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관중 '잉글랜드 김 빼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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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웃통을 벗어젖힌 잉글랜드 서포터들이 슈투트가르트 시내에서 26일(한국시간) 열린 잉글랜드와 에콰도르의 경기를 대형 화면으로 관전하며 열렬히 응원하고 있다. [슈투트가르트 로이터=연합뉴스]

26일(한국시간) 잉글랜드와 에콰도르의 16강전이 열린 슈투트가르트 고틀리프다임러 경기장에서는 에콰도르와 독일의 합동 응원전이 벌어졌다. 왼쪽 골대 뒤를 중심으로 관중석의 절반 이상을 점령한 잉글랜드 응원단은 경기 시작 전부터 브라스 밴드를 앞세워 기세를 올렸다. 반대쪽 골대 뒤에는 노란색 유니폼을 입은 에콰도르 응원단이 모여 앉았지만 숫자는 2000여 명에 불과했다.

전반 잉글랜드의 무기력한 플레이가 이어지자 잉글랜드 응원단은 맥이 빠졌다. 그 틈을 타 독일 관중이 난데없이 "도이칠란트, 도이칠란트"하며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잉글랜드의 응원을 교묘하게 방해하거나 '물타기'를 시도했다. 한창 잉글랜드 응원단이 기세를 올릴 때면 파도타기 응원으로 맞불을 놓곤 했다. 에콰도르 응원단이 호응하면서 순식간에 분위기는 파도타기 쪽으로 흘러갔다. 그런데 파도가 잉글랜드 응원단 쪽으로 오면서 끊어졌다. 경기장에 "우-"하는 야유가 울려퍼졌다. 잉글랜드 응원단이 합창을 하면 독일 관중이 다른 노래를 불러 분위기를 흩트려 놓기도 했다.

독일과 잉글랜드는 축구에서만큼은 '불구대천'의 원수다. 16강전 맞대결이 무산되는 바람에 결승에서나 만날 수 있게 됐지만 독일 입장에서는 잉글랜드가 껄끄러운 상대다. 빨리 탈락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에콰도르와의 합동 응원전으로 표출됐다. 하지만 결과는 독일인의 '희망'을 비켜갔다.

슈투트가르트=정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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