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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 구속영장

중앙일보

입력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 장진영 기자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 장진영 기자

‘환경부 블랙리스트’ 연루 의혹을 받는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환경부 산하 공공기관 임원 교체와 관련한 직권남용 의혹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 동부지검 형사6부(부장 주진우)는 22일 오후 5시 35분 김 전 장관에 대해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 관련 첫 구속영장 청구이자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장관 중에 첫 사례다. 김 전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 실질심사는 25일 오전 10시 30분 박정길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담당할 예정이다.

김 전 장관은 지난 정부에서 임용된 환경부 산하기관 임원의 명단을 만들어 사표 동향을 파악하도록 한 혐의를 받는다. 또 환경부 직원들을 시켜 이들에게 사표 제출을 강요했다는 혐의도 있다.

환경부 블랙리스트 작성 의혹은 지난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처음 논란이 됐다. 김 전 장관은 당시 "환경공단 이사장과 임원들이 직접 사표를 낸 것인가, 장관이 사표를 내라고 한 것이냐"는 질문에 “사표를 내시도록 부탁드린 것 같다”고 답했다. 또 "청와대와 상의했나, 아니면 장관의 판단이냐"고 묻자 “환경관리공단 임명 권한은 사실상 제게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후 자유한국당은 지난해 12월 ‘환경부 산하기관 임원들의 사퇴 등 관련 동향’ 문건을 공개했다. 해당 문건에는 환경부 산하기관 8곳 임원 24명의 임기와 사표 제출 현황이 담겨 있었다. 또 일부 임원에 대해선 ‘반발’ 등의 반응까지 담겨 환경부 블랙리스트 작성 의혹이 불거졌다. 자유한국당은 김 전 장관과 이인걸 전 청와대 특감반장 등 5명을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수사를 맡은 검찰은 지난해 7월 환경공단이 이사장‧상임 공모 과정에서 최종면접까지 통과한 후보자들을 전원 탈락시키고 재공모를 한 의혹을 집중적으로 조사했다. 후보 선출 과정에서 청와대가 원했던 인사가 채용되지 못하자 합법적인 임원 선출 과정을 무산시키고 재공모를 진행한 의혹이 있다고 본 것이다.

이에 대해 김 전 장관은 지난 2월 검찰 조사에서 “임원들의 사퇴 동향 등을 파악한 것은 맞지만, 사퇴 압력을 넣지는 않았다. 표적 감사가 진행된 사실도 몰랐다”고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검찰은 환경부 압수 수색에서 확보한 ‘산하기관 임원 조치사항’ 제목의 문건이 ‘장관 보고용 폴더’에 담겨 김 전 장관에게 수차례 보고된 정황을 파악했다. 이후 검찰은 김 전 장관의 출국을 금지했다.

최근 검찰은 김 전 장관을 넘어 청와대 인사수석실이 환경공단 임원 채용 과정에 개입한 정황을 포착했다. 환경공단 상임감사 공모에서 청와대가 추천한 전직 언론사 간부 박모씨가 서류전형에서 탈락하자 신미숙 청와대 균형인사비서관이 환경부 관계자들을 질책하며 경위 설명을 요구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르면 이번 주말 신 비서관을 소환해 조사하고 조현옥 인사수석에 대한 소환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는 일단 수사 결과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장관의 인사권과 감찰권이 어디까지 허용되는지 법원의 판단을 지켜보겠다”며 “과거 정부의 사례와 비교해 균형 있는 결정이 내려지리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익명을 원한 법조인은 "검찰에 대한 수사 지휘를 넘어서 법원에 대해 구속영장을 기각해달라는 신호를 보낸 것 아니야"고 평했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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