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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조원 일본 시장서 1㎞ 줄서야 살 수 있는 인기 캐릭터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라인프렌즈 하라주쿠 스토어 오픈 당시 입장을 위해 일본 소비자가 1㎞ 가량 줄지어 기다리고 있다.

라인프렌즈 하라주쿠 스토어 오픈 당시 입장을 위해 일본 소비자가 1㎞ 가량 줄지어 기다리고 있다.

콘텐트 산업의 금맥으로 통하는 '캐릭터 지적재산권(IP)'를 둘러싸고 국내외 경쟁이 치열하다. 최근 글로벌 미디어 기업 '월트 디즈니'가 '21세기폭스'사 인수를 마무리하면서 '엑스맨', '아바타' 같은 인기 캐릭터 IP를 활용한 디즈니의 새로운 사업에 이목이 쏠린다. 지난 5일(현지시간) AFP통신 등에 따르면 영화제작·배급사 워너브라더스는 일본의 유명 캐릭터 '헬로키티'를 영화로 제작한다고 발표했다. 국내에서도 지난해 캐릭터 기업 카카오프렌즈가 일본 시장을 시작으로 세계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엔씨소프트·넷마블 등 국내 주요 게임사는 각사 캐릭터 IP를 활용한 관련 사업을 본격 확대해 나가는 모양새다.

캐릭터 본고장 섭렵한 라인프렌즈

이 가운데 일찍이 글로벌 시장에서 캐릭터 IP 사업으로 두각을 나타낸 글로벌 캐릭터 기업 '라인프렌즈'의 행보가 인상적이다. 라인프렌즈는 지난 2015년 독립 법인을 설립하며 캐릭터 비즈니스를 본격화했다. 라인프렌즈 오리지널 캐릭터의 첫 탄생지인 일본을 비롯해 아시아 국가와 북미지역 등지에 글로벌 스토어 143개점을 선보였다. 지난해 1973억원의 글로벌 매출을 달성했다. 이는 전년 대비 성장률이 150% 수준으로, 라인프렌즈가 독립분사한 첫 해인 2015년보다 5.2배 성장한 규모다.

일본 도쿄에서 쇼핑의 중심지인 하라주쿠의 랜드마크가 된 라인프렌즈 하라주쿠 스토어 외관.

일본 도쿄에서 쇼핑의 중심지인 하라주쿠의 랜드마크가 된 라인프렌즈 하라주쿠 스토어 외관.

또 지난해 3월 오픈한 라인프렌즈 하라주쿠 스토어는 운영 1년 만에 전년 대비 라인프렌즈 일본 내 매출 215% 달성이라는 성과를 기록했다. 이는 글로벌 캐릭터 시장 내에서도 약 18조원에 달하는 거대 시장을 보유한 캐릭터 산업의 본고장, 일본에서 달성한 성과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라인프렌즈 하라주쿠 스토어 1년 새 150만 명 방문   

라인프렌즈 하라주쿠 스토어에서 일본 소비자가 BT21 제품을 고르고 있다.

라인프렌즈 하라주쿠 스토어에서 일본 소비자가 BT21 제품을 고르고 있다.

지난해 3월 17일, 일본 도쿄 하라주쿠에는 아침부터 진풍경이 펼쳐졌다. 한 스토어 앞에서 시작된 줄이 약 1㎞ 떨어진 오모테산도역까지 이어지며 하라주쿠 전역이 인산인해를 이룬 것. 신제품이 출시될 때마다 사람들이 몰리는 것으로 유명한 애플을 비롯해 슈프림·나이키, 프라다 등 유수의 글로벌 브랜드 스토어가 즐비한 하라주쿠에서도 역사상 유례 없는 광경이었다. 이곳은 라인프렌즈의 100번째 글로벌 스토어, '라인프렌즈 플래그십 스토어 하라주쿠점'이다.

라인 크리에이터스 마켓으로 탄생한 우사마루 캐릭터

라인 크리에이터스 마켓으로 탄생한 우사마루 캐릭터

이처럼 일본 소비자의 관심과 함께 오픈 1주년을 맞이한 라인프렌즈의 하라주쿠 스토어는 캐릭터의 본고장인 일본 도쿄, 그중에서도 쇼핑의 중심지인 하라주쿠의 랜드마크로 자리 잡았다. 전 세계 143개 라인프렌즈 오프라인 스토어 중 성공적인 매장으로도 손꼽힌다. 하루에만 1만5000명이 방문한 오픈 당일의 인기를 이어나가 지난 1년간 하라주쿠 스토어의 누적 방문객 수는 150만 명을 돌파했다. 특히 스토어 운영 성과와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방문객의 구매 전환율 또한 평균 25%에 달한다. 이 같은 방문객 수의 증가와 높은 구매 전환율은 매출로도 이어져 지난해 라인프렌즈의 일본 내 매출은 전년 대비 215%를 달성했다.

