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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따라잡기] 21세 억만장자 카일리, 금수저일까 자수성가일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포브스가 지난 5일 발표한 '역대 최연소 자수성가형 억만장자'에 이름을 올린 카일리 제너. 도톰한 입술은 카일리 제너의 상징이다. [카일리 제너 인스타그램]

포브스가 지난 5일 발표한 '역대 최연소 자수성가형 억만장자'에 이름을 올린 카일리 제너. 도톰한 입술은 카일리 제너의 상징이다. [카일리 제너 인스타그램]

“‘자수성가(self-made) 억만장자’가 아닌 ‘셀카가 만든(selfie-made) 억만장자’다”

영국 데일리메일이 ‘카일리 코스메틱’ 창업자 카일리 제너(21)를 두고 한 말이다. 셀프(스스로)가 아니라 셀피(셀프 카메라) 덕에 성공했다는 일종의 비아냥이다.

9살때부터 리얼리티 쇼 출연한 카다시안 패밀리 #저커버그 제치고 21세에 최연소 억만장자 올라 #팔로워 1억명 카일리, 금수저 성공? 자수성가?

이런 지적의 배경은 최근 미 경제매체 포브스가 발표한 전 세계 부자 순위에서 카일리가 ‘역대 최연소 자수성가형 억만장자’에 이름을 올렸기 때문이다. 지난 5일(현지시간) 발표에 따르면 카일리의 자산 규모는 10억 2000만 달러(1조 1580억원)로 지난 2010년 당시 23살에 억만장자가 된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를 앞지르는 기록이다.

일부 언론은 카일리가 ‘자수성가형 부자’에 이름을 올렸다는 데 의문을 던지고 있다. 카일리 코스메틱은 지난 2015년 카일리가 부모에게 물려받지 않고 설립한 회사임에도 불구하고 이같은 논란이 생긴 이유는 무엇일까.

‘입술 아이콘’ 카일리, 유명세도 세습?

2007년 방영을 시작한 리얼리티쇼 '카다시안 패밀리 따라잡기'. 카일리 제너(오른쪽 세번째)는 9살때부터 이 방송에 출연하며 인지도를 쌓았다. [채널 E]

2007년 방영을 시작한 리얼리티쇼 '카다시안 패밀리 따라잡기'. 카일리 제너(오른쪽 세번째)는 9살때부터 이 방송에 출연하며 인지도를 쌓았다. [채널 E]

워싱턴포스트(WP)는 “사람들은 (카일리 제너에게) 자수성가라는 타이틀이 공정한지 의문을 품고 달려들고 있다”고 6일 보도했다. 그의 화장품 사업 성공에 가족들이 닦아놓은 부와 지명도가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카일리는 미국 셀러브리티 킴 카다시안의 막내 동생이다. 9살이었던 2007년부터 가족 리얼리티 쇼 ‘카다시안 가족 따라잡기(Keep Up With The Kardashians)’에 출연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으로 카다시안 일가는 ‘유명한 걸로 유명한(famous for being famous)’ 셀러브리티가 됐다. 카일리 역시 배우나 가수가 아니지만 핫한 인물로 자리잡았다. 화장품 사업을 시작하기 전인 2014년 타임지가 선정한 ‘영향력 있는 10대’에 이름을 올렸을 정도다.

특히 그의 도톰한 입술은 10대들에게 선망의 대상이 돼 입술을 부풀린 뒤 사진을 찍는 ‘카일리제너챌린지’가 소셜미디어에서 유행하기도 했다. ‘입술의 아이콘’이 된 카일리가 2015년 출시한 ‘카일리 립키트’가 ‘카일리 코스메틱’의 첫 출발이다.

이에 작가 바이브린 사무엘은 BBC와 인터뷰에서 “‘자수성가’는 카일리에게 부적절한 명칭”이라며 “카일리는 가족들의 이름과 부, 명예를 통해 영향력을 얻었다”고 지적했다. 또 사무엘은 “그의 부와 브랜드 인지도는 사업을 시작하기 전부터 보장됐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카일리는 쇼핑의 미래, SNS로 부를 쌓는 시대

카일리 코스메틱은 지난해 기준 기업 가치가 9억 달러(약 1조 200억원)에 달한다. 그런데도 직원은 12명뿐이다. 아웃소싱을 통해 화장품을 제작하고 오프라인 매장보단 온라인·모바일 판매에 주력하기 때문이다. 마케팅도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가 중심이다.

때문에 카일리의 성공이 'SNS 활용'이라는 새로운 트렌드와 맞물린 결과라는 의견도 있다. 뷰티전문 저널리스트 제시카 모건은 “백만장자가 억만장자가 되는 데 평균 14년이 걸리고, 평균 연령은 37세”라며 “사업시작 4년만에 21살 나이로 억만장자가 된 카일리의 업적을 과소평가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카일리는 소셜 미디어를 무료 마케팅 수단으로 구축했고 이것에 대해 왈가왈부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카일리 제너 인스타그램 팔로워는 1억 2900만명으로 이 인스타그램은 화장품 홍보 플랫폼으로 역할을 한다. [카일리 제너 인스타그램]

카일리 제너 인스타그램 팔로워는 1억 2900만명으로 이 인스타그램은 화장품 홍보 플랫폼으로 역할을 한다. [카일리 제너 인스타그램]

모바일 사용이 익숙한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태어난 세대)가 경제력을 갖게 되면서 나타난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의미다. 현재 카일리의 전체 SNS 팔로워는 1억 7500만명이며 이 중 인스타그램의 팔로워가 1억 2900만명으로 압도적이다. 셀러브리티 인텔리전스 통계에 따르면 그의 인스타그램 팔로워 77%는 밀레니얼 세대에 속하는 18~24세다. 지난해 7월 호퍼 HQ는 “카일리는 인스타그램 게시물 한 건당 수익 100만 달러(11억원)를 창출한다”고 전하기도 했다.

블룸버그는 “카일리는 쇼핑의 미래”라며 “(카일리의 성공은) 인스타그램과 스마트폰 쇼핑 트렌드를 구체화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이어 “그의 억만장자 등극은 기존 회사들에게 두려움을 불러일으켰다”고도 덧붙였다. 기존의 제조업체 또는 유통업체가 아닌 카일리와 같이 SNS상에서 영향력을 발휘하는 ‘슈퍼 인플루언서’들이 판매업체를 대체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에 인플루언서들이 지명도를 이용해 질 낮은 물건을 비싼 가격에 판매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함께 나오고 있다.

카일리는 단순한 금수저 사업가일까, 시대를 잘 활용한 영리한 밀레니얼 세대일까. 카일리의 ‘자수성가 논란’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이 논란에 대해 인디펜던트지는 “우리는 카일리에 분노하는 대신 자수성가가 불가능한 불평등한 시스템에 분노해야 한다”고 짚었다.

김지아 기자 kim.ji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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