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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10년 흑자 기업 비결은 '한우물 경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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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에이스침대 안성호(38) 사장은 서울 청담동 집에서 충북 음성 공장까지 편도 100㎞ 거리를 매일 출퇴근한다. 집 가까이 논현동에 서울사옥이 있지만 1년 365일 음성 공장에 파묻혀 산다. 안 사장은 에이스침대 주식 75%를 보유한 2세 오너이자 최고경영자(CEO)다. 그러나 번듯한 사옥에서 손님 접대한다며 '폼'잡는 건 체질에 맞지 않는다. 스프링 만드는 소리가 귀를 쩌렁쩌렁 울리는 매트리스 공장을 둘러보며 300여 명의 직원들과 매일 눈을 맞춘다. 점심도 구내식당에서 해결한다.

"우리는 전통적 제조업체예요. 제품 개발이 일순위죠. 다른 데 신경 쓸 여유가 어디 있나요." 안 사장의 말이다. 코스닥 상장 10년, 에이스 침대가 그 거친 경쟁에서 살아남았을 뿐 아니라 연속 흑자를 기록한 비결이 여기 있었다.

◆코스닥 10년, 생존의 비결은 '기본'=7월 1일 10년을 맞는 코스닥 시장에 첫 상장한 343개 기업 중 현재까지 살아남은 기업은 모두 134개. 열에 여섯이 퇴출될 만큼 부침이 심한 코스닥 시장에서 살아남아 10년 연속 순익을 달성한 기업은 10%에 불과한 41개다. 에이스침대를 비롯해 10년 동안 누적순익 3206억원을 올린 동서나 경동제약.성우하이텍.태광 등 흑자 기업들은 "특별한 것 없이 마땅히 해야 할 일만 묵묵히 했다"고 입을 모았다. 걸핏하면 테마에 휘둘렸던 코스닥 시장에서 이들 흑자 기업은 곁눈질 않고 기본에 충실했다. 주가를 올리는 대신 실력을 키웠다. 자연스레 주가도 뒤따라왔다. 10년간 살아남기만 한 '생존 기업'의 주가가 평균 147.38% 오르는 동안 10년 흑자기업 41개는 평균 253.44% 올랐다. 이윤학 코스닥 발전연구회장은 "딴 짓 안 하고 한 우물 판 기업들이 대부분 살아남았다"고 말했다.

◆테마는 모른다, 실적으로 말한다=코스닥 시장이 테마주 시장이라는 일반의 인식과 달리 10년 흑자기업들은 테마 열풍과 무관한 전통 기업이 대부분이다. 인스턴트 커피로 유명한 동서식품의 지주회사 격인 동서는 30년을 한결같이 식품 포장재와 식자재 분야에만 매달렸다. 에이스침대와 성우하이텍도 각각 침대와 자동차 부품이라는 전문분야 외에는 눈길 한번 주지 않았다. 너도나도 테마에 휩싸였던 시절에도 이런 원칙은 흔들리지 않았다. 심지어 회사 이름에 '제약'이 들어갔다는 이유만으로 한때 바이오 테마주 열풍에 휩쓸렸던 경동제약은 이런 시류가 싫어 거래소 이전을 추진하기도 했다.

◆강점을 파고들어라=신약 개발은 대형 제약사들도 위험 부담이 크다. 아무리 명분이 좋고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고 해도 중소형 제약사가 섣불리 뛰어들기에는 무리다. 그래서 경동제약은 오리지널 신약 개발 대신 일종의 '카피 약'인 개량 신약 공급 전략으로 차별화하며 강점에 집중했다. 동서 역시 식품 포장재라는 틈새시장을 찾아 경쟁력을 키운 경우다. 동서는 관계사인 동서식품 이외에도 CJ나 빙그레 등 웬만한 식품회사에 포장재를 납품하고 있다는 장점을 톡톡히 활용했다.

◆투자만이 살길이다=그렇다고 지키기만 해서는 생존할 수 없다. 코스닥 흑자기업들은 거래소의 큰 기업들 못지않게 과감한 투자를 했다. 경동제약은 소형 제약사 중에서는 처음으로 의약품 원료를 생산.합성할 수 있는 공장을 만들어 마진을 높였다. 성우하이텍은 자동차 부품업체로는 드물게 10여 년 전부터 연구개발(R&D) 연구소를 세웠고 납품업체인 현대차의 해외 진출에 맞춰 인도.중국에도 공장을 만들었다. 덕분에 용접 등에서 26건의 특허를 따내며 대기업도 넘보기 어려운 탄탄한 기업이 됐다. 1993년 중국에 자본금 380만 달러 규모의 현지법인을 세우는 등 과감한 해외 설비투자를 한 에이스침대도 설비 투자에는 돈을 아끼지 않은 경우다.

안혜리.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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