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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웨이가 TV 사업에 뛰어든 숨은 목적

중앙일보

입력

스마트폰으로 세계 2위를 꿰찬 화웨이(华为 HUAWEI)가 이번에는 텔레비전(TV)으로 영역 확장을 시도한다.

서브 브랜드 '아너'로 금년 내 TV 출시 예정 #5G시대 스마트홈으로 자사 생태계 구축 의도

중국 현지 매체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연말부터 얘기가 돌았던 ‘화웨이 텔레비전 출시 준비설’이 기정 사실화 된 것으로 드러났다.

정취안르바오(证券日报)는 업계 소식통의 말을 인용, “화웨이가 TV를 만드는 것은 이미 엄연한 사실이다. 지금의 상황으로 볼 때, 이미 중국 선전(深圳)의 TV회사로부터 연구개발, 판매 인력을 데려와 IoT(사물인터넷) 부서에 배치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전문가들은 화웨이가 5G 전환을 기점으로, TV 등 가전제품까지 영역을 넓혀 이른바 '화웨이 생태계'를 구축하려는 목적이라고 분석한다.

[사진 화얼제젠원]

[사진 화얼제젠원]

서브 브랜드로 선 테스트 후, 메인 브랜드 TV 출시 계획

화웨이가 TV사업에 뛰어든다는 얘기은 지난해부터 조금씩 나오기 시작했다.

앞서 2018년 11월, 화웨이 룽야오(荣耀) 자오밍(赵明) 총재는 세계 인터넷 컨퍼런스(世界互联网大会)에서 "'룽야오(荣耀 honor)' 브랜드로 TV 사업을 고려하고 있으며 준비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룽야오(荣耀 honor 아너)는 화웨이의 스마트폰 브랜드 중 하나다. 그동안 화웨이는 스마트폰 영역에서도 '화웨이(华为)'와 '룽야오(荣耀)' 두가지 브랜드를 함께 운영해왔다. 화웨이가 메인 브랜드라면, 룽야오는 서브 브랜드인 셈. 화웨이는 TV사업에서도 역시 두 가지 브랜드를 함께 추진하는 투트랙 전략을 취할 것으로 보인다. (룽야오는 화웨이에 비해 저렴한 보급형 브랜드)

[사진 셔터스톡]

[사진 셔터스톡]

매체 보도에 따르면, 화웨이는 산하 브랜드 '룽야오'로 올해 4~5월 TV를 출시해, 3년 내 중국 3위를 달성하는 것이 목표라고 전해진다. 반면, '화웨이' 브랜드로 TV 시장에 뛰어드는 것에는 비교적 신중한 입장이다. 아직까지 대외적으로 명확한 입장을 표명하지는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화웨이가 우선 '룽야오'로 테스트를 해보려는 것이라고 분석한다.

화웨이는 '룽야오'와 '화웨이'TV의 브랜드 포지셔닝부터 판매 루트까지 차별화 할 방침이다. 룽야오 브랜드는 판매 루트를 온라인에 치중하고, 상대적으로 고급 브랜드인 화웨이는 65인치 이상의 대형 TV 생산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5G 기술을 접목하고, 4K 8K 초고화질 화면을 탑재한 제품을 만든다는 것. 화웨이 TV의 액정화면은 중국 디스플레이 1위 BOE(京东方 징둥팡)에서 납품받아 사용할 것으로 전해진다.

현지 업계는 화웨이의 참전으로 향후 중국 TV 시장이 재편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스카이워스(创维) 하이센스(海信) TCL 샤오미(小米) 창홍(长虹) 등 중국 주요 TV 브랜드들 사이에 뛰어 들어 경쟁을 펼치면서 기존의 판도가 달라질 가능성을 점치는 것이다. 또 일단 화웨이의 브랜드 파워가 세기 때문에 장차 중국 TV 업계의 가격을 점차 끌어올릴 것이라는 기대감도 나온다.

