여 종인 반면 나방은 4000종이 넘습니다. 나비와 나방을 구분하는 방법은 간단해요. 더듬이가 샤프심처럼 가느다라면 나비, 강아지풀이나 브러시처럼 털이 있고 두꺼우면 나방이에요.”

또 어떤 나비들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빛을 반사하기도 합니다. 꿈의 신 ‘모피어스’에서 이름이 유래된 ‘몰포나비’는 보는 방향에 따라 색깔이 환상적으로 변하는 멋진 날개를 가지고 있죠. 새들이 사람보다 시력이 좋고 더 많은 색을 볼 수 있다는 점을 이용했어요. 날개가 빛을 반사하면 새들은 눈이 부셔서 가까이 가지 못하거든요. 홀로그램과도 같은 몰포나비의 날개는 옛날 중동 지역에서 돈으로 사용되기도 했어요. 우리나라에서도 나비는 아주 옛날부터 기쁨과 재물을 상징했습니다. 오 해설사는 “사극을 보면 나비 모양의 비녀와 노리개, 나비 무늬를 새긴 자개장 등이 나오는 걸 볼 수 있다”고 덧붙였어요.

김가영 학생기자가 왕나비를 가리키고 있다.

김가영 학생기자가 왕나비를 가리키고 있다.

왕나비를 바라보고 있는 맹서후 학생기자.

왕나비를 바라보고 있는 맹서후 학생기자.

정하민 학생기자가 별 선두리 왕나비를 관찰 중이다.

정하민 학생기자가 별 선두리 왕나비를 관찰 중이다.

마지막으로 값어치가 ‘30억원’에 달하는 나비의 표본도 볼 수 있었는데요. 알렉산더 대왕의 이름을 딴 ‘알렉산드라나비’는 세계에서 가장 희귀한 나비로, 파푸아뉴기니에서 1년에 평균 8~12마리만 관찰된다고 해요. 외국에서 나비를 채집해 올 땐 우리나라와 상대 국가에 미리 신고를 해야 하고, 죽어있는 표본 상태로만 가지고 들어올 수 있습니다. 잘못 들여왔다가는 우리나라의 생태계를 망가뜨릴 수 있기 때문이죠.

“나비가 날아다니는 정원을 거니는 것이 정신적 치유 효과가 있다고 해요. 대충 둘러보지 말고 많이 느끼고 즐겼으면 해요. 나비들이 활발하게 날아다니는 걸 보려면 햇빛이 좋은 날 오전 11시에서 오후 3시 사이에 오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글=최은혜 기자 choi.eunhye1@joongang.co.kr, 사진=송상섭(오픈스튜디오), 동행취재=김가영(용인 신봉초 5)·맹서후(서울 중대초 4)·정하민(인천 용현남초 5) 학생기자

<학생기자 취재 후기>
평소에 쉽게 보지 못하는 나비들을 구경할 수 있었어요. 오랜만에 나비를 보니 더욱 신기하고 예뻐 보였죠. 살아있는 나비뿐 아니라 박제된 나비도 있었는데요. 설명을 들어보니 나비가 어려운 곤충이 아니더라고요. 이름도 보이는 대로고 생김새도 다양하고요. 빛을 반사하는 나비, 30억원이 넘는 나비까지 새로운 나비들을 볼 수 있어서 즐거웠습니다. 김가영(용인 신봉초 5) 학생기자

추운 겨울에는 나비를 볼 수 없는데 이곳에서는 일 년 내내 나비를 만날 수 있으니까 가족과 함께 나들이를 가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평소에는 볼 수 없는 희귀한 나비들도 볼 수 있어서 좋았어요. 맹서후(서울 중대초 4) 학생기자

취재하는 날 꽃샘추위라고 해서 패딩을 입고 갔는데 나비정원에 들어서자마자 더웠어요. 알고 보니 온도가 높아야 나비들이 살기 좋다고 해요. 다행히 날씨도 좋아서 나비를 많이 볼 수 있었죠. 나비를 가까이서 관찰할 수 있어 신기했어요. 나비의 종류가 정말 많구나 생각했습니다. 곤충을 좋아하는 친구들에게 추천해요. 정하민(인천 용현남초 5) 학생기자

<이화원>
주소 경기도 가평군 가평읍 자라섬로 64
관람 시간 오전 9시~오후 6시 (월요일 휴무)
입장료 2~19세 5000원, 어른 7000원
문의 031-581-0228

<나비를 볼 수 있는 다른 곳>
함평나비대축제 전남 함평군엑스포공원, 4월 26일~5월 6일 (061-320-1784)
불암산 나비정원 서울 노원구 한글비석로12길 51-27 (02-936-0900)
남해 나비생태공원 경남 남해군 삼동면 금암로 562-23 (055-860-3282)
부평숲 인천나비공원 인천 부평구 평천로 26-47 (032-509-8820)
봉무나비생태원 대구 동구 팔공로50길 66 (053-662-3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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