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SK의 박재헌, 웬 은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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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프로농구 SK의 '캘리포니아 특급' 박재헌(33.2m.사진)이 갑작스럽게 은퇴하게 됐다.

은퇴 이유는 미국 영주권 때문이다. 박재헌은 올 4월 미국에 갔다가 이민청으로부터 강도 높은 경고를 받았다. 이민청에서는 "주소지를 미국에 두고 있는 영주권자임에도 불구하고 미국 내 소득이나 세금 납부 실적이 없다"며 영주권 박탈을 예고했다. 이 경고를 무시하고 귀국할 경우 영주권 박탈은 물론 다시는 미국에 갈 수 없게 된다.

결국 박재헌은 귀국을 포기하고 캘리포니아 어바인에 가족과 함께 눌러앉기로 했다. 적어도 2년은 미국에 머물러야 할 형편이다. 변호사 등을 통해 백방으로 알아보고 있지만 오는 겨울 국내 코트에서 박재헌의 모습을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 SK구단 관계자는 "은퇴했다고 보면 된다. 5명의 미국 변호사에게 문의했지만 방법이 없다고 한다"고 말했다.

2006~2007 시즌에는 두 쿼터 동안 외국인 선수가 1명만 뛰므로 우수한 국내 장신 선수가 꼭 필요하다. 졸지에 박재헌을 잃은 SK는 부랴부랴 다른 구단과 접촉, 모비스로부터 센터 정세영(25.2m)을 영입했다. 박재헌은 1993년 서장훈(2m7㎝)을 앞세운 연세대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던 고려대가 미국에서 불러들인 '대항마'다. 당시 UC 데이비스대 1학년이었다. 국내 언론에는 "키 2m3㎝에 선 채로 점프해 덩크를 한다"는 등 엄청난 선수로 소문났으나 고려대는 재미를 못 봤고, 프로농구 LG가 그를 기둥센터로 기용해 97~98 시즌 정규리그 2위를 차지했다. 한편 KCC의 슈터 조성원(35)도 은퇴 선언을 했다. 고질적인 왼쪽 무릎 부상 때문이다.

허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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