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총통 탄핵안 부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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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천수이볜(陳水扁.사진) 대만 총통에 대한 탄핵안이 27일 입법원(국회) 표결에서 부결됐다. 이에 따라 그동안 측근과 친인척 부패 혐의로 곤욕을 치렀던 천 총통은 일단 한숨을 돌리게 됐다. 그러나 야권이 계속 반발하고 있어 정국은 앞으로도 계속 혼란스러울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대만 입법원에서 진행된 총통 파면안 표결에는 133명의 의원이 참가해 119명이 찬성표를 던졌으며, 14명은 기권했다. 의결 정족수인 전체의석(221석)의 3분의2(148표)에서 29표가 부족했다.

현지 분석가들은 20일 천 총통의 대국민연설이 효험을 본 것으로 풀이했다. 당시 천 총통은 "만약 야권의 요구대로 파면안이 가결되면 이는 대만인 정체성의 패배를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하나의 중국을 강조하는 야권이 대만을 중국에 귀속시키려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었다. 홍콩 청스대학 국제문제연구소의 조지 차이 연구원은 "대만인들은 정부의 강력한 독립정책에도 반대하지만, 야권처럼 중국에 너무 가까워지는 것도 달가워하지 않는다"며 "그래서 일부 야권 의원들도 탄핵안에 찬성표를 던지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탄핵안이 부결된 뒤 야권의 공세는 더 거세지는 추세다. 국민당은 표결 직후 성명을 내고 "총통 사퇴 운동은 끝이 아니라 이제 시작일 뿐"이라고 목청을 높였다. 친민당(親民黨)의 쑹추위(宋楚瑜) 주석도 "이번 표결에 참가한 의원의 과반수가 찬성표를 던졌기 때문에 천 총통은 이미 탄핵당한 것이나 다름없다"며 "천 총통이 물러날 때까지 모든 수단을 동원해 퇴진 운동을 벌일 것"이라고 말했다. 임기 2년을 남긴 천수이볜 총통의 권력누수도 가속화할 전망이다. 이미 당과 행정 권한을 행정원장에게 위임한 데다 잇따른 친인척 비리로 국민 지지율이 11%까지 떨어졌기 때문이다. 천 총통은 "앞으로 야권 지도자들을 만나 여야 화합을 추진하고 흐트러진 민심을 추스르겠다"고 밝혔지만 야권이 이에 응할지는 미지수다.

홍콩=최형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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