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궐선거 공천 확답 않는 민주에 조순형 전 대표 무소속 출마 의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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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7.26 재.보궐 선거 출마(성북 을)를 선언한 'Mr. 쓴소리' 조순형(얼굴) 전 민주당 대표와 한화갑 현 대표 측 간의 기류가 미묘하다. 전직 대표가 공천을 신청했는데도 민주당 지도부에선 "유력한 후보들 중 한 분"이라고만 할 뿐 공천 여부에 대한 확답을 피하고 있다.

반면 조 전 대표는 '마이 웨이'다. 지난주 서울 성북구에 사무실을 낸 그는 26일 "나로선 출마가 어려운 결정이었다. 공천은 당의 판단에 맡기고 안 되면 나대로 가겠다"고 했다. 무소속이라도 출마하겠다는 의미다. 그는 이런 뜻을 한 대표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알렸다고 한다.

하지만 한 대표 측의 인사들은 "대통령 탄핵 주역이 선거로 복귀할 경우 다 죽어가는 열린우리당에 논쟁의 빌미를 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왜 흘러간 이슈인 탄핵이 다시 등장해야 하나"라고도 했다.

정치권 일각에선 조 전 대표의 등장이 한 대표 측에겐 이래저래 불편하다는 말이 나온다. 지난 지방선거 때 '독자생존론'을 고수하며, 당내 '고건 전 총리 대세론'과 '구(舊)여권 통합 불가피론'을 잠재웠던 한 대표는 이번 재.보궐 선거에선 정치 색채가 엷은 새 인물 영입을 시도하고 있다. 당의 외연 확대와 당내 리더십 유지를 동시에 도모한다.

다른 일각에선 조 전 대표가 선거 승리로 당에 복귀할 경우 한 대표에 대한 대법원 최종심 결과에 따라 두 사람 사이에 힘의 역전이 나타날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조 전 대표는 이런 말들에 대해 "그런 얘기엔 관심이 없고 나로선 마지막 봉사의 기회로 여긴다"고 했다. 열린우리당 일각에서 제기한 민주당과의 재.보궐 선거 연대에 대해선 "국민에 대한 오만"이라며 "노선도 정책도 다른 정당이 무슨 연합이냐. 차라리 국민에게 선택할 기회를 줘라"고 했다.

채병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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