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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LO 핵심협약 논의, 노동계 편향…경영계 요구 안 다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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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경사노위에서 열린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산하 노사관계제도·관행개선위원회 공익위원 간담회에서 박수근 위원장(왼쪽)이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경사노위에서 열린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산하 노사관계제도·관행개선위원회 공익위원 간담회에서 박수근 위원장(왼쪽)이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영계에 불만이 있다. 대체근로 등을 주장하는데 수용하기 어렵다.”

경총 “제대로 논의 않고 활동 매듭” #경사노위 박수근 노사관행위원장 #“경영계의 대체근로 주장에 불만” #3월 미합의 땐 국회로 넘기기로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산하 노사관계제도관행개선위원회 박수근 위원장(한양대 교수)은 18일 사견을 전제로 이렇게 주장했다. 이승욱 공익위원(이화여대 교수)도 “경영계 쪽에서는 전혀 협상의 의지를 감지할 수 없다”고 거들었다. 국제노동기구(ILO) 핵심 협약 비준과 관련된 논의 내용을 설명하는 기자간담회에서다.

또 다른 공익위원인 김희성 강원대 교수의 얘기는 다르다. 그는 간담회에 참석하지 않았다. “당초 1차로 노동계 요구사항, 2차로 경영계 요구사항을 논의한 뒤 포괄 타결하기로 했다. 그런데 2차 논의안을 아예 못 받는다고 위원장과 공익위원이 말하면 협상이 되겠는가”라고.

경사노위 노사제도개선위는 위원장을 포함해 공익위원이 8명이다. 경사노위가 정부와 협의해 4명을, 노동계와 경영계가 각 2명씩 추천해 꾸려졌다. 정부는 오는 6월 ILO 설립 100주년을 맞아 ILO 핵심 협약을 비준하고, 문재인 대통령이 이를 기념해 ILO에서 연설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계는 정부와 마찬가지로 ILO 협약 비준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경영계 추천 공익위원인 김 교수가 “사실상 협상장의 구도는 6:1”이라고 한 이유다. 그는 1월 말 경영계가 추천한 다른 공익위원인 권혁 교수와 함께 사퇴했다. 논의 과정의 편향성 등의 문제 때문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 교수는 2월 말 협상장에 복귀했다.

노사제도개선위는 1차 논의에서 실업자와 소방관의 노조 가입을 허용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이른바 노조할 권리에 관해 논의했다. 2차 논의에선 경영계가 대항권 차원에서 요구한 대체근로 허용, 직장 점거 금지, 부당노동행위 폐지 등을 다루고 있다. ILO 핵심 협약을 비준한 선진국에선 보편화한 제도다. 그러나 노동계는 이를 강하게 반대해왔다. 오히려 산별노조 활성화, 쟁의행위 대상과 목적 확대, 쟁의행위 관련 민사책임과 형사처벌 개선 등을 논의하자고 주장했다,

박 위원장은 이날 “ILO 핵심 협약 비준과 노동제도 개선 문제를 3월 말까지 논의하고, 노사 간 합의가 안 되면 국회에 제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에는 1·2차 논의 내용을 모두 넘긴다. 그러나 내용은 다르다. 1차 논의에선 노사 합의가 이뤄지지 않자 지난해 11월 공익위원이 권고안을 만들었다. 이게 제출된다. 그러나 2차 논의와 관련해선 노사 합의가 없으면 공익위원 권고안도 안 낼 방침이다.

비판을 의식한 듯 공익위원들은 “(1차 논의 뒤 낸) 공익위원 합의안은 우리나라 특유의 노사관계 관행도 충분히 고려했다는 점을 밝힌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한국은 산별노조인 유럽과 달리 기업노조 중심이다. 그래서 ‘노조 임원은 재직자로 한정해야 한다’는 점을 강하게 주장해 권고안에 넣었다. 이를 두고 관행을 고려했다고 주장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당초 이마저도 없애려 했다”며 “이걸로 생색내면 안 된다”고 덧붙였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1단계 노동계 제기사항→2단계 경영계 제기사항→3단계 병합 논의를 하기로 약속했으나 경영계 요구는 제대로 검토도 하지 않고 사실상 (위원회)활동을 마무리하는 것”이라며 반발했다.

김기찬 고용노동전문기자 wol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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