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분vs60분…최저임금 위반 여부 가른 '실제 휴게시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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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의정부에서 떡집을 운영하는 권모(58)씨는 2017년 같이 일했던 직원 전모씨에게 소송을 당했다. "2015년 7월 6일부터 2016년 5월 27일까지 일하는 동안 141만 65원을 최저임금보다 적게 지급했고, 근로계약서를 주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권씨의 떡집에는 상시 6명의 근로자가 일하며 떡을 만들고 배송했다.

최저임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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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심 재판부는 권씨가 최저임금 지급 의무를 위반하고 근로계약서를 교부하지 않았다고 판단해 벌금 50만원을 선고했다. 권씨는 항소했다. 2심의 판단은 달랐다. 2심 재판부는 최저임금법 위반은 무죄로 봤다. 다만 근로계약서를 교부하지 않은 부분만 유죄로 판단해 벌금 20만원을 선고했다. 이번엔 직원 전씨 측이 상고했다. 대법원 2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지난달 28일 2심 재판부의 판단이 옳다고 보고 상고를 기각했다. 임금 액수는 같은데 판결이 180도 달라진 이유는 무엇일까. 실제 휴게시간으로 인정하는 시간이 달라졌고 이에 따라 임금 액수를 결정하는 소정근로시간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30분 vs 60분'…휴게시간이 가른 최저임금법 위반

권씨가 운영하는 떡집에서 지정된 휴게시간은 오전 5시부터 5시 20분, 오전 6시 40분부터 7시 20분, 오전 10시 20분부터 10시 40분으로 모두 80분이다. 1심 재판부는 소송을 낸 전씨와 또 다른 직원 김모씨의 진술 등을 토대로 해당 떡집의 실제 휴게시간을 30분으로 전제한 것을 받아들였다.

하지만 2심은 달랐다. 함께 근무하던 다른 직원들이 "실제 휴게시간이 30분보다 길었다"고 증언한 것이다. 당시 근무한 다른 직원은 "전씨를 포함한 모든 직원이 80분으로 정해진 휴게시간을 모두 사용했다"고 진술했다. 또 다른 직원 역시 "오전 5시부터 5시 20분까지는 커피 마시는 시간이 보장됐고, 오전 6시 40분부터 오전 7시까지는 식사한 뒤 휴게시간을 다 이용하지 않고 빠르게 배송을 다녀오면 10시 30분 이후 보장된 휴게시간을 쓰지 않고 일찍 퇴근했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2심 재판부는 이를 토대로 떡집의 휴게시간을 30분이 아닌 60분으로 판단했다. 휴게시간은 소정근로시간에 포함되지 않는다. 휴게시간이 30분에서 60분으로 늘면서 소정근로시간은 다소 줄었다. 직원 전씨가 받은 월급을 소정근로시간으로 나누어봤더니(비교 대상 임금) 해당 연도의 최저임금액보다 많았다.

2심 재판부가 판단한 전씨의 비교대상임금(지급임금액÷소정근로시간). 전씨의 비교대상임금은 해당년도 최저시급보다 높다. [대법원 제공]

2심 재판부가 판단한 전씨의 비교대상임금(지급임금액÷소정근로시간). 전씨의 비교대상임금은 해당년도 최저시급보다 높다. [대법원 제공]

주휴수당 관련 시간은 '소정근로시간'에 포함 안 돼

 1심과 2심에서 또 한 가지 판단이 달라진 점이 있다. 주휴수당 관련 시간을 소정근로시간에 포함할 것인지 아닌지다. 소정근로시간은 근로기준법 제50조등에 따라 근로자와 사용자 사이에 정한 근로 시간을 말한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소정근로시간을 따질 때는 주휴수당 관련 시간은 고려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1심에서는 직원 전씨의 1개월 소정근로시간에 주휴수당 관련 근로 시간까지 포함돼 기소됐다. 2심 재판부는 이 부분에 법리 오해가 있었다고 판단해 원심을 파기하고 최저임금법 위반은 무죄로 판결했다.

이수정 기자 lee.suje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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