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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기간 30만 '관중도시' 생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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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6월 초 델라웨어주 도버에서 열린 나스카 대회에서 경주차 세 대가 추돌사고로 한데 엉켜 있다. 이 사고로 운전자들이 모두 다쳤다. [중앙포토]

미국 플로리다주의 데이토나비치에 들어서는 순간 스포츠 이벤트에 대한 새로운 지평이 열린다. 데이토나비치 국제 공항을 향해 가다 보면, 끝없이 이어지는 거대한 벽을 만나게 된다. 그 벽을 향해 수십㎞에 이르는 차의 행렬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그러나 그것은 '거대함'의 시작이다.

나스카의 고향이자 심장인 '데이토나 인터내셔널 스피드웨이'는 58만 평이 넘는 자동차 경기장이다. 축구장 260개가 들어갈 수 있는 넓이다. 스피드웨이 트랙 안 한쪽에는 3만5000평짜리 인공 호수(로이드)가 있다. 사람들은 그곳에서 모터 보트를 타고, 수상 스키를 즐긴다. 트랙 안 잔디밭에는 1만여 대의 모터 홈(RV.캠핑카)이 주차해 있다. 다른 스포츠와 달리 나스카는 레이스 트랙 안에서 캠핑을 하며 경기를 보도록 하고 있다. '인 필드(In-feild)'에 들어오기 위해서는 레이스 일주일 전에 스피드웨이에 도착해야 한다. 트랙 밖 주차장에는 6만여 대의 자동차가 주차해 있다. 30만 명 이상이 모인 하나의 작은 도시가 완성되는 순간이다.

미국인들은 왜 나스카에 열광하는 걸까.

첫째, '친근함'이다. 모터 홈을 몰고 온 가족을 만났다. 마이클 샌터세로(49)는 "자동차 없는 미국인의 삶은 상상할 수 없다. 이곳은 '모터 축제'가 열리는 곳"이라고 말했다. 주변에는 젊은이들이 모터 사이클, 전기 스케이트 보드를 타고 있었다. 호수 위 모터 보트까지 '모터'가 들어가 있는 것은 모두 모여 있는 것이다. 더구나 다른 자동차 경주와 달리 나스카는 평소 미국인들이 몰고 다니는 차들이 경주를 한다.

둘째, '클린 스포츠'다. 부인인 재닛(45)에게 "뭐가 그렇게 좋아 레이싱 팀의 티셔츠까지 입고 나왔느냐"고 묻자 "토니 스튜어트(나스카 정상급 드라이버)"라고 외쳤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크게 웃었다. 그녀는 "매력적이고 젊은 드라이버를 마다할 여자는 없다"며 "핏 크루(pit-crew.정비팀)를 따라다니는 수많은 오빠부대를 보라"고 말했다. 재닛은 "나스카 드라이버는 너무나 친절하다"며 "약물이나 폭력 스캔들을 일으키지 않는 드라이버를 보면서, 아이들과 찾을 곳은 이곳뿐이라고 느꼈다"고 말했다.

셋째, '마이너리티 프로그램'이다. 나스카가 흑인.히스패닉.여성.아이들을 위해 개발한 프로그램은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나스카는 지역 프로그램으로 정착됐다. 거칠고 남성적인 이미지의 1, 2세대 드라이버들이 사라지면서 '스타 기질'을 갖춘 차세대 드라이버들의 등장도 한몫을 한다. 기업 스폰서가 절대적인 힘을 발휘하는 나스카에서 친절하지 않은 드라이버는 살아남을 수 없다.

데이토나비치=강인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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