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뿔난 경영계, ILO 핵심협약 논의 보이콧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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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경영계가 국제노동기구(ILO) 핵심 협약 비준을 위한 경제사회노동위원회 협상을 보이콧하기로 했다.

“경사노위 공익위원 협상방향 제시 #데드라인까지 정해 협상 무의미” #노·정 입장만 수용한 채 파장될 판

김용근 한국경영자총협회 상근부회장은 19일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위원장을 비롯한 공익위원들이 향후 협상 방향을 정해놓고 데드라인까지 제시한 마당에 협상의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사실상 논의 불참 선언이다.

경총 고위 관계자는 “전날 공익위원의 기자간담회가 끝난 뒤 정부에 불참의 뜻을 전했다. 경사노위에 전달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이에 앞서 18일 경사노위 산하 노사관계제도관행개선위원회 박수근 위원장(한양대 교수)과 이승욱 이화여대 교수 등 공익위원들은 기자간담회를 열고 “경영계에 불만이 있다. 협상 의지가 아예 없다”며 비판했다. “3월 말까지 노사합의가 안 되면 국회로 (논의 결과를) 넘길 것”이라면서다. 박 위원장은 이어 “대체근로 등을 주장하는 데 수용하기 어렵다”며 경영계가 낸 의제를 선제 정리했다.

김 부회장은 이에 대해 “공익위원이 ‘이것만 하라’며 경영계 요구안을 아예 접으라는 뜻”이라며 “그래 놓고 논의 시한(3월 말)까지 정했다. 경영계 입장에선 협상의 명분도 실리도 모두 없어진 셈”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경총 고위 관계자는 “공익위원들이 기자간담회를 통해 보이콧을 유도한 것 아닌가하는 의구심마저 든다”고 말했다. 중립을 지켜야 할 공익위원이 협상 당사자를 비판하고, 논의 의제까지 비토한 것을 두고서다.

앞서 경영계 추천 공익위원인 김희성 강원대 교수는 “협상장의 공익위원이 6 대 1”이라며 편중성을 비판했다. 김 교수는 전날 박 위원장 등의 기자간담회 내용에 대해 “공익위원이 협상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어이없는 일이 벌어졌다”고 말했다.

노사관계제도개선위는 당초 1차 논의에서 노동계 요구안인 단결권 강화, 노조전임자 확대 등을 다루고, 2차 논의에서 경영계가 요구한 대체근로제 허용, 직장점거 폐지 등을 협상하기로 했다. 그러나 노동계 요구안과 정부의 국정과제를 수용한 1차 논의 결과만 내고 협상은 파장된 모양새다.

한편 이날 문성현 경사노위 위원장은 기자간담회를 열고 “(탄력근로제 합의안 의결을 위한)본위원회 개최를 앞두고 청년·여성·비정규직 대표가 불참해 충격을 받았다”며 3인의 조속한 복귀를 촉구했다. 전날 문 위원장을 3인을 만났으나 입장차만 확인했다.

이에 따라 경사노위는 본위원회 개최는 물론 노사제도개선위마저 파행함에 따라 공회전이 불가피하게 됐다.

◆최저임금 공익위원 8명 일괄 사표=류장수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장을 포함, 8명의 최저임금위 공익위원 전원이 최근 일괄 사표를 제출했다. 이들의 임기는 아직 2년 넘게 남아 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19일 “고용부 소속 당연직인 임승순 상임위원을 제외한 나머지 8명이 전원 사표를 제출한 것으로 안다”며 “아직 수리는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들은 김영주 전임 고용노동부 장관이 추천해 지난해 공익위원이 됐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논란 속에 올해 최저임금을 다시 두 자릿수 인상률(10.9%)로 결정했다. 이 과정에 친 노동계라는 비판이 나오는 등 공정성 논란이 일었다.

이들이 사표를 제출한 이유는 명확하게 전해지지 않았다. 그러나 이달 말로 예정된 고용부 장관의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 요청을 앞둔 시점이어서 내년 최저임금 심의에 부담을 느낀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정부가 최저임금 결정구조 개편을 추진하는 데 따른 선제 조치의 일환일 수도 있다. 현재는 노사, 공익위원이 참여해 심의와 결정을 한 번에 한다. 그러나 정부 개편안이 적용되면 전문가로 구성된 구간설정위원회와 노사정 대표가 참여하는 결정위원회로 이원화된다. 이 경우 현 최저임금위원회 공익위원의 역할이 모호해진다.

김기찬 고용노동전문기자 wol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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