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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말 5G 상용화 무산 왜?…단말기·망·요금제 모두 준비 안 돼

중앙일보

입력

정부가 공언해 온 '3월말 세계 최초 5G(세대) 이동통신 상용화'가 사실상 무산됐다. 단말기 제조사와 통신사가 모두 채비를 갖추지 못해서다. 업계에서는 "정부가 현장 준비상황을 모른 채 3월말 상용화를 못박고 앞서나간 것"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 "5G폰 3월중 출시는 불가능" 

7일 단말기 제조사와 통신사들에 따르면 5G는 오는 4월 상용화도 쉽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업계 관계자는 "통신 서비스는 네트워크와 단말기, 요금제(서비스)가 두루 준비될 때 시작할 수 있다"며 "현재 세가지 중 완비된 게 사실상 하나도 없다"고 말했다.
먼저 상용화의 핵심인 단말기 공급이 난관에 부딪혔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7일 "현재 5G폰은 품질 안정화를 위한 테스트 단계"라고 설명했다. 출시 시기와 관련해선 "확실한 건 3월 내에는 나오기 어렵다는 점"이라며 "4월 중에 나올 수 있도록 속도를 내겠지만 4월 중에서도 언제쯤이 될지는 현재로선 특정해 얘기할 수 없다"고 말했다. LG전자 관계자도 이날 "퀄컴의 5G 모뎀 칩 공급 일정에 맞춰 5G폰 출시 시기를 조율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퀄컴의 모뎁 칩 공급이 5월에 본격화 될 것으로 전망한다.

김현석 삼성전자 가전부문 사장이 올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19 프레스 컨퍼런스에서 "한국과 미국에서부터 세계 첫 5G 폰을 공급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중앙포토]

김현석 삼성전자 가전부문 사장이 올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19 프레스 컨퍼런스에서 "한국과 미국에서부터 세계 첫 5G 폰을 공급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중앙포토]

담당 부서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설명도 제조사와 크게 다르지 않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이날 "제조사들로부터 아직 상용화 테스트 단계라는 답변을 들었다"며 "세계 최초 5G보다 제품이 안정적으로 구동하는 게 더 중요하기 때문에 제조사 시험이 끝나길 기다리는 중"이라고 말했다.

5G 기지국도 85개시 중 주요 지역만 구축될 듯 

네트워크 준비 상황도 녹록지 않다. 서로 경쟁 관계에 있는 이동 통신 3사들은 5G 기지국을 갖춘 상황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기지국 준비 상황과 관련해 유일하게 숫자가 공개된 건 지난달 스페인에서 열린 MWC 2019에서였다. 당시 강종렬 SK텔레콤 ICT 인프라센터장 "상용화 시점에 85개 시에서 서비스를 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했다. 오성목 KT 네트워크부문장(사장)도 똑같은 말을 했다. 이동통신업계 관계자는 7일 "85개 시의 전역을 커버한다는 뜻은 아니고, 각 시에서도 인파가 많은 핵심 지역에 5G 기지국 설비를 완비해 빠지는 도시가 없도록 하겠다는 뜻"이라고 귀띔했다. 5G 서비스가 시작돼도 한동안은 4G망과 혼용하는 곳이 훨씬 많다는 의미다.

지난달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MWC 2019’에서 LG전자 미국법인 프랭크 리가 LG V50 ThinQ를 소개하고 있다. [LG전자]

지난달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MWC 2019’에서 LG전자 미국법인 프랭크 리가 LG V50 ThinQ를 소개하고 있다. [LG전자]

요금제 이견 클 경우 논의 길어질 수도

요금제도 아직 논의 중이다. 과기정통부는 최근 업계 1위인 SK텔레콤이 인가 신청한 5G 요금제를 반려했다. 고가 요금제 위주로 구성돼 있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SK텔레콤이 설계한 요금제는 7만원대인 것으로 알려졌다. 과기정통부의 권고안대로 저가 구간을 추가로 설계해 인가받을 수 있다면 요금제 설계는 의외로 이른 시간에 결정될 수 있다. 그러나 각각의 요금제를 낮추라는 요구일 경우 이통사와 과기정통부 간 이견을 조율하는데 다시 시간이 걸릴 수 있다.

상용화 선언할 코리아 5G 데이도 불투명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지난 1월 20일 경기도 과천 KT사옥을 방문해 5G 기반 원격 드론관제 시연을 하고 있다. [사진 과기정통부]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지난 1월 20일 경기도 과천 KT사옥을 방문해 5G 기반 원격 드론관제 시연을 하고 있다. [사진 과기정통부]

상용화 일정이 차질을 빚으면서 28일 서울 상암 누리꿈스퀘어에서 열릴 예정됐던 '코리아 5G 데이' 행사도 불투명해졌다. 이 행사는 과기정통부가 세계 최초 5G 상용화를 선포하는 행사로 기획했다. 이통 3사와 제조사들엔 행사장에 MWC와 차린 부스와 유사하게 부스를 차리고 가상현실(VR)·증강현실(AR)·자율주행·스마트공장 등 5G를 응용한 신기술을 시연할 계획이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코리아 5G 데이 개최 여부는 현재로선 확정된 게 없다"며 "다소 일정이 미뤄지더라도 세계에서 5G를 가장 먼저 상용화하겠다는 목표는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태희 기자 adonis55@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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