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모집서 2만원 훔쳐 구속된 50대, 친모로 밝혀져 석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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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여년간 잊고 살았던 아들 찾은 할머니. [중앙포토·뉴스1]

50여년간 잊고 살았던 아들 찾은 할머니. [중앙포토·뉴스1]

평생 어머니가 누군지 모르고 살았던 50대 남성이 2만원을 훔쳐 구속됐다가 친모를 찾고 석방됐다.

20일 뉴스1에 따르면 의정부지검 형사1부(부장 박재현)는 특수절도 혐의로 구속송치된 A씨(53)를 공소권 없음으로 석방했다.

A씨는 지난달 중순 의정부시내 B씨(82)의 집 자물쇠를 부수고 침입해 현금 2만원 가량을 훔친 혐의로 구속됐다.

경찰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A씨가 피해자를 ‘친척 고모’라고 칭했다가 ‘엄마 같기도 한 사람’이라고 언급한 점과 A씨와 B씨가 서로 외모가 닮았다는 점을 주목했다. 또 B씨가 A씨에 대해 ‘조카’라고 칭하면서 ‘하도 속을 썩여 처벌을 원한다’고 고소한 점과 관련 두 사람의 관계에 의문을 품었다.

이에 검찰은 대검 DNA-화학분석과에 친자확인 감식을 요청했고 이틀 만에 ‘친자가 맞다’는 회신을 받았다. 고모와 조카 관계라면 친고죄가 적용되지만, 부모와 자식 간에는 죄가 성립되지 않는다. 따라서 A씨의 특수절도 혐의는 형면제사유에 해당한다. 이 과정에서 검찰은 A씨가 정신 건강이 좋지 않다는 점도 파악했다.

검찰에 따르면 50여년전 젊은 B씨는 결혼해서 A씨를 낳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이혼했다. B씨는 재혼하는 과정에서 친정으로 호적을 복원하지 않고 다른 친적의 딸로 호적을 변경했고 새로운 이름을 만들었다. 호적상 B씨는 이름이 2개다. 호적상 A씨와 모자 관계가 아닌 채로 산 것이다.

두 사람은 50여년간 부모 자식의 연을 잊고 정확하게 정리하지 않은 채 살다가 절도 피의자와 피해자로 수사기관에서 재회해 친자관계를 확인할 수 있었다.

검찰은 A씨를 석방하며 A씨의 정신감정과 상담을 지원했다. 호적이 제대로 정리되지 않은 B씨에게는 행정적 도움을 줬다. 또 생활곤란 극복을 위해 이들 모자에게 경제적으로 지원했다.

검찰 관계자는 “이들이 ‘남은 여생이라도 부모와 자식의 연을 귀하게 여겨 의지하면서 살아가겠다’고 말했다”고 발혔다.

한영혜 기자 han.youngh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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