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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만 민주노총 총파업 외쳤더니 모인 건 3200명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민주노총이 6일 총파업에 돌입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생산에 타격을 입은 사업장은 거의 없는 상황이다. 사실상 총파업은 실패로 끝나는 모양새다.

일선 사업장 생산 중단 거의 없어 #현대·기아차 등 주력 사업장 사실상 불참 #파업 사업장도 자체 근로조건 개선 요구 #정부 "불법 행위 의법 조치" 강력 경고

민주노총은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 확대 반대, 최저임금 제도 개편 철회, 국제노동기구(ILO) 핵심 협약 비준 등을 요구하며 산하 노조에 일제히 파업에 돌입할 것을 지시했다. 이 같은 요구사항은 각 사업장이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4일 기자간담회에서 "사업장 내에서 노사가 해결할 수 있는 근로조건을 이유로 파업하는 경우는 정당성이 인정되지만 그렇지 않다면 불법"이라고 말했다. 각 사업장 별로 임금교섭이 진행 중이거나 이를 이유로 조합원 투표를 통해 파업 결의를 한 경우 정당한 쟁의행위에 해당한다. 이런 경우 민주노총의 요구사항 관철을 위한 총파업 동참이 아니라 개별 사업장의 근로조건 개선을 위한 노사분규로 분류된다.

현대·기아차와 현대중공업 같은 민주노총 내 주력 사업장은 사실상 총파업에 불참했다. 노조 간부나 대의원만 일선 현장에서 일하지 않는 선에서 갈무리했다. 민주노총의 파업 지침을 따르는 듯한 모양새는 취하되 생산 차질을 빚지 않도록 한 셈이다. 파업이 생산에 타격을 주는 단체행동인 점을 감안하면 파업은 벌어지지 않은 것이다.

현대중공업으로의 매각 논란이 이는 대우조선해양은 4시간 조업을 중단한다. 그러나 이는 "민주노총의 지침에 따른 파업이라기보다 사업장 내 구조조정 등의 문제로 파업 돌입을 결의한 뒤 조업을 중단한 것으로 노조의 자체 단체행동권 행사에 해당한다"는 것이 고용부의 해석이다.

고용부는 이날 파업에 30여 개 사업장 3200여 명이 참가하는 데 그친 것으로 파악했다. 지난해 11월 9만여 명이 참여하는 데 그쳐 사실상 실패한 총파업으로 평가됐던 것에 비해서도 참여인원이 턱없이 적다.

5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서울민중행동 추진위원회 등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민주노총 총파업지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들은 문재인 정부가 탄력근로제가 합의하는 등 노동자 외면 정책을 펼치고 있다며 오는 6일로 에정된 민주노총의 파업에 연대와 지지를 약속했다. [뉴스1]

5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서울민중행동 추진위원회 등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민주노총 총파업지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들은 문재인 정부가 탄력근로제가 합의하는 등 노동자 외면 정책을 펼치고 있다며 오는 6일로 에정된 민주노총의 파업에 연대와 지지를 약속했다. [뉴스1]

민주노총은 이날 오후 국회 앞에서 개최할 예정인 총파업 집회에 수도권 지역 노조 간부 약 4000여 명이 참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민주노총의 가장 강력한 무기였던 총파업이 별다른 위력을 발휘하지 못함에 따라 향후 선택지가 상당히 줄어들 전망이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복귀와 같은 사회적 대화가 무산된데다 물리력 행사의 투쟁 수단마저 무력화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민주노총이 목소리를 관철시킬 수단이 무뎌졌다. 향후 국회 앞에서 간부들 중심으로 집회나 시위를 열어 정부와 정치권을 압박하는 전술을 고집할 것으로 보인다"(경제단체 관계자)는 관측이 나온다.

이와 관련 정부는 민주노총의 총파업에 대해 강하게 경고하면서 사회적 대화 복귀를 촉구해왔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5일 "고용과 경제가 엄중한 시기에 집단적인 파업을 벌이는 것은 다수 국민의 동의를 얻기 어렵다"며 사회적 대화 동참을 촉구했다.

이재갑 고용부 장관은 한발 더 나가 "합법적인 파업과 집회는 보장하지만 불법행위가 발생할 경우 법 절차에 따라 조치하라"고 일선 기관장에게 지시했다. 기자간담회에서는 불법행위에 대한 사업주의 고소고발을 당부하기도 했다.

김기찬 고용노동전문기자 wol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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