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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

주휴수당 이제 폐지할 때가 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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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리셋 코리아 고용노동분과 위원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리셋 코리아 고용노동분과 위원

근로기준법은 근로자에게 1주일에 1일 이상의 휴일을 보장하고, 1주 동안 소정의 근로일을 개근한 근로자에게는 8시간 기준의 일당에 해당하는 수당을 추가로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수당을 주휴수당이라 한다. 1주일 중 최소 1일의 휴일을 보장하는 것은 국제노동기구(ILO)나 유럽연합(EU)의 입법지침 등에서 보장하는 보편적 노동기준이다. 매일 노동에 종사하는 근로자의 피로 누적 방지와 인간다운 생활을 위해 1주 1일의 휴식은 보장돼야 하기 때문이다.

근로시간 단축, 최저임금 인상에 #주휴수당 더 의미 갖기 어려워 #법으로 주휴수당 강제 말고 #노사 자율 해결하는 게 바람직

하지만 주휴수당 자체는 국제 노동기준이 아니다. ILO와 EU 입법지침도 주휴수당을 보장하고 있지 않다. 독일·프랑스·영국·미국·일본 등도 주휴수당을 법제화하고 있지 않다. 주휴일이란 1주일 중 1일을 휴일로 정하여 노동으로부터 해방했던 서구의 종교적 관행을 노동기준으로 사회 규범화한 것이기 때문에 이 휴일은 원래부터 노동 의무가 없다. 노동 의무가 없는 날이니 사용자의 임금 지급 의무도 없는 것이 원칙이다.

물론 주휴수당 제도를 둔 나라도 있다. 고용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멕시코·브라질·터키·대만 등 일부 국가가 주휴수당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이들은 주당 근로시간이 모두 40시간을 초과해 1주 6일 근로제가 유지되고 있다. 최저임금도 상당히 낮은 수준에서 형성되어 있다. 장시간 근무하는 저임금 풀타임 근로자의 휴식을 위해 주휴수당을 보장하는 것으로 보인다.

주휴수당의 폐지 문제가 쟁점으로 대두한 것은 실근로시간 단축(휴식의 확대)과 함께 최저임금의 대폭 인상 때문이다. 풀타임 근로자로서 1주 40시간, 월 174시간을 근무한다고 가정할 경우 올해 최저임금인 시간당 8350원을 적용하면 월 급여는 145만2900원이다. 그런데 여기에 월 4.3일 정도의 주휴일이 있으니 주휴수당만으로 약 28만4000원을 추가 지급해야 한다. 20%를 추가 지급하는 것이다.

시론 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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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영향을 가장 크게 받는 영세 소상공인에게 주휴수당의 위력은 메가톤급이다. 소상공인연합회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64%가 주휴수당을 지급하지 않고, 그중 60.9%가 지급 능력 부족을 이유로 들었다. 한국외식산업연구원이 인터뷰한 외식업주의 85%가 올해 경영상의 최대 애로사항으로 최저임금 인상과 주휴수당을 들었다.

인건비 증가와 주휴수당 지급을 피하기 위해 1주 15시간 미만으로 근로 계약을 체결하는 이른바 ‘알바 쪼개기’가 퍼지고 있다. 그 결과 저임금 근로자의 고용 불안과 소득 감소가 현실화되고 있다. 이쯤 되면 최저임금위원회가 최저임금을 결정할 때 주휴수당 부담과 고용 영향을 제대로 고려했는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 근로자 중 연봉제 또는 월급제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즉 연간 또는 월 임금 총액이 확정돼 있고 주휴수당은 그에 포함된 것으로 본다. 사실상 주휴수당이 명목상으로만 존재한다는 뜻이다. 주휴수당의 역할이 일당 또는 시급제로 장시간 노동하는 저임금 근로자에게 소득 걱정 없이 휴일을 보내라고 마련된 제도라면 소득이 높아지거나 근로시간 단축으로 휴일이 증가하면 주휴수당 제도는 더는 의미를 갖기 어렵다.

주휴수당 자체가 유명무실해지고 부작용이 크면 이제는 폐지하는 게 답이다. 10년 전 한국노동법학회가 제출한 노동부 연구보고서에서도 폐지가 거론됐다. 물론 법정 노동기준을 변화된 사회·경제적 조건에 부합하도록 개편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그렇다고 주휴수당 제도를 무작정 폐지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여기에는 두 가지 고려가 필요하다. 하나는 기존 근로자의 근로조건 저하를 방지하는 것이다. 저임금 근로자를 위해 현재 주휴수당에 해당하는 금액을 근로자의 월급이나 기본급에 반영하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다른 하나는 주휴수당 규모가 최저임금 인상과 직접 관련된다는 점이다. 주휴수당은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눈덩이처럼 불어나기 때문에 가급적 그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을 때 폐지하는 것이 낫다.

노동관계 당사자들은 휴일에 대한 보상 문제를 얼마든지 자유롭게 협상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급 능력이 있고 노동생산성이 높은 기업은 지금도 법적 의무가 없는 휴무일(토요일)에 수당을 지급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즉, 법으로 수당 지급을 강제할 필요가 없다. 주휴수당 문제도 노사 자치에 맡겨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주휴수당 문제는 우리 법정 노동기준을 개발도상국 모델이 아닌, 선진국 수준으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3만 달러를 넘는 시대에 법으로 불로소득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노동에 대한 합리적이고 적정한 대가를 보장하는 방향으로 재편하는 것이 중요하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리셋 코리아 고용노동분과 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