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모든 택시 안에 ‘안전격벽’ 설치 추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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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가 택시기사 안전을 위해 서울의 모든 택시들에 보호 격벽 설치를 추진한다. 격벽이란 운전석을 둘러싸고 설치되는 투명 재질의 벽이다. 기사와 승객을 물리적으로 분리해 기사가 승객으로부터 폭행당하는 일을 막는 취지로 설치된다. 최근 경기도 남양주시에서 60대 여성 택시기사가 40대 남성 승객으로부터 폭행을 당하는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서울시의 시도가 주목된다.

서울역 택시 승강장에서 승객을 태우는 택시들.[뉴스 1]

서울역 택시 승강장에서 승객을 태우는 택시들.[뉴스 1]

12일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시는 우선 올해 택시 250대에 격벽을 시범 설치 후 2024년까지 모든 택시에 설치할 계획이다. 지우선 서울시 택시물류과장은 “시범 설치해 운행한 후 업계의 반응이 좋고, 기사 폭행 감소 등의 효과가 있으면 모든 택시로 확대하는 게 목표다”고 말했다. 2020년 2500대, 2021년 2만대, 2022년 2만7540대에 순차적으로 설치할 계획이다. 약 20만원인 설치 비용의 절반은 서울시가 대고, 나머지 절반은 택시기사나 택시회사가 부담한다. 서울시는 이를 위해 2022년까지 시비 50억2900만원을 투입할 목표를 세웠다.

희망자 대상 올 250대 시범 설치 #2024년까지 7만 여대 전부 목표

현재로서는 기사나 택시회사에 격벽 설치를 강제할 법적 근거가 없다. 이에 따라 서울시도 올해 시범 설치를 기사가 희망하는 택시들에만 할 수 있다. 서울시는 이같은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격벽 설치를 의무화하고, 격벽 설치비용을 국비로 지원하는 법 개정을 국토교통부에 건의할 예정이다.

택시 격벽에 대한 기사나 승객의 반응도 관건이다. 이미 서울시는 2014년에도 여성 기사가 운행하는 택시 30대에 격벽을 시범 설치했으나 한동안 중단했다. 기사와 승객들로부터 “운전가 공간이 협소해진다” “택시비 결제가 어렵다” “설치비가 부담된다”는 등의 반응이 나와서다. 이런 가운데 경찰청에 따르면 2013~2017년 승객이 택시·버스 등의 운전자를 폭행한 사건은 1만5300여 건 발생했다. 버스의 경우 2006년부터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에 따라 격벽 설치가 의무화됐다. 이미 미국·일본·유럽 등에는 보호 격벽이 설치된 택시들이 많다.

임선영 기자 youngc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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