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사그루빠 얼마나 나대는지···" 北주민들, 설 앞두고 분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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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주시 인근 압록강변에서 북한 주민들이 모여앉아 있다. [로이터=뉴스1]

신의주시 인근 압록강변에서 북한 주민들이 모여앉아 있다. [로이터=뉴스1]

음력설 명절을 앞두고 북한당국이 비사그루빠를 앞세워 주민통제를 대폭 강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민들은 민속 명절을 앞두고 사법기관 간부들이 명절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주민들을 쥐어짜는 것이라며 비아냥거린다고 미국의 자유아시아방송(RFA)이 1일(현지시간)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매체는 최근 중국의 한 소식통을 인용해 “음력설 명절이 다가오면서 비사그루빠가 어찌나 나대는지 주민들이 크게 위축되고 있다”며“이맘때쯤 비사그루빠가 이렇게 나대는 것은 ‘명절 자금 마련을 위한 인민 쥐어짜기’라며 주민들이 비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루빠는 ‘group’을 북한식으로 표기한 것으로 비사그루빠란 ‘비사’회주의적 현상을 제거 혹은 감시하기 위해 만들어진 일종의 암행 감찰단이다.

비사그루빠는 노동당·국가보위부·인민보안부 요원들로 구성된 감찰단인데 사안이 있을 때마다 조직되는 감찰기구이지 상설 기구는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당국의 지시를 받았는지 인민반 회의에서 인민반장들도 비사회주의와 반사회주의 활동을 하지 말 것을 연일 강조하고 있다”며 “하지만 비사회주의와 반사회주의가 어떻게 다른 건지도 구별을 못 하는 주민들은 그저 간부들이 주민들을 쥐어짜 뇌물을 받아먹기 위한 수작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비사그루빠의 단속내용을 보면 설 명절 기간에 쓸데없이 모여 술 마시고 노래와 춤을 금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며 “원래 술 마시며 춤추고 노래하며 노는 날이 명절날인데 그걸 하지 말라면 명절에 뭘 하라는 건지 알 수가 없다”고 되물었다.

소식통은 또 “석 달에 한 번꼴로 중국을 오가는데 (중국에) 나오기 전 친척들에게 전화 통보도 하지 못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전화통화 감시가 너무도 심해서 친척들에게 맘 놓고 전화도 못 하는 형편”이라고 최근의 북한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이와 관련 다른 소식통은 “멘보차(面包车·소형버스)를 이용해 단둥과 신의주를 오가며 물건을 배달해주는 택시 소화물 요금이 최근 거의 두배 가까이 올랐다”면서 “이는 설 명절을 앞두고 북조선 세관원들이 통관검사를 빌미로 더 많은 뇌물을 요구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소식통은 “해마다 명절 때만 되면 명절 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북조선 관료들의 주민 쥐어짜기가 극성을 부리고 있는데 그중에서도 양력설과 음력설, 그리고 추석명절 때가 다가오면 유난히 비사그루빠를 강하게 내밀고 있다”고 지적했다.

배재성 기자 hongody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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