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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대미 관계엔 8가지 용어 공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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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한국의 대미 관계에는 무려 여덟 가지 용어가 공존한다."

미국외교협회(CFR)의 줄리아 스웨이그 이사가 25일(현지시간) 출간한 '오인사격(Friendly Fire):반미의 세기에 친구를 잃고 적을 만들기'라는 책에서 최근 한국을 비롯한 독일.영국.터키.남미 등 세계 각국에서 일고 있는 반미감정의 실상을 조목조목 분석했다고 워싱턴 포스트가 보도했다.

그는 특히 한국의 반미감정에 주목했다. 그는 "한국에는 미국과 관련해 매우 복잡한 시각이 상존하고 있다"며 이를 8개의 단어로 압축했다.▶미국을 반대하는 '반미(反美)'▶숭배하는 '숭미(崇美)'▶혐오하는 '혐미(嫌美)'▶찬성하는 '찬미(贊美)'▶연대하는 '연미(連美)'▶이용하는 '용미(用美)'▶저항하는 '항미(抗美)'▶폄하하는 '폄미(貶美)' 등이 그것이다.

그는 "한국 내 반미감정은 구한말까지 거슬러 올라간다"고 주장했다. 필리핀 강점을 일본이 묵인하는 대가로 미국이 1905년 을사조약을 인정한 때부터 반미감정이 싹텄다는 것이다. 그는 "분단 상황과 미군 장기주둔도 미국에 대한 적대감으로 연결됐다"며 "여기에는 자주독립을 이루지 못한 데 대한 당시 젊은이들의 좌절감도 적잖게 반영됐다"고 분석했다.

스웨이그 이사는 "90년대 문민정부가 들어서면서 반미감정이 잠시 가라앉는가 싶었지만 시장개방 압력, 노근리 사건 폭로, 여중생 사망사건, 북핵 위기를 둘러싼 양국 간 불협화음 등이 잇따르면서 다시 분출됐다"고 진단했다. 그리고 급기야 2004년에는 한국인의 40%가 '한국 국가안보에서 미국이 북한이나 중국보다 더 위협적'이라고 답하기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그는 "문제는 이 같은 반미감정이 전 세계 대륙과 문화에 광범위하게 퍼지고 있다는 점"이라며 "최선의 해독제는 미국 사회를 다시 매력적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를 위해 미국은 외국 문화에 적극 공감하는 방향으로 대외정책 기조를 바꿔야 하며, 국제관계의 공정성을 확보하는 데에도 보다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충고했다.

박신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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