일본 소비자 사로잡은 라인프렌즈의 'BT21'

지난해 3월 라인프렌즈 하라주쿠 스토어 오픈 당일 줄지어 서 있는 일본 소비자들.

지난해 3월 라인프렌즈 하라주쿠 스토어 오픈 당일 줄지어 서 있는 일본 소비자들.

2011년 모바일 메신저 스티커로 일본에서 선보인 라인프렌즈는 캐릭터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기존 일본 '라인 코퍼레이션'에서 캐릭터 사업을 분리하고 2017년 9월 '라인프렌즈 재팬' 법인을 설립했다. 이러한 사업 방향성이 하라주쿠 스토어의 높은 성과와 맞물리면서 그 성장세가 빨라지고 있다. 특히 글로벌 밀레니얼 대표 캐릭터로 자리매김한 라인프렌즈 'BT21'은 일본에서도 2018년도 라인프렌즈 매출 비중의 약 40%를 차지했다. 라인프렌즈가 '프렌즈 크리에이터스(FRIENDS CREATORS)'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방탄소년단(BTS)과 컬래버레이션해 만든 캐릭터 'BT21'은 밀레니얼 세대를 대변하는 매력적인 성격과 입체적인 세계관으로 소장 욕구를 자극해 일본에서도 호응을 얻었다.

'우사마루'와 '부타타', '네코펭' 등 일본 소비자의 기호와 수요를 반영한 캐릭터도 인기다. 100만 명 넘는 글로벌 창작자를 보유한 '라인 크리에이터스 마켓(LINE CREATORS MARKET, LCM)'를 통해 탄생한 캐릭터다. LCM은 모바일 메신저 '라인'의 이용자가 직접 캐릭터 스티커를 디자인하고 제작 판매할 수 있는 모바일 플랫폼이다. 우사마루·부타타·네코펭은 LCM 플랫폼 내의 인기를 통해 캐릭터가 제품화된 사례다. 지난해 10월엔 도쿄 캐릭터의 성지라고 불리는 도쿄역 캐릭터 스트리트에 LCM 플랫폼으로 탄생한 캐릭터만 판매하는 '라인 크리에이터스샵(LINE CREATORS SHOP)'을 열었다. 우사마루는 출시 이후 단기간 만에 일본에서 캐릭터 선호도 50위에 등극했다. 도쿄·시부야 등지에 우사마루 팝업스토어 및 카페 등 총 7개점을 오픈했다.

라인프렌즈는 2020년 도쿄 올림픽을 앞두고 제품 콜라보레이션뿐 아니라 일본 유명 백화점과의 대규모 협업 등 파트너십을 강화할 예정이다. 또 다양한 팝업스토어 오픈, 온라인 플랫폼 다각화를 통해 소비자와의 접점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국내 기업 IP 비즈니스 육성 움직임 분주  

카카오프렌즈는 지난해 12월 일본 도쿄에 '어피치 오모테산도'를 오픈했다. 당일 소비자 2000명이 방문했다. 이어 올해 3월에는 중국 상하이에서 팝업 전시를 진행하며 글로벌 캐릭터 시장의 전쟁터로 뛰어들었다. 카카오프렌즈 같은 캐릭터 전문 기업뿐만 아니라 국내 관련 업계 기업의 캐릭터 사업 진출도 활발하다. 게임사 '엔씨 소프트'는 지난해 새로운 캐릭터 라인업 '스푼즈(Spoonz)'를 발표한 후 메신저 이모티콘, 스토어, 카페, 아이돌과의 컬래버레이션 등을 통해 이 회사의 캐릭터 IP를 '문화콘텐츠'로 진화시켜 나가고 있다. 넷마블은 지난해 4월 홍대 엘큐브에 넷마블의 정식 캐릭터 매장 '넷마블 스토어'를 열고, 자사의 게임 IP를 활용한 상품과 대표 캐릭터 '넷마블 프렌즈' 상품·문구·인형 등 다양한 캐릭터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넷마블 스토어에는 오픈 한 달 만에 6만여 명이 방문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17년 4분기 및 연간 콘텐츠산업 동향분석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캐릭터 시장 규모는 약 202조원으로 추산된다. 이처럼 전 세계적인 캐릭터 사업의 경쟁 가속화 흐름에는 인기 캐릭터 IP가 가진 높은 시장 가치와 사업 확장성이 주효하다는 평가다. 캐릭터는 소비자의 연령대나 언어·문화적 한계에서 자유롭기 때문이다. 또 인기 캐릭터 IP를 확보할 경우 해당 IP를 유통 기업 타사 제품에 라이센스 형태로 도입하거나 애니메이션·영화·게임 등 다른 문화 콘텐트로 확장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이다. 인기 캐릭터IP를 확보, 전세계 소비자에게 선보이기 위한 업계 경쟁은 한동안 지속할 전망이다.

글=정심교 기자 simkyo@joongang.co.kr, 사진=라인프렌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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