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잡 쓴 골프 선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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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어 아흐메드. [사진 네브라스카 대학]

누어 아흐메드. [사진 네브라스카 대학]

히잡을 쓴 여자 대학 골프 선수를 미국 골프다이제스트와 골프채널 등이 소개했다. 네브래스카 대학 링컨 캠퍼스에 다니는 누어 아흐메드가 주인공이다. 그는 이집트 이민자의 딸로 캘리포니아 주 새크라멘토에서 자랐다. 아버지는 교정국의 기술자, 어머니는 초등학교 교사다.

8살 때 골프를 시작, 4학년 때 아버지를 이겨 핸드폰을 선물 받았고 몇 개월 후 언더파를 쳐 스마트폰을 가질 수 있었다. 아흐메드는 LPGA 대회장에 갔다가 로레나 오초아를 만나기도 했다. 아흐메드는 “오초아가 샌드위치를 줬는데 나는 너무 수줍어서 이를 거절했다”고 했다.

인종차별로 인한 따돌림은 유치원에서 중학교까지 당했다. 아흐메드는 “세상에 있는 모든 인종차별 욕을 들었다. 친구들은 내가 효용가치가 있으면 왔다가 쓸모없다고 생각하면 사라졌다. 우울증과 불안감 속에서 살았다”고 말했다.

아흐메드는 중학교 1학년 때부터 히잡을 쓰기 시작했다. 그나마 있던 친구들도 사라졌다. 아흐메드는 미국인과 이슬람이 공존할 수 있는지 의문을 갖게 됐다고 했다.

골프장은 그의 피난처였다. 소년, 소녀에게 골프를 가르치면서 인성교육을 하는 ‘퍼스트 티(First Tee)' 프로그램에서 목표를 설정과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

수줍음 많고 자존감이 부족했던 아흐메드는 “1번 홀 티잉 그라운드에서 동반자와 눈을 맞추고 악수하면서 내 이름을 얘기하고, 만나서 반갑다고 했다.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그 건 나에게 엄청난 일이었다. 이 작은 행동으로 인해 내가 그룹의 일원이 됐으며 필요한 존재라고 느끼게 됐다”고 했다.

네브라스카 대학 여자 골프팀. [네브라스카 대학]

네브라스카 대학 여자 골프팀. [네브라스카 대학]

아흐메드는 퍼스트 티에서 친구를 사귀기 시작했다. 아무도 히잡에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아흐메드는 2017년 네브래스카 대학에 장학생으로 입학해 골프팀에 들어갔다. 보수적이고 이슬람 인구가 거의 없는 미국 중서부 지역 대학에 들어가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그러나 금방 적응했고 팀에서 4번째로 좋은 성적을 냈다.

이전 미국 대학 경기에서 히잡을 입은 골프 선수는 없었다. 아흐메드는 “대회에 나가면 ‘어느 나라에서 왔느냐, 영어를 잘한다’고 묻곤 한다. 다들 나를 유학생이라고 여겼다. 골프 코스에서 히잡은 눈에 띈다. 그러나 내가 고정관념을 깨는 존재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아흐메드가 프로 골퍼가 되려는 것은 아니다. 스포츠 산업 분야에서 고정관념을 깨고 다양성을 강화하는 일을 하고 싶어 한다. 그는 “스포츠는 내 인생에서 큰 부분이었고 나를 만들었다. 대학 스포츠 분야에서 일하고 싶다”고 했다.

그의 어릴 적 코치인 켈리 콜렛은 “똑똑하고 주위 사람을 배려하는 아흐메드가 세상을 변화시켜 더 좋은 곳으로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성호준 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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