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서 선전하는 이랜드 “알리바바가 한국 기업 다리 놔달래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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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중국 상해 이랜드 스마트 매장. 이랜드는 중국에서 브랜드관 19개를 운영한다. [사진 이랜드]

중국 상해 이랜드 스마트 매장. 이랜드는 중국에서 브랜드관 19개를 운영한다. [사진 이랜드]

중국은 한국 기업이 사업하기 어려운 곳이다. 롯데, 신세계 등 국내 굴지의 그룹도 중국에서 쓴맛을 보고 잇따라 철수했다. 그런데 국내 재계 순위 42위인 이랜드 그룹은 20년 넘게 중국시장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다.

이규창 이랜드 이커머스 대표 #이커머스 진출 20년 노하우 살려 #한국 제품 연결해주는 허브 될 것

특히 최근에는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시장에서 활약이 두드러지고 있다. 지난해 광군제(중국 최대 세일) 때에는 하루 매출액이 700억원을 넘었고, 세계 최대 이커머스 업체인 중국의 알리바바로부터 한국 기업을 중국에 진출시키는 허브 역할을 해 달라는 제안까지 받았다. 이규창(53·사진) 이랜드 글로벌 이커머스 총괄 대표는 “올해는 한국 기업이 중국의 이커머스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드는 원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규창 이랜드 이커머스 대표

이규창 이랜드 이커머스 대표

한국기업을 위한 허브 역할이란.
“중국을 전혀 모르는 한국 기업도 중국의 주요 이커머스 장터에서 물건을 팔 수 있게 이랜드의 노하우를 전수해주는 것이다. 이랜드는 알리바바 등 중국의 거대 이커머스와 오래 일을 했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되는지 잘 알고 있다. 마침 최근 알리바바가 우리에게 허브 역할을 구체적으로 요청했다.”
알리바바가 왜 그런 요청을 했나.
“알리바바가 상대하는 수많은 업체 중 이랜드가 50위 안에 든다. 알리바바와의 관계는 싸우면서 시작됐다. 2005년 알리바바의 쇼핑몰에 이랜드의 짝퉁 상품이 쫙 깔렸다. 항의하러 알리바바를 찾아갔고, 소송까지 벌였다. 이후 협업관계로 바뀌어 지금은 알리바바의 쇼핑몰 티몰에 이랜드, 스코필드 등 20개의 브랜드관을 운영하고 있다.”
중국 이커머스 상황은.
“굉장히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전체 판매량의 15%가량이 이커머스로 이뤄진다. 이랜드의 경우 2013년 50억원이었던 광군제 매출액이 올해 723억원으로 14배 이상 급증했다. 지난해에는 자동차, 명품화장품 등의 새로운 카테고리를 만들었고 올해는 더 다양하게 판을 만들 것 같다. 지난해 알리바바와 협업으로 스마트 매장도 확장했다. 소비자가 주요 오프라인 매장에서 물건을 휴대폰 카메라로 찍기만 하면 바로 결제되는 시스템이다.”
중국에서 선전하는 비결은.
“물건을 팔 수 있는 유통채널은 중국에 차고 넘칠 정도로 많다. 이랜드도 유통만 했으면 실패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랜드는 유통채널과 브랜드 상품을 같이 가지고 들어갔기 때문에 성공했다. 1996년 중국에 처음으로 의류 브랜드를 선보인 이후 현재 5000여 곳의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처음부터 대박을 노리지 않고 이랜드 정신 그대로 신뢰를 쌓기 위해 노력했다. 지금은 이랜드가 없으면 중국의 새 백화점이 오픈을 하지 못할 정도로 이랜드의 파워가 세졌다. 중국에서 영업 중인 20개 이랜드 브랜드관 모두 흑자를 내고 있다.”
다른 나라 진출계획은.
“유럽, 인도, 베트남에 지사가 있다. 인도는 중국에 버금가는 큰 시장이 될 것으로 본다. 각 나라의 1등 이커머스와 협력관계를 맺을 계획이다. 오프라인 시장에 진출할 때는 매장을 내야 하고 다년간 계약을 맺어야 하는데 이커머스는 그런 부담이 없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가볍게 시작할 수 있다.”

함종선 기자 jsh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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