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화 “문희상 발언에 일본측 항의 없었다” vs 고노 “유감 전달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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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강경화(左), 고노(右)

강경화(左), 고노(右)

지난 15일 독일 뮌헨에서 열린 한·일 외교장관 회담에서 문희상 국회의장의 ‘일왕 사죄’ 발언에 대해 일본 측이 사과와 철회를 요구했는지를 두고 양측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일본 외무성의 발표를 한국 외교부가 부인한 데 이어 17일 일본 측이 재반박하며 또 진실게임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고노 다로(河野太郎) 외무상은 17일 뮌헨 현지에서 기자들에게 문희상 국회의장의 발언에 대한 일본의 입장을 전달했다고 재차 강조했다. 고노 외무상은 “‘대단히 놀람과 동시에 유감으로 생각한다’고 (강경화 장관에게) 말씀드렸고, 한국 외교부에는 제대로 대응해 주기 바란다고 전했다”고 말했다.

한·일 외교장관 진실게임

이어 “한국 측 참석자들도 잘 듣고 있었기 때문에 메시지는 잘 전달됐다고 생각한다. ‘모른다’고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전날 “고노 외무상이 문 의장 발언에 항의했다”는 보도에 대해 한국 외교부가 부인하자 고노 본인이 직접 재반박하며 강하게 비판한 것이다. 고노 외무상은 “지금까지 사죄와 철회를 요구한다고 세 번, 네 번 말했다. 한국 외교부에 제대로 대응을 요구한다는 것은 그런 것이라는 것을 상대 측도 잘 이해하고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지통신 등은 “고노 외무상이 회담에서 문 의장 발언에 대해 거듭 사죄와 철회를 요구했지만 강 장관은 이와 관련된 답변을 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도쿄신문도 ‘일본 측 설명’이라면서 “사죄와 철회를 요구했으나 강 장관으로부터 발언은 없었다”고 보도했다. 일본 외무성은 홈페이지에 한·일 외교장관 회담 내용을 설명하며 “한·일의원연맹 회장을 지낸 문희상 국회의장의 발언에 대해 일본의 입장을 재차 전달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국 외교부는 16일 이를 일축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출입기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를 통해 “이 건에 대한 일본 측의 언급은 없었다”고 밝혔다. 강 장관도 “고노 외무상이 문 의장 발언에 항의했느냐”는 질문에 “없었다. 그런 이야기 없었다”고 반박했다.

이처럼 두 사람의 설명이 180도 다른 데 대해 일각에선 양측 커뮤니케이션에서 오해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도쿄의 한 소식통은 “강 장관이 부인한 것은 ‘사죄와 철회 요구가 있었느냐’는 질문에 ‘없었다’고 밝힌 것”이라고 말했다. 즉, 회담에서 문 의장 발언이 다뤄졌더라도 고노 외무상으로부터 직접적으로 ‘사죄와 철회’를 요구하는 발언은 없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도쿄=윤설영 특파원 snow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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