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를 반드시 둬야 한다고 생각하는 기혼여성의 비율이 처음으로 50% 아래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기혼여성 2명 중 1명은 자녀가 꼭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는 얘기다.
10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공개한 ‘자녀출산 실태와 정책 함의’ 보고서는 ‘2018년 전국 출산력 및 가족보건ㆍ복지 실태조사’를 통해 우리나라 기혼여성의 자녀 가치관을 분석했다.
연구팀은 15~49세 기혼여성(1만1161명)을 대상으로 자녀의 필요성, 자녀가 필요한 이유 등을 조사했다. 조사결과, ‘자녀가 꼭 있어야 한다’는 응답은 49.9%로 나타났다. 2015년 조사 때(60.2%)와 비교하면, 10.3%포인트 줄어든 수치다. ‘있는 것이 없는 것보다 나을 것이다’는 응답은 32.8%, ‘없어도 무관하다’는 16.9%로 나타났다. 자녀가 ‘없어도 무관하다’는 응답은 2015년 조사(10.6%)와 비교하면 6.3%포인트가 늘었다.
자녀가 필요하다고 생각한 기혼여성(9265명)에게 ‘자녀가 필요한 이유’를 물었더니 ‘가정의 행복과 조화를 위해’라는 답이 81.1%로 가장 많이 나왔다. ‘심리적 만족을 위해’가 15.6%로 뒤를 이었다. ‘가문(대)을 잇기 위해’(1.2%), ‘주변 사람들이 자녀를 갖는 분위기여서’(0.7%), ‘노후생활을 위해’(0.5%), ‘부모님이 원해서’(0.5%), 제사를 지내고 경제적 도움을 받을 수 있어서(0.4%) 등의 응답은 저조했다. 연구팀은 “자녀가 필요한 이유는 경제적 혹은 수단적인 것보다 정서적인 것임을 보여 준다”고 분석했다.
자녀의 필요성에 대해 부정적으로 응답한 기혼여성(1896명)을 대상으로 자녀가 필요하지 않은 이유를 물었더니 ‘아이가 행복하게 살기 힘든 사회여서’(25.3%), ‘경제적으로 여유롭게 생활하기 위해’(24.1%)라는 응답이 많이 나왔다. 그 뒤를 ‘자녀가 있으면 자유롭지 못할 것 같아서’(16.2%), ‘부부만의 생활을 즐기고 싶어서’(15.6%), ‘경제적으로 자녀 양육이 어려워서’(11.3%)가 이었다.
자녀의 필요성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은 기혼여성 뿐 아니라 미혼여성사이에서도 확산하고 있다. 보사연이 20∼44세 미혼 남녀 약 2500명을 대상으로 자녀의 필요성을 물었더니 ‘자녀가 없어도 무관하다’고 생각하는 미혼여성은 48.0%로 나타났다.
이에스더 기자 etoil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