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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계 “검찰, 김은경 영장은 청와대도 친다는 메시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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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환경부 블랙리스트’ 관련 김은경 전 장관에 대한 영장심사가 25일 열린다. 사진은 지난해 7월 국무회의에 참석한 김 전 장관. [연합뉴스]

‘환경부 블랙리스트’ 관련 김은경 전 장관에 대한 영장심사가 25일 열린다. 사진은 지난해 7월 국무회의에 참석한 김 전 장관. [연합뉴스]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에 대한 첫 소환 후 영장 청구까지 50여 일간 고심했다. 지난 1월 환경부 압수수색에서 ‘장관 보고용 폴더’에 담긴 전(前) 정부 산하기관 임원들의 ‘조치 문건’ 등 물증을 확보했고, 2월 초 소환된 김 전 장관이 혐의를 전면 부인하며 ‘증거 인멸’의 우려도 갖춘 상황이었다.

김 전 장관 “인사권 없다” 했지만 #검찰, 문건 통해 깊숙이 관여 판단 #신미숙 비서관 조만간 조사 예정 #조현옥 수석 소환 가능성 거론

하지만 검찰은 대검과 조율하며 추가 조사를 진행했고 김 전 장관의 신병 처리에 두 달 가까운 시간을 쏟았다.

김 전 장관은 임기 중 국회에서 “나는 산하기관의 인사권이 없다”며 ‘허수아비 장관’임을 자처한 인물이다. 그런 김 전 장관에게 검찰은 왜, 그리고 지금 영장을 청구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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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김 전 장관이 지난해 8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출석해 “산하기관 인사권이 없다”고 발언한 것과 실제 사실 관계는 다르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지난해 1월 환경부 압수수색에서 확보한 다수의 문건을 통해 김 전 장관이 환경부 산하기관 인사에 깊숙이 개입했다고 판단했다.

전 정부에서 임명된 산하기관 인사에 대한 사퇴 동향과 감찰 계획 문건이 ‘장관 보고용 폴더’에서 나온 것이 결정타였다. 검찰이 영장을 청구하며 적용한 대표적인 죄명도 ‘직권남용 및 권리행사방해죄’다. 하지만 김 전 장관은 지난 2월 초 검찰 조사에서 “사퇴 동향을 보고받은 것은 맞지만 표적감사를 지시한 적은 없다”고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검찰은 김 전 장관의 입장이 향후에도 바뀌지 않을 것이라 봤고 구속수사가 진상규명에 효과적이라고 판단했다고 한다. 검찰의 영장 청구는 청와대에 대한 본격적인 소환조사를 앞두고 결정됐다. 검찰 특수부 출신 변호사는 “김 전 장관을 시작으로 혐의가 소명된 청와대 관계자들도 똑같이 영장을 칠 것이란 메시지를 던진 것”이라고 말했다.

야권에선 검찰이 “김 전 장관이라는 ‘깃털’을 수사하며 청와대란 ‘몸통’을 외면하는 것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하지만 검찰은 사건의 주범이 누구인지는 아직 단정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향후 검찰의 수사는 ‘블랙리스트 의혹’에 대한 청와대와 김 전 장관의 ‘공모 관계’ 규명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김 전 장관이 청와대의 비서관·수석보다 직급은 높았지만 청와대와 환경부가 일종의 상하 조직처럼 운영됐기 때문이다. 검찰은 곧 환경부 산하기관 채용비리 개입 혐의를 받는 신미숙 청와대 균형인사비서관도 조사할 예정이다. 조현옥 인사수석의 소환 가능성도 거론된다.

검찰 고위 관계자는 “지금 수사는 ‘김은경 영장’ 단계에 있는 것일 뿐 마무리 단계에 들어선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검찰은 김 전 장관의 영장 발부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환경부와 산하기관에 대한 광범위한 압수수색을 통해 김 전 장관의 혐의를 입증할 다수의 문건과 e메일을 확보했고, 지난 2월 김 전 장관에 대한 첫 소환 뒤 50여 일간 환경부 관계자들을 조사하며 물증을 보충할 진술도 추가했다.

지난 1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영장심사 때와 마찬가지로 김 전 장관의 부인이 변수가 되지 않을 만큼 증거가 단단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영장이 기각될 경우 검찰의 부담도 상당할 수밖에 없다. 청와대 수사를 앞두고 핵심 피의자인 김 전 장관의 신병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수사 동력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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