[사진 셔터스톡]

[사진 셔터스톡]

5G 시대, 화웨이 생태계 노린다?

현재 화웨이 하면 보안 이슈를 빼놓을 수 없다. 5G 시대 통신장비 교체 시점에서 화웨이 장비를 채택하는 것을 두고 논란이 많다. 특히 미국은 "화웨이 장비는 보안상 안전하지 않다"는 근거를 들어 불매 운동을 주도한다. 화웨이가 장비에 백도어를 설치, 중국 정부의 스파이 노릇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1월 28일, 미국 법무부는 화웨이와 멍완저우(孟晚舟) 부회장을 대이란제재 위반, 기술 절취 등의 혐의로 기소했고,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화웨이 미국 연구소를 급습해 조사하는 사건도 있었다. 지난 2월 20일에는 필리핀 의회가 화웨이 장비가 들어가는 CCTV 설치 사업 관련 예산안을 승인하지 않았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화웨이는 자사가 미중 무역전쟁의 정치적 피해자라고 주장한다. 평소 대외적으로 별로 나서지 않는 화웨이 런정페이(任正非) 회장도 최근들어 서방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유난히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사진 바이두 바이커]

[사진 바이두 바이커]

미국에 고맙다

런 회장은 최근 미국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정부의 5G에 대한 태도와 관련해 "고맙다"라고 의미심장한 발언을 했다. 미국이 화웨이를 대신해 5G를 홍보해준 덕분에 5G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알게 되었고, 화웨이가 영향력을 가지게 돼 계약도 더 많이 따냈다는 것이다.

2월 18일 공개된 영국 BBC와의 인터뷰에서는 '화웨이 백도어설'에 대해 강하게 부인했다.

"우리가 백도어를 설치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약속하며, "결코 어떤 스파이 행위에도 가담하지 않을 것"이라며 분명한 입장을 밝혔다.

[사진 셔터스톡]

[사진 셔터스톡]

지난해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2위를 점한 화웨이는 늦어도 2020년 삼성을 제치고 글로벌 스마트폰 최대 공급업체가 되겠다는 목표를 내세우고 있다. 이번에 화웨이가 TV 사업에 뛰어든 것은 새로이 추가된 목표이자, 다가올 5G 시대에 대한 준비작업이기도 하다.

5G와 사물인터넷 시대에 본격 진입하면, 스마트홈 시장 규모가 큰 폭으로 불어난다. 업계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스마트홈 시장 규모는 오는 2020년 3576억 위안(약 60조 원)에 달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같은 시장의 점유율을 선점하기 위한 관건은 첫 시작점이다. TV는 가전 가운데에서도 가족 구성원의 오락, 소통의 중심이 되는 매개체다. 화웨이가 TV를 선택한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사진 셔터스톡]

[사진 셔터스톡]

화웨이의 실적과 성과를 놓고 봤을 때, 최근 몇 년 화웨이 실적의 빠른 증가는 B2C(기업-소비자 간 거래) 사업과 관련이 깊다. 현재 화웨이는 스마트폰 뿐만 아니라 태블릿 PC, 노트북, 스피커 등을 출시했지만, 아직까지 가전 분야에는 발을 들이지 않고 있었다.

업계에서는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일각에서는 "TV 시장은 이미 성숙된 상태라 후발주자가 선뜻 끼어들기 쉽지 않고, TV의 경우는 제품 교체 주기도 긴 편이기 때문에 화웨이로서는 이런 점들을 극복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주목할 점은 화웨이가 TV를 사물인터넷(IoT) 부서에 배치했다는 사실이다. 단순히 TV 기계만을 생산하고 말 생각이 아니라는 얘기다. 화웨이의 TV 생산의 배후에는 사물인터넷으로 모두 연결되는 스마트홈이 있고, 5G 시대 화웨이가 만들고자 하는 생태계가 있다.

차이나랩 홍성현

[사진 차이나랩]

[사진 차이나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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