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법 패스트트랙 안 돼" 유승민, 손학규에 정면반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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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은 20일 “다수당 횡포가 지금보다 훨씬 심할 때도 선거법은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을 한 적 없다. 아무리 좋은 선거법도 그건 맞지 않는다”며 “그렇게 가지 않도록 하는 걸 당론으로 해달라고 말했다”고 말했다.

유승민 의원(가운데)과 지상욱 의원(왼쪽)이 2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유승민 의원(가운데)과 지상욱 의원(왼쪽)이 2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유 의원은 이날 오전 9시부터 국회에서 열린 당 긴급 의원총회에 참석한 뒤 3시간 만에 의총장에서 나와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 바른미래당은 선거법과 공수처법, 검경수사권 조정안 등을 패스트트랙으로 할 것이냐를 두고 당론을 결정하기 위해 이날 의총을 소집했다. 전날 유 의원 등 8명 의원이 패스트트랙 반대 의사를 밝히며 의총 소집을 요구한 결과다. 의총에는 손학규 대표와 이준석·권은희 최고위원을 비롯, 박주선 의원을 제외한 의원 전원(24명)이 참석했다. 29명 의원 중 비례대표인 이상돈·박주현·장정숙·박선숙 등은 현재 당 활동을 하지 않고 있다.

이날 의총에 참석한 유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저는 선거법 패스트트랙은 안 된다고 분명히 얘기했었다. 선거법과 국회법, 특히 선거법은 게임의 규칙에 관한 문제이기 때문에 과거 어떤 다수당이 있을 때도 끝까지 협의를 통해 (합의를) 하던 게 국회 오랜 전통”이라며 “공수처법과 검경수사권 등은 권력기관의 문제라 당에서 충분히 안을 내 패스트트랙에 태울 수도 있지만, 선거법은 그렇게 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에 이렇게 하면 다음) 21대 국회에서도 또 다수당이 국민이 잘 모르는 선거법을 갖고 와서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할 수 있지 않나"라며 "그런 길을 터주는 첫 사례가 될 수 있기에 선거법만은 패스트트랙으로 가지 않게 당론으로 해달라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지도부가 패스트트랙 강행 시 유 의원 등 과거 바른정당계 의원들의 탈당 가능성을 묻자 “이 정도로만 하겠다”며 말을 아꼈다.

이언주 바른미래당 의원이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 겸 의원총회에 참석하기위해 국회 로텐더홀에 들어서고 있다. 뉴스1

이언주 바른미래당 의원이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 겸 의원총회에 참석하기위해 국회 로텐더홀에 들어서고 있다. 뉴스1

유 의원에 앞서 이날 오전 10시 20분쯤 의총장에서 나온 이언주 의원도 “공수처법은 북한 국가보위부 같은 결과를 낼 수 있다. 선거법도 100%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아닌 이상한 편법”이라며 “이런 시도 자체가 일종의, 우리 당을 와해시키기 위한 민주당의 술책과 모략"이라고 주장했다. 패스트트랙에 반대하는 김중로 의원 역시 “선거제도를 끼워서 무슨 협상을 한다? 순수성을 결여했다. 민주당 꼼수에 넘어간 것”이라고 꼬집었다.

지상욱 의원은 "당의 진로와 의원 한 사람, 한 사람의 정치생명도 걸린 문제를 당론 의결을 거치지 않는 게 말이 되는가"라며 "중요한 법안, 정책, 사안에 대해 3분의 2 이상 동의를 얻어야 한다는 당헌을 따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충돌로 바른미래당내 바른정당계와 국민의당계 간 파열음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바른미래당 내분으로 선거법 등 패스트트랙도 동력을 얻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날 오전 9시 시작한 바른미래당 의총은 낮 12시를 넘겨 현재 진행 중이다.

성지원 기자 sung.ji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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