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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미숙, 청와대 추천자 탈락하자 환경부 경위서 요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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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신미숙(52) 청와대 균형인사비서관이 환경부 산하기관 임원 채용 과정에 개입한 정황을 포착하고 이르면 이번 주말 신 비서관을 소환해 조사할 계획이다. 검찰은 앞서 균형인사비서관실 소속 청와대 행정관들도 조사했다.

산하기관 임원 채용에 개입 정황 #관계자들 질책 … 차관도 불려가

이미경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보좌관 출신이자 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활동가였던 신 비서관은 문재인 정부 출범 초기 임명돼 3년째 비경제부처 인사 업무를 맡고 있다. 신 비서관은 노무현 정부 청와대에서도 4년간 행정관으로 근무했다.

검찰 조사를 받은 복수의 환경부 전·현직 관계자에 따르면 신 비서관은 지난해 7월 환경부 산하기관인 환경공단 상임감사 공모에서 청와대가 추천한 전직 언론사 간부 박모씨가 서류전형에서 탈락하자 환경부 관계자들을 질책하며 경위 설명을 요구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환경부는 박씨의 탈락 이유를 담은 경위서를 작성해 신 비서관에게 보고까지 했다고 한다. 안병옥 당시 환경부 차관도 이 문제로 청와대를 방문했고, 사건이 발생한 지 한 달 뒤 경질됐다.

검찰, 이르면 이번 주말 신미숙 비서관 소환

지난해 여성 비서관들과 함께한 문재인 대통령. 왼쪽이 신미숙 균형인사비서관. [중앙포토]

지난해 여성 비서관들과 함께한 문재인 대통령. 왼쪽이 신미숙 균형인사비서관. [중앙포토]

김은경 당시 환경부 장관의 정책보좌관이었던 이모씨도 박씨의 탈락 이후 청와대를 방문해 신 비서관과 이 문제로 대화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당시 박씨가 탈락하는 ‘사고’가 발생했고, 청와대와 환경부 사이의 잡음을 해소하려고 신 비서관을 만나 사정을 설명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신 비서관이 박씨의 탈락에 대해 환경부에 강한 불만을 드러낸 뒤 면접 전형까지 진행됐던 환경공단 이사장·상임감사 공모가 무산된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환경공단 임원추천위원회 위원이었던 환경부 황모 국장은 지난해 7월 말 “면접 합격자 중 적격자가 없다”며 이사장과 상임감사 재공모를 통보했다. 이후 환경공단 이사장에는 참여정부 비서관 출신인 장준영씨가, 상임감사에는 문재인 대통령 대선캠프 특보 출신인 유성찬씨가 임명됐다.

검찰은 신 비서관이 장준영씨와 유성찬씨를 이사장과 상임감사로 추천해 환경부에 다시 내려보냈고, 환경공단이 두 사람을 합격시키려고 면접 전 질문지와 공단 업무계획서 등을 사전에 전달하는 특혜를 준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또한 현재 환경부 산하기관에 임명된 10여 명의 여당과 캠프 출신 임원들도 두 사람과 비슷한 특혜를 받고 합격한 정황을 포착했다.

검찰 조사를 받은 청와대 행정관들은 환경부 산하기관 채용 비리 의혹에 대해 “청와대는 후보자를 추천만 했을 뿐 채용 과정에는 개입하지 않았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검찰은 청와대의 추천에 강제성이 내포돼 있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단순한 추천이었다면 정상적인 공모 절차에서 탈락한 후보자에 대해 환경부가 경위서까지 쓸 이유는 없기 때문이다.

검찰은 신 비서관에 대한 조사를 마친 뒤 조현옥(61) 인사수석에 대한 소환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사건 관계자들에 대한 소환 여부나 일정은 공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중앙일보는 신 비서관에게 관련 의혹에 대한 해명을 들으려고 통화를 수차례 시도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검찰에서 수사가 진행되고 있으니 수사 결과를 일단 지켜보자”며 구체적인 답변을 하지 않았